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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봉석] 6.4지방선거에 대한 소회

3월2일 서울 광진구 기초의원 예비후보 등록을 하고 3월3일 월요일 출근유세부터 6월3일 자정전까지 백일간 선거운동을 뛰었습니다.

얼굴이 새까맣게 타고 잇몸이 부르틀 정도로 주민들을 만났습니다.

선거결과는 참담했지만, 선거운동 자체에 대해서는 후회없는 백일을 보냈다고 자부합니다.

특히, 어려운 조건속에서도 헌신적으로 선거운동을 도와준 사람들을 생각한다면 행복한 백일을 보냈다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큰 틀에서 보자면, 이번 선거는 결과가 예견된 선거였습니다.

단일진보정당 시절에도 선거만 하면 어렵다 힘들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는데, 진보 다당제의 현실과 어느 때보다 추락한 진보정당의 이미지를 생각한다면 선거 패배는 이미 예견되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게다가 세월호 정국으로 야권 지지층의 새누리당 심판 의식이 높아지면서 진보정당의 자리는 더욱 좁아질 수 밖에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지방선거 사상 처음으로 기초의원 후보 등록이 일주일 연기되는 사태가 있었습니다.

저는 그 전부터 중앙당과 서울시당에 명함 시안을 요청했었는데, 정작 명함시안은 후보등록을 마치고 예비선거운동을 시작한 3월초순에야 나왔습니다. 어깨띠 등의 시안은 그 뒤에 나온 것으로 기억합니다.

물론, 명함 시안이 뭐 그리 중요하냐고 할 수도 있겠으나 저는 우리 정의당 특히 중앙당에서 이번 지방선거를 대하는 태세에 문제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월드컵이 시작했는데, 정의당팀은 어디서 축구화를 구입해야 할지도 모르는 형국이었던 것입니다.

비교하고 싶진 않지만, 통합진보당은 이미 2월부터 모든 후보자들의 어깨띠까지 완비되어 있었던 것과 너무나 대비되는 모습이었습니다.

 

선거이전부터 이번 지방선거 전망에 대해 이야기할 때마다 놀라운 점이 있었습니다.

중앙당 당직자의 경우가 특히 심한데, 통합진보당에 대한 거부감이 심한 나머지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점이었습니다.

거의 모든 여론조사에서 통합진보당의 지지율이 정의당의 2배 정도로 나오고 있음에도, 이를 인정하지 않고 일시적 착시현상이라며 지방선거 결과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을 표출하는 것을 자주 보았습니다.

통합진보당에 대한 감정이야 충분히 이해하지만, 공통된 여론조사 결과마저 인정하지 않는 점에 대해서는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현실을 제대로 직시하지 못하는데 향후 계획을 어떻게 세울수 있을지 걱정스러웠습니다.

그 때문이었을까요?

우리당이 내세우는 슬로건, 구호는 어쩜 하나같이 모든 국민들이 좋아할 만한 무난한 것들뿐이었습니다.

정치에서 모두가 좋아할만한 것은 바꾸어 말하면 아무도 선택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뜻합니다.

'복지국가 선도정당'

이 슬로건에 대해 어느 국민이 반대하겠습니까? 반대로 어느 국민이 이 슬로건을 보고 정의당을 선택하겠습니까?

 

3월부터 선거운동을 하며 주민들을 만나며 느낀점은 어쩜 단 한명도 정의당에 대해 욕하는 사람이 없다는 점입니다.

처음에는 이 것이 어떤 의미인지 몰랐는데, 점점 무서워지기 시작했습니다. 아무도 욕하지 않는 무난한 정당은 선거에서 무난히 무너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많은 당원들이 좋아하는 유시민 전 대표님은 엄청난 안티팬을 갖고 계시지만, 반대로 엄청난 정치적 파워를 갖고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유능한 정치인은 반대를 무서워하지 않고 오히려 반대를 즐길 수도 있었야 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당은 통합진보당에 대한 상처때문인지 진보정당다운 색깔을 내기 보다는 다른 정당과 차별성을 느낄 수 없는 무난한 슬로건으로 이번 선거를 치룬 것 같습니다.

 

2004년 총선의 민주노동당이나 2012년 총선의 통합진보당이 선전할 수 있었던 힘중에는 선거시기 중앙당의 광고효과가 있었습니다.

2004년에는 영화배우 문소리씨의 목소리가 나오는 라디오 광고가 2012년에는 당지도부가 재미있는 복장을 하고 찍은 티비 광고가 국민들의 호응을 받았었지요. 사실, 2012년초까지도 통합진보당에 대한 지지율은 정체를 면치 못했었지요...

재정문제가 컸겠지만,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정의당의 광고가 전혀 보이질 않았습니다.

심지어는 마을버스 광고계획이 있었던 것으로 아는데, 저희 지역의 마을버스에선 볼 수가 없었습니다.

국민들에게 '정당=중앙당' 으로 인식되는 현실속에서, 지역에서 아무리 열심히 홍보한다해도 주민들이 정의당을 알 수 있기엔 너무 힘들었습니다.

 

정의당을 홍보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노회찬 심상정...'의원이 있는 정당이라는 말이었습니다.

이 말을 참 입에 달고 다닐 정도였습니다.

지금부터 정의당의 과제는 여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언제까지 노회찬, 심상정...만 찾아야 할까요?

노회찬, 심상정, 유시민, 천호선을 이을 차세대 진보정치인만큼은 우리 정의당에서 배출할 수 있어야 겠습니다.

지금의 양당구도가 고착화되고 진보다당제가 이어지는 조건속에서 정의당이 찾을 수 있는 돌파구의 하나로 저는 젊은 차세대 진보정치인을 육성하고 전면에 내세우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건 몰라도, 정의당 만큼은 기득권에 연연하지 않고 20대부터 40대의 젊은 정치인들이 자신들의 역량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진정한 진보정당이란 것을 국민들속에 각인시킬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참여댓글 (1)
  • 조이풀
    2014.06.12 08:55:13
    와 닿는 내용들입니다.
    고생 많으셨고, 꼭 뜻을 이루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