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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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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의공감 3호] 나의 삶, 나의 생각 - 최고의 선택

최고의 선택

 

최형근 군산 당원

 

따뜻한 사람의 선택에는 늘 빛이 납니다. 
나보다 타인의 삶을 먼저 살필 줄 아는 소신있는 사람 최형근 당원을 소개합니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군산에 사는 정의당 당원 최형근이라고 합니다.
얼마 전까지 유리병을 만드는 공장에서 일하다 퇴직을 했습니다. 퇴직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다니던 공장이 3조 3교대로 항상 바쁘게 일을 하는 곳이었습니다. 쉬는 날은 한 달에 한 번 정도 연차를 써서 쉬는게 전부였으니까요!
3조 3교대, 시간이 갈수록 몸과 마음은 지쳐가고 결혼을 못해서인지 가정을 꾸려가야 한다는 책임감도 없고 만나고 싶은 친구들은 몇 년동안 못만나는 상황이었죠! 아~ 이러다 일만 하다 죽는거 아닌가 하는 두려움이 엄습했습니다. 그래서 하던 일을 과감히 멈추고 일과 삶, 요즘 말로 워라밸이라고 하지요, 삶의 균형을 찾아 나왔습니다. 다행히 아직까지는 후회없이 새로운 직장에서 인생 2번째 중요한 선택이라 믿으며 건강하게 잘 살아가고 있습니다. 
아무리 혼자 산다 해도 요즘 같은 불경기에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나온다는게 쉽지는 않았지만, 어느 상황이 와서 결정을 해야 한다면 지금이 맞겠다 싶어 선택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선택을 하며 인생을 살아갑니다. 

아주 고통스럽고 힘겨운 선택을 해야 할 때가 있지요. 저도 그런 경험이 있고 어쩌면 지금까지 인생을 살아오는데 결정적인 사건이었습니다. 

세월을 거슬러 1998년, IMF가 우리 삶을 파탄내던 그 때, 제가 다니든 00기계에도 대량해고의 바람이 불어 닥쳤습니다. 조합원 300명 중 100명을 인원 감축이라는 명목으로 정든 일터에서 동료들을 쫓아내려 했던 것입니다. 3개월 동안 3~4번에 걸쳐 사용자 측은 대상자를 게시판에 붙이며 우리들의 숨통을 조여 왔습니다. 
3개월 동안 현장은 그야말로 지옥이 따로 없었고 공고가 붙을 때마다 조합원들은 혹시 내 이름이 올라있진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가슴 조이는 고통의 하루하루를 보냈습니다. 

대상자가 정해지고 같이 일하던 동료들은 다른 계열사로 하나둘씩 내몰렸습니다. 
당시 저는 노동조합 풍물패, 노래패 활동을 하고 있었고 문화패 사람 중 3분의 2가 인원감축 대상자가 되었습니다. 같이 노래패 활동을 하던 동생을 떠나보내며 밤새 울었던 기억이 납니다. 마시지도 못하는 술을 마셔가며 속이 만신창이가 되어 지내던 어느 날 또 다시 대상자 공고가 붙었습니다. 
5~6명으로 기억되는데 우리 부서였고 제 이름은 없었습니다.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동료 한 분의 이름 세글자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맞은편에서 일하는 형님이었고 자녀 셋을 둔 한 집안의 가장이었습니다. 괴로웠지만 공고장에 쓰여있는 형님의 이름을 애써 외면하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떠나는 동료들은 어제까지 함께 술 마시고 모임도 하던 형님 동생들, 그러던 어느 날 한 동료가 제게 그러더군요.

 

"노동조합 활동을 하는 놈이, 네가 가야지 이게 뭐냐! 
오히려 노동조합 혜택을 본 거 아냐?"


순간 얼음이 되어 아무 말도 하지 못했습니다. 화도 나고 그 자리에서 변명도 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습니다. 며칠 동안 그 분노의 눈빛은 저를 따라다녔고 밤이면 잠을 이룰 수 없었습니다. 도저히 버틸 수 없었습니다. 

사실 그 분의 말은 맞았으니까요. 
노동조합 활동을 하며 조합원들을 지키지 못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죠! 그래서 결심을 하고 다음 날 부서 과장을 찾아가 제가 떠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습니다. 함께 일하는 동료들에게는 먼저 떠나게 되었다고 이야기를 전했습니다. 바로 사표를 쓰고 다른 계열사로 옮겨 일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저의 00기계에서의 직장 생활은 끝을 맺었고 그 후에는 노동단체 상근자로 들어가 파업·신규 사업장에 풍물패 강사로 활동하며 노동자들과 함께 하는 삶을 살았습니다. 그런데 어느 모임에서 00기계에서 일하고 있는 어린 친구를 만났습니다. 저를 보더내 "아~! 그때 00형님 지키신 분이죠?" 라고 묻더군요. 쑥쓰러움에 제대로 답변해 주지 못했지만, 집으로 오는 내내 당시 했던 선택이 옳았음에 뿌듯했습니다. 한 사람을 지켰고 저를 그 곳에 남겨 두었으니까요. 아마도 00기계에서 계속 근무를 했다면 안정적일 수는 있어도 항상 한쪽에 무거운 짐을 지고 살았을 것입니다.

당시 그 선택으로 인해 힘든 시간도 겪었지만, 덕분에 투쟁하는 노동자들의 삶을 살았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갈 것이라는 점에서 최고의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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