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심상정 후보, 긴급좌담회 – 황교안 체제 안보농단과 한미동맹 모두발언
한미동맹, 민주적으로 ‘리셋’하겠습니다.
주권존중, 국익균형이 실현되는 ‘평화유지 동맹’ 지평을 열겠습니다.
- 밀실졸속 사드배치 진상조사!
- 한미상호방위조약 개정!
- 주한미군 회계감사 실시!
일시: 2017년 5월 4일 오전 8시 30분
장소: 국회본청 223호
오늘 사드배치와 한미동맹이라는 중대현안과 관련해 고견을 주시러 와주신 세 분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제가 며칠 전 경북 성주 소성리에 다녀왔습니다. 계엄령을 방불케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우리 주민들이 우리 경찰에게 토끼몰이 당하듯이 폭력적으로 내몰리는 모습을 봤습니다. 이게 나라인가라는 한탄이 절로 나왔습니다.
당시 새로운 대통령이 불과 열흘 남짓 안에 선출되는데, 야반반입해서 사드배치를 강행하는 것에 대해 도무지 납득하기 어려웠습니다. 직접 가서보니 공사판 한가운데 사드가 배치되어 있었습니다. 그렇게 중요한 전략무기라면서 무엇이 그리도 급해서 공사판 한 가운데에 깔아놓는지, 이게 과연 동맹의 모습인지 깊은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저는 미국의 트럼프 정부가 들어서고 우리도 새 정부가 출범하는 이 시기야말로 한미동맹을 전환하는 결정적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대통령이 되면 한미동맹을 민주적으로 리셋 하겠습니다. 그리고 주권존중과 국익균형이 실현되는 평화유지동맹으로 발전시켜나가겠습니다.
이를 위해 세 가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첫째는 밀실졸속 사드배치에 대한 철저한 진상조사입니다. 둘째는 한미상호방위조약 개정입니다. 셋째는 주한미군의 회계감사를 실시하는 것입니다.
지금 한미동맹은 방황하고 있습니다. 공동의 비전은 간 데 없고 차가운 계산만 남았습니다. 기습적인 사드배치와 연이은 트럼프 대통령의 ‘사드비용 한국부담’ 발언으로 한미관계가 뒤숭숭합니다. 보수 언론들마저 “미국 대통령이 동맹에 균열을 일으킨다”며 동맹국 대통령을 불안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저는 이번 소동이 단순히 사드 비용부담 문제로 빚어진 돌출적인 사안이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지금은 동아시아에서 미국이라는 패권국에 중국이라는 도전국의 대치와 충돌이 예상되는 ‘세력 전이’의 시대입니다. 사드비용 논란은 강대국 세력 경쟁의 한 가운데 던져진 한미동맹이 존재이유와 ‘비용과 책임의 분담’에 대한 전반적인 재조정이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신호탄입니다.
저명한 정치학자 새뮤얼 헌팅턴은 “무능하고 어리석은 동맹은 국가안보의 자산이 아니라 짐”이라고 했습니다. 지금 우리 국민들은 내일의 생존과 번영에 대한 비전을 잃어버렸습니다. 또한 미국의 동맹비용 청구서에 쩔쩔매는 우리나라의 비루한 처지에 분노하고 있습니다. 이 문제가 잘 관리되지 못한다면 한미동맹은 국가 안보의 자산이 아니라 짐으로 전락할지 모릅니다. 한미동맹 사이의 혼란과 불신을 더 이상 방치한다면, 한반도는 전대미문의 위기로 치달을 수도 있습니다. 이에 저는 한미동맹의 안정적 관리와 발전을 위한 세 가지 원칙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첫째, 한미동맹의 재정립은 비밀졸속 사드배치에 대한 철저한 진실규명에서 시작되어야 합니다.
한·미 동맹을 진실과 정의의 가치를 기반으로 다시 세워야 합니다. 지난해 2월 사드배치 공식검토에서 올 4월 전격배치로 이어지는 전 과정에서 민주적 토론과 검증, 국민의 동의는 철저히 생략됐습니다. 사드배치야말로 밀실협상과 비용떠넘기기로 얼룩진 대표적인 안보농단 사례입니다. 사드배치 과정에서 자존심에 깊은 멍이 든 국민들은 진실 규명을 바라고 있습니다. 또 철저한 진상 규명 없이는 원만한 동맹은 기대할 수 없을 것입니다. 비밀졸속 사드배치에 대한 국회 국정조사 등 필요한 조치를 단호히 추진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밝힙니다.
둘째, 한미상호방위조약을 개정해야 합니다. 북대서양조약(NATO)이나 미일안보조약은 동맹의 목적과 책임, 그리고 집단방위 절차를 상세히 규정하고 있습니다. 또한 동맹관계는 각 국의 철저하고 민주적인 감시와 통제를 받고 있습니다. 미국과 일본은 2, 3년에 한 번씩 안보협력 가이드라인을 개정하고, 의회의 심사를 받습니다.
그러나 한미동맹은 1954년 만들어진 전문과 본문 6개조로 구성된 상호방위조약을 제외하고, 그 어떤 구속력 있는 규범체계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 결과 60년이 넘는 세월동안 아무런 민주적 통제 없이 과정이 철저히 비밀에 부쳐지는 ‘비밀동맹’으로 방치되어 왔습니다. 저는 민주국가 사이의 동맹관계도 민주화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미동맹은 그 목적과 책임 그리고 절차에 이르기까지, 쌍방의 역할을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민주적으로 통제하는 새로운 민주적 동맹체제로 전환되어야 합니다.
셋째, 국민세금으로 운영되는 주한미군이 우리 국회의 회계감사를 받도록 하겠습니다.
지금 우리 국민들은 한미동맹 유지에 얼마나 많은 국민세금이 쓰이는지 전혀 알지 못합니다. 국민들 사이에는 ‘퍼주는 동맹’이란 인식이 팽배해 있습니다. 우리는 연간 거의 1조원에 달하는 방위분담금을 내고 있고, 주한미군 기지 지원에 8조 4,000억 원이 소요됐습니다. 또 매년 3조 원에 육박하는 무기구매를 하고 있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향후 반환될 용산 미군기지에 대한 환경정화비용 역시 전액 우리 정부의 부담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미군 재산인 평택 미군 아파트에 대해서도 우리 정부가 법적 근거도 없이 민간업자에게 임대료 수익을 보장하고 있습니다.
지금 트럼프 대통령이 ‘비용 더 내라’고 큰 소리 치는데도 제대로 방어조차 못하는 이유도 전체 동맹비용조차 제대로 추계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먼저 국민세금이 주한미군 지원에 지출되면 반드시 회계감사를 우리 국회가 하도록 제도를 바꿀 것입니다. 또 필요하다면 한미연합사령관이 직접 우리 국회에 출석해서 증언해야 합니다. 그래야 말 그대로 ‘연합사령관’입니다. 나아가 국민 세금으로 지불되는 동맹비용에 대해 국회차원의 관리, 감독체계를 정비하겠습니다.
미래 한미동맹을 ‘한반도 평화유지 동맹’으로 전환시켜 나가겠습니다.
동맹은 끊임없이 변화해 왔습니다. 냉전시대 한미동맹은 대규모 미군을 근간으로 하는 ‘한반도 방위동맹’이었습니다. 냉전 이후 주한미군이 대대적으로 감축되면서 유사시 미 증원군이 신속하게 지원되는 ‘증원대기 안보동맹’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리고 21세기에 들어서는 미국의 아시아전략에 한국을 동원하는 ‘지역방어 동맹’으로 전환되고 있습니다. 바로 이런 지역안보의 일환으로 미국의 동아시아 통합공중미사일방어(IAMD)와 한반도 사드배치가 추진된 것입니다.
이처럼 한미동맹의 성격이 변화하면서 우리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험이 높아지는 부작용을 고스란히 감수하고 있습니다. 저는 그동안 북한 핵문제는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라 극복의 대상이라고 일관되게 말해왔습니다. 적극적 평화전략으로 반드시 북한 핵문제를 해결할 것입니다. 북핵문제가 진전되고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가동되면, 한미동맹의 성격도 당연히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주한미군이 한반도 평화유지군으로 성격이 바뀌는 ‘4세대 한미동맹’이 될 것입니다.
정의당은 한반도 안보에 있어 동맹의 가치를 부정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 전제는 한국과 미국의 국익이 일치하는 선까지입니다. 만일 양국의 이익이 다르다면 당연히 동맹은 조정되어야 합니다. 양국의 이익균형이 깨지고 일방주의로 흐르면, 동맹은 자산이 아니라 짐이 될 것입니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의 과도한 미국 의존주의는 ‘미국 우선주의’라는 트럼프의 도전에 대처할 수 없습니다. 이제는 우리가 동맹을 주도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를 포착해야 합니다. 앞에서 제시한 저의 동맹 원칙이 바로 그러한 고민의 일환이라는 점을 말씀드립니다.
아무쪼록 오늘 토론이 주권존중, 국익균형이 실현되는 평화유지동맹의 길을 모색하는 소중한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2017년 5월 4일
정의당 선대위 대변인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