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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넉넉한 명절, 높디높은 절망의 벽을 뛰어넘는 뜻깊은 시간 보내시기 바랍니다.


도둑이 뛰어내렸다. 추석 전날 밤 앞집을 털려다가 퉁기자 높다란 담벼락에서 우리 차 지붕으로 뛰어내렸다. 

집집이 불을 환하게 켜놓고 이웃들은 골목에 모였다.

― 글쎄 서울 작은 집, 강릉 큰애네랑 거실에서 술 마시며 고스톱을 치는데 거길 어디라고 들어오냔 말야.  
앞집 아저씨는 아직 제 정신이 아니다.
― 그러게, 그리고 요즘 현금 가지고 있는 집이 어딨어. 다 카드 쓰지. 거 돌대가리 아냐? 라고 거드는 피아노 교습소집 주인 말끝에 명절내가 난다.  
한참 있다가 누군가 이랬다.
― 여북 딱했으면 그랬을라고…….

이웃들은 하나 둘 흩어졌다. 
밤이슬 내린 차 지붕에 화석처럼 찍혀있는 도둑의 족적을 바라보던 나는 그때 허름한 추리닝 바람에 낭떠러지 같은 세상에서 뛰어내린 한 사내가 열나흘 달빛 아래 골목길을 죽을 둥 살 둥 달려가는 걸 언뜻 본 것 같았다. (달려라 도둑/이상국)


추석에 함께 읽고픈 시 한편으로 인사드립니다.
여북 딱했으면 그랬을라고…….
넉넉한 명절 , 
높디높은 절망의 벽을 뛰어넘는 뜻깊은 시간 보내시기 바랍니다.

정의당 서울시의원 권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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