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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제신문] '변화의 출발은 이력서부터' 라는 제목으로 글을 기고하였습니다.
9월 초에 실린 글이라 많이 늦은 감이 있지만 최근 부산시당 청년위의 표준이력서 법제화 관련 활동에 관한 글이라 함께 공유합니다.



[기고] 변화의 출발은 '이력서'부터

새로운 변화를 꺼내 드는 것은 언제나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게 변화를 만들어내는 데 걸리는 시간은 변화를 함께 바라는 이들을 얼마나 조직해내고 정치적으로 동원해 낼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필자는 바로 얼마 전 우리가 발 딛고 선 삶의 불평등을 개선하자며 그 변화를 주장했다. 부산지역 공공부문의 이력서 실태를 고발하고 국회와 부산시에 표준이력서 도입을 요구했다.

야권을 지지하는 이들은 "청년들의 투표율이 높아져야 사회가 바뀐다"며 청년들에게 투표를 요구한다. 하지만 이러한 말들은 허공에 난파될 뿐이다. 도무지 변화를 체감하기 힘든 현실을 '흙수저' '헬조선' '망한민국' '죽창'으로 표현하며 냉소하는 청년들을 좌절하게 할 뿐이다. 청년들은 언론에 보도되는 청년 실업률 수치보다 당장 이력서를 앞에 두고 머뭇거리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때 앞날에 대한 막막함을 더욱 절감한다. 현행 이력서에 대한 문제의식은 이렇듯 수많은 청년을 막막함으로 내모는 현실을 조금이라도 바꾸어보고자 하는 생각에서 출발한 것이다.

이력서 양식에 대한 문제 제기는 채용 시기마다 등장하는 오래된 사안이다. 하지만 늘 지적되었던 대상은 민간 기업일 뿐 공공기관은 시야에서 조금 벗어나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필자도 처음 조사를 기획하고 추진하던 당시에만 해도 공공기관 정도는 모범은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납득할 만한 수준일 것이라고 생각했을 정도니 말이다.

실제 조사 과정에서 발견한 항목들은 2003년 국가인권위 직권조사와 2007년 고용노동부의 표준이력서 권장 사실을 제쳐놓고 보더라도 도저히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것이 상당수이다. 군대 군번과 출생지가 채용 심사에서 어떤 경쟁 요소를 갖는지 학위 취득 날짜와 지도교수, 가족의 직장 내 직위가 몇 점으로 반영되는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가 제출하는 이력서가 능력과 경험을 서술하는 서류 양식이지 한 개인의 출신, 인생 증명서는 아니지 않은가.

현행 고용정책기본법은 합리적인 이유 없이 성별 신앙 연령 신체조건 사회적신분 출신지 학력 출신학교 혼인·임신 병력 등을 이유로 차별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해 6월 건설·제조·금융·보험 등 7개 대표 업종 500곳을 대상으로 채용실태를 조사한 결과 국내 기업 5곳 중 1곳은 여전히 입사 지원서에 직무와 무관한 키 몸무게 혈액형 등 개인 인적 사항을 기재토록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의 80%는 가족 관계를 물었으며 동거 유무뿐 아니라 가족 직업, 가족 학력은 물론 가족수입까지 조사됐다. 이는 이력서 양식 문제가 민간과 공공영역에 모두에 만연해 있음을 보여준다.

우리가 목격한 이력서는 우리 삶의 현실을 무겁게 상징하는 것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기업이 요구하는 자격증이 어느 수준까지인지 모르는 상황에서 소위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자격증의 종류는 끝없이 늘어나고, 예비 구직자들의 취업 노력은 스스로에 대한 자책으로 돌아가고 있다. 매월 평균 60만 원이 지출된다는 취업사교육비도 내가 벌어서 쓰느냐, 부모님의 지원이냐로 수저계급이 나뉘는 것이 현실이다.

표준이력서 도입은 이러한 현실을 조금이라도 조정하고 개선하자는 시도이다. 불필요한 정보와 차별 요소를 없애는 것을 넘어, 적어도 취업 시장에서 구직자가 감당할 수 있는 선을 마련해 주고 공정한 출발선에 설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필자는 지난 조사 결과 발표 기자회견에서 주목받지 못하던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 올리는 것이 '약자들의 정치적 무기'를 자임하는 정의당의 본령이라고 말했다. 정치는 약자들이 일상에서 사용할 수 있는 현실의 힘을 쥐여주는 일이다. 매일 새벽 고시원을 나서는 청년에게, 취업 절벽에 내몰린 청년에게 이력서 작성 노하우와 면접 족보를 안겨 주며 "청춘은 원래 다 그런 거야"라고 한마디 위로를 보태는 것으로 더는 현실을 미루지 말자. 

취업 시장에서 지금 필요한 변화는 무엇인가를 이번 기회에 진지하게 토론하자. 변화의 가능성을 보여주자. 지금 필요한 그 첫 번째 변화는 표준이력서라고 본다.

정의당 부산시당 청년위원장

원본기사 : http://www.kookje.co.kr/news2011/asp/newsbody.asp?code=1700&key=20160902.22029184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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