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에너지전환 로드맵에 대한 정책 브리핑
“원전 안전성 기준 대폭 강화하고, 노후 원전 조기 폐쇄 추진해야”
정부는 10월 24일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의 권고를 따라 중단된 신고리 5·6호기의 건설을 재개하도록 결정하였으며 건설재개에 따른 후속조치와 원전 안전기준 강화 대책, 그리고 에너지전환을 위한 로드맵을 확정해 발표하였다. 다수호기 안전성 문제, 민간기구 참여 보장 등 원전 안전기준 강화에 있어 의미 있는 진전도 있지만 보다 높은 수준으로 안전기준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에너지 전환 로드맵의 경우, 신규 원전 백지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20%로 확대는 긍정적으로 평가하나, 임기 내 원전 비중을 축소하기 위한 노후 원전 조기폐쇄 방안이 누락되어 당초 약속한 원전중심 에너지정책에서 벗어나 탈원전으로 가겠다는 목표를 달성하기에는 부족하다. 무엇보다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이라는 공약을 이행하지 못하게 된 것에 대해, 정부가 국민들께 책임 있는 사과를 하지 않은 점은 매우 유감이다.
● 원전 안전기준 강화 대책
원전 안전기준 강화 대책에는 사고관리, 다수기 안전성 평가 방법 개발, 장기 가동 중인 원전에 대한 안전투자 확대, 7.0 규모의 지진에 대비한 내진성능보강, 원전 관련 정보공개 대상 확대 및 민간환경감시기구의 실질적인 감시·소통 기능 수행을 위한 방안 마련, 원전 비리 척결 등 진전된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원전 비리를 확실히 척결하기 위해서는 신고리 5·6호기 건설허가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를 조사해야 한다. 정부가 원전 비리를 척결하기 위하여 안전·투명경영 여부를 점검하겠다고 한다면 건설허가가 나기도 전에 사업비로 1조 1576억원을 사용하는 등 문제가 명백히 확인 된 신고리 5·6호기에 대한 비리를 조사하고 부정에 가담한 관련자들을 엄중히 처벌해야 하며, 다른 원전들에 대해서도 건설허가 과정에서 동일한 비리가 없었는지 확인해야 한다.
신고리 5·6호기 건설시 안전기준을 높이라는 국민과 공론화위의 요구를 수용하겠다면, 유럽 수출 원전인 EU-APR의 설계를 신고리 5·6호기에 적용해야 한다. 격납건물을 2중으로 설치하고 코어캐쳐 시스템을 도입해서 수출용 원전과 똑같은 수준의 안전을 확보해야 한다. 수출용 원전과 내수용 원전의 안전성에 차이를 두는 것은 국민의 안전을 위해 결코 용납 할 수 없다. 그리고 7.0 이상의 지진에 대한 내진성능보장 기준을 마련하여 신고리 5,6호기 설계에 적용해 안전이 강화된 설계를 반영한 후 공사를 재개해야 하며,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공정의 변경과 사업비용의 증가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하여 원전의 경제성에 대한 재평가를 실시해야 한다.
현재 가동 운영 중인 원전에 대해서는 미국과 같이 시공 당시의 기술수준이 아닌 최신 기술수준에 맞게 안전기준이 적용되도록 소급적용제도를 도입하거나, 유럽처럼 10년을 주기로 원전 안전성을 개선하고 나아가 운영을 10년 주기로 재허가 받도록 하는 등의 조치가 도입되어야 한다.
이번에 발표한 정부의 에너지전환 로드맵에서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핵폐기물 처리와 관련된 대책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이는 안전을 강화하기 위하여 노력한다는 정부의 말이 허상에 불과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원전을 가동하면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핵폐기물에 대한 대책을 포함하여 로드맵을 재수립해야 한다.
● 에너지전환 (탈원전) 로드맵
정부의 이번 발표는 에너지전환을 달성하기 위하여 신규원전 6기의 건설계획을 취소하고 운영 중인 원전을 단계적으로 감축하는 한편, 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을 2030년까지 20%로 확대하며 에너지전환에 따라 영향을 받게 되는 지역과 산업에 대한 보완 대책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신규원전 건설 없이 원전의 수명에 따라 단계적으로 노후 원전을 폐쇄하겠다는 것을 탈원전 로드맵이라고 봐야 할지 의문이다. 가동 중이거나 건설 중인 원전의 수명이 단축되지 않는다면 지금 건설이 재개되는 신고리 5·6호기는 2082년까지 운영된다. 국민에게 2082년까지 핵발전과 핵폐기물의 위험을 감수하라는 것을 로드맵으로 인정할 수 없다.
정부는 ‘탈원전’이라는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보다 과감하고 적극적으로 원전 가동을 중단시켜 나가야 한다. 정부가 탈원전 의지가 확고하다면 전체 전력수급의 0.6 %에 불과한 월성 1호기의 경우, 폐로에 따른 전력수급 안정성에 영향이 없는 만큼 즉각 폐쇄를 결정해야 한다. 정부 계획대로 신한울 1·2호기, 신고리 4·5·6호기가 계획대로 가동되면 7 GW의 발전용량이 추가 확보된다. 이에 따라 동남권 노후 원전인 고리 2·3·4호기와 월성 1·2·3·4호기, 안전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되어 온 영광의 한빛원전도 조기 폐쇄가 가능하다. 따라서 정부는 원전의 수명 연한과 관계없이 전력수급 상황에 맞춰 노후 원전부터 조속히 폐쇄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
탈원전과 더불어 민간의 태양광발전사업에 대한 금융지원, 주택지원 등 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을 높이기 위한 정부의 지원이 대폭 확대되어야 한다. 또한 재생에너지에 대한 기술적인 보완과 신기술 개발 등의 혁신도 함께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원전해체기술 개발, 태양광패널 효율 향상, 친환경 태양광패널 개발, 태양광패널 재사용기술 개발, 풍력발전 효율 향상, 풍력발전기에 의한 환경영향 저감, 에너지저장장치(ESS) 기술 향상, 스마트그리드 구축 등 재생에너지 기술 분야의 발전과 재생에너지원 개발에 적극적으로 투자하여 세계적 수준의 에너지 기술을 선도해 나갈 수 있도록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
2017년 10월 25일
정의당 정책위원회 (의장 김용신)
문의: 정책연구위원 남택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