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개콘 행정지도 조치, 방송통신심의위는 개그맨들의 아이디어 뱅크가 되려는가
재미있고 날카로운 정치풍자야말로 민주주의가 건강하다는 증거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KBS 2TV 개그콘서트 ‘용감한 녀석들’에게 행정지도 조치를 내렸다.
박근혜 당선인에 대한 반말과 훈계조 발언이 바람직한 정치풍자가 아니라는 이유인데, 참으로 웃기면서도 안타까운 해프닝이 아닐 수 없다. 앞으로 방송에서는 박근혜 당선인께 존댓말을 사용한 간언만 드려야 될 모양이다.
코미디는 코미디일 뿐 제발 오버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아울러 ‘정치풍자’는 방송통신심의위의 정의대로, 정치권의 부조리나 과오 등을 빗대어 폭로해 시청자에게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주는 것인데, 이번 방송통신심의위의 개그콘서트 행정지도 조치는 개그맨들에게 오히려 아주 훌륭한 ‘정치풍자’의 소재를 제공해 줬다고 하겠다.
박근혜 정권이 출범하기도 전에 정치풍자 한마디를 꼬투리삼아 정부기관이 행동에 나서는 해프닝이 벌어졌는데, 박근혜 정부 출범 후에는 얼마나 더 터져 나올 지 사뭇 궁금하다. 하지만 그 소재들을 방송인과 개그맨들이 ‘활용하고 싶어도 활용할 수 없는’ 웃기면서도 슬픈 일들이 계속 벌어질 것 같아 안타깝다.
재미있고 날카로운 정치풍자야말로 민주주의가 건강하다는 증거이며, 그와 함께 민주주의가 자라왔다는 사실을 박근혜 정부가 잊지 말기 바란다.
2013년 1월 31일
진보정의당 부대변인 이 지 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