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북서부 여성주의 세미나
일시: 2017.6.5. 19:00 ~ 21:00
장소: 신촌 토즈 본점
참석: 김OO, 김OO, 윤OO, 정OO, 이OO, 이OO, 홍OO
교재: <오빠는 필요없다>, 전희경
대화 내용
1부에 대하여
- 전반적으로 정의당 상황과 겹쳐 보이는 이야기가 많았다. 남성들은 운동의 전면에 나서고 여성들은 서포트 하는, 꽃으로 취급되는 문화가 아직 남아 있는 것 같다.
- 1부에서는 1990년대 사회운동 속 여성에 대해 다루었다. 90년대부터 ‘영페미’들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고, 이들은 세상을 바꾸기 위한 운동 속에도 차별이 존재함을 알렸다. 이들이 수면 위로 나오게 된 원인은 첫째로 여성의 대학 진학이 늘면서 운동 내 여성 비율이 증가했고, 둘째로 주류 사회운동 조직이 혼란스러운 상황이었으며, 셋째로 페미니즘을 대학에서 교양 수업 등을 통해 가르치기 시작했고, 넷째로 진보운동의 가부장성에 대한 비판이 등장했기 때문이었다.
2부에 대하여
- 2부에서는 진보운동에서 가부장제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들여다보았다. 일상 속에 성별 분업이 여전히 남아있고, ‘컵 씻기’와 같은 것이 이런 분업을 대표적으로 보여준다. 실제로 컵을 남성과 여성이 함께 씻더라도, 씻지 않은 컵을 보며 스트레스 받는 쪽은 여성이다.
- 운동 문화가 적아 구분을 분명히 하며 위계적 질서를 세우는 군사주의적인 면이 있고 이것이 가부장적 분위기로 이어진다.
- 심지어 여성이 운동 내에서 주도적 역할을 맡게 되더라도 ‘여자 일’은 또 추가로 부담하게 되는 일이 벌어진다.
- 70년대 경공업, 여성 노동자 중심의 노동운동이 80년대 중공업, 조직화된 남성 노동자 중심의 운동으로 변화하면서 이 사이에 마치 우열이 있는 듯한 인식도 생겨났다. 70년대 민중가요 가사를 보면 여성 화자가 존재하는데 80년대 이후 민중가요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
- 조직 내에서 남성들의 연대에 의해 여성들이 배제된다. 남성들은 학연, 지연 등으로 연결되고, 이런 남성들의 연대에 끼기 위해 여성 활동가가 남성화되는 전략을 취하기도 하지만 이는 절대 성공할 수 없다.
- ‘청년’과 ‘여성’을 분리하여 여성인 청년들을 지워버리는 당내 상황이 떠오르기도 한다.
- 촛불혁명 당시 DJ DOC ‘수취인 분명’ 사태도 이와 연관이 있었던 것 같다. 대의가 중요한 와중에 여성혐오에 대한 지적은 ‘사소한 것’으로 치부되었다. 집회 내에서 여성들의 안전이 보장되지 못하는 상황에 대한 문제제기 역시 사소한 문제가 되었다.
- 유시민의 ‘해일과 조개’ 발언 역시 이와 연결되는 지점이 있는 것 같다.
- 여성성의 타자화를 통해 남성연대는 더욱 단단하게 결속한다. 여성은 꽃이 되고, 남성화 되고, ‘여대생’이 허영과 이기심의 대명사가 되고. 이런 환경 속에 여성 주체들은 단결하기 어렵고 파편화 된다.
멍청한 시계추 이론
-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왜 여초 커뮤니티에서는 댓글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와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만 달리냐’라는 이야기가 있다. 웃긴 것을 웃으며 공감하고, 슬픈 것을 울며 공감하는 여초 커뮤니티의 문화에 비해 남초 커뮤니티는 대체로 어떻게든 글쓴이에게 딴지를 걸고 설명하려는 댓글이 많이 달린다. 중립적인 위치에서 모든 것을 평가하고 설명하고 해결하면서 우월한 척 하려는 성향이 있다.
남성 동지들의 감상
- 반성과 성찰이 필요하다. 운동 진영도 사회의 반영이며 사회의 문제를 고스란히 안고 있다.
- 여성주의 운동의 역사가 새롭게 다가왔다.
- 진보진영 내에서는 오히려 사회의 모습이 압축적으로 나타나며 문제점이 더 강하게 나타나기도 하는 것 같다.
- 기존 진보운동에서 여성운동이 분리되고, 독자성을 가지게 되는 과정 중, 아직 노동 등 여타 운동에 걸쳐져 있는 상황하에서 여성주의적 언어를 오히려 남성들이 선점하는 현상도 보인다. 정의당의 여성운동은, 예를 들어 정의당 여성주의자 모임은 과연 여성들이 편안하게 이야기하고 주도할 수 있는 환경인가 돌아봐야 한다.
여성 동지들의 감상
- 1부와 2부를 읽는 것이 매우 고통스러웠다. 3부에서부터 여성 연대를 이야기하고, 어떻게 여성들이 다시 화해할까 이야기 하는 내용을 읽으면서 조금 편해졌다.
- 일상 속의 정치를 배우고, 언어를 벼리길 원하는 입장에서 책의 후반부가 도움이 되었다.
-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정제된 생각과 언어를 가진 사람들을 만나고 싶다.
- 나름대로 깨어있는 조직 속에서 일하지만 그 안에도 수 많은 폭력이 존재한다. 그 경험들이 1, 2부를 읽는 내내 계속 환기되어 고통스러웠다. 분노가 올라오고, 남성들은 우리와 전혀 다른 세계에 산다는 것을 확인했다.
- 뒷담화 모임 이야기를 읽으며 ‘아 이런게 필요해’라는 기대를 가지고 세미나에 왔다.
우리는 어디까지 왔는가
- 논문이 나온지 10년 만에 책이 나왔고, 다시 책이 나온지 10년쯤 지나 우리가 이 책을 읽고 있다. 여전히 공감된다.
- 여성과 남성이 전혀 다른 세상에 산다는 사실을 모르는 남성들을 만나면 당황스럽다.
- 여성주의에 대한 권위도 남성들이 가져가는 일이 벌어지고, 우리 모임에서도 그러기도 한다.
- 질문: 정당에 가입하는데에 여성이라서 느끼게 되는 진입 장벽이 있는지?
- 답변: 일단 정치활동 자체가 여성에게 쉽지 않다. 그런 활동을 한 선배도 적고, 여성 조직과 남성 조직의 문화와 룰이 다르다.
우리는 어디로 나아가는가
- 책을 읽으며 괴로워하는 나에게 남편이 책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 이유는 물론 내가 괴로워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내가 남편의 적이 될까 두렵다고 했다. 눈을 뜨게 되면서 느끼는 분노가 있고, 남성과 남성 중심 세상에 대해 적대하는 과정을 필연적으로 겪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만나게 될 남성 동지들은 ‘여성이 사는 세상’을 알고 있었으면 좋겠다. 공감과 이해는 바라지 않지만 적어도 알고 있었으면 좋겠다.
- 나는 남성동지들에게 공감과 이해도 바란다. 때로 그러지 못하는 동지들에게 화가 나기도 하지만 동지에게 화내는 것은 여전히 어렵다.
- 남성들은 공감 능력이 없는 것이 아니라 공감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필요를 만들어주고 요구해야 한다.
- 요구하는 것이 또다시 여성들의 일이 되고 부담이 되어선 안 된다. 남성들을 설득하는 것은 여성주의에 대해 고민하는 남성들의 몫이다.
세미나 소감
- ‘왜 우리 당에 여성이 적을까’에 대한 대답 같은 책이었다.
- 우리 모임 내에서도 감수성을 키워나갈 필요가 있다.
- 여성 동지들의 비중이 늘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 남성들이 여성주의에 대한 교육을 수동적으로 받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공부하는 모습을 봐서 좋았고, 재미있었다.
- 남성들을 가르치기도 어렵지만, 그보다도 남성들이 배우려 하지 않는 상황 자체가 늘 어렵다. 소위 ‘비꿘’ 여성들에게 정의당의 여성주의자로서 동정받기도 하고, 적대되도 하고, 비난받기도 하는데 그런 상황을 극복하고 싶다.
- 책 마지막 페이지의 ‘동질성이 강조되던 ~ 그럴 수 있음을 인정해야’ 부분에서 울컥한 기분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