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너선 샤프란 포어다. '조나단'이라 쓰지 않는다.
윗니에 혀를 살짝 댔다가 터트리는 뻔디기 발음을 한글 표기하니 '조너선 '이 된다.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은 9.11 테러로 아비를 잃은 소년이 주인공이다.
미국서 천재 소설가, 분더킨트라고 불린다는 조너선 샤프란 포어가 30대 초반(헐! +_ ㅇ)에 쓴 작품...
포어는 유대인이다. 그의 작품에는 유대민들의 역사적 상처가 배어있다.
이 소설에서도 9.11로 아버지를 잃은 소년과, 인종청소로 가족과 친구를 잃은
조부모의 젊을 적 모습이 교차되어 보인다.
아버지의 사소한 흔적을 찾아서 도시 곳곳을 탐험하는 아이,
아픈 기억으로 말을 잃은 남자(소년의 할아버지)와 소통하기 위해 애쓰는 여자(소년의 할머니)...
그들은 갑작스레 잔인하게 잃어야 했던 소중한 것들을 기억하기 위해, 또는 잊기 위해 애쓴다.
소설에는 계속 '엄청나게', '믿을 수 없게'라는 표현이 반복된다.
나 개인이 아닌 민족 또는 국가, 세력 따위의 원한과 싸움으로
평범하고 작은 일상인들의 삶이 찢기고 부서지는 일은
'엄청나게' 고통스럽고 '믿을 수 없게' 비참한 일이다.
그들이 원하는 건 '상처를 치유하는 것'만이 아닐 것이다. 가능하지 않지만 바랄 수 밖에 없는 그 건....
책의 마지막 연속된 사진에서 알 수 있다.
쌍둥이 빌딩 위에서 추락하던 사람의 모습을 생중계로 보며 경악하던 기억이 있다면 익숙한 모습일 텐데,
그 추락하는 사람의 먼 사진을 한 장 한 장 넘기면, 그가 거꾸로..... 한 장 한 장 위로 오른다.
소설 자체는 좀 어렵다. 글자 뿐만 아니라, 여러 알 수 없는 기호들이 나열되기도 하고,
뜻 모를 대화와 사진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국 소년이, 엄마가, 할머니 할아버지가 원하는 건 간단하다.
"다시 돌아간다면,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더라면!"
제대로 보았는지 모르겠으나, 나는 그렇게 이해했다.
어제 보스턴에서 터러가 일어났다. 피와 살로 범벅칠을 한 거리의 풍경이 오싹했다.
사람들은 울고 비명치고, 뒹굴고 아파했겠지.
개인이 아닌 민족 또는 국가, 세력 따위의 원한과 싸움으로 또 누가 죽었다. 상처 입었다.
또 '다시 돌아간다면,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생겼다.
이를 빌미로 또 저 편에서 누군가 죽고, 상처 입고, 고통의 기억을 안고 허덕이는 사람들이 생기겠지.
종교인, 정치 지도자, 전쟁 자본가들의 한 데 묶어다 생매장을 시킬 수만 있다면...! 허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