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도자료] 심상정 상임대표, 신영복 선생님 1주기 추모사

[보도자료] 심상정 상임대표, 신영복 선생님 1주기 추모사
 

일시: 2017년 1월 15일 15:00

장소: 성공회대 성미가엘성당

 

신영복 선생님, 우리가 헤어진 지 벌써 1년이 되었습니다. 참 그립습니다.

 

마음이 스산하고 좌절감이 밀려올 때 선생님을 찾아뵈었습니다. 그 때마다 그 깊고 따뜻한 눈길을 마주하면 모든 것이 다 제 잘못에서 비롯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연말이 되면 사전에 말씀도 없이 정성껏 쓰신 서화를 열점씩 고이 접어서 보내주셨습니다. 그 고요하고 엄숙한 격려가 저에게 얼마나 큰 용기를 주었는지 모릅니다.

 

어제도 광화문에 많은 사람이 모였습니다. 어제 광화문은 몹시 추웠습니다. 그 추위를 뚫고 둥근 보름달이 떠올랐습니다. 그 길을 걸으면서 선생님의 말씀을 기억했습니다. ‘겨울의 옥살이가 한여름의 옥살이보다 훨씬 좋다. 한여름의 옥살이는 옆 사람의 체온을 증오하게 만들지만 한겨울의 옥살이는 옆 사람의 체온을 난로처럼 느끼게 한다.’ 그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이 증오와 연대, 두 단어 속에서 저는 우리가 취해야 할 새로운 대한민국의 가치를 읽습니다.

 

선생님은 ‘진정한 위로는 우산을 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비를 함께 맞는 것’이라고도 했습니다. 선생님 말씀처럼 불의한 정권에 분노하고, 고된 삶에 지친 시민들이 광장으로, 광장으로 모였습니다. 기원전 5세기 아테네 시민들처럼 광장에서 대한민국의 갈 길을 묻고, 또 치열하게 토론하고 있습니다. 우리 시민들은 가장 고전적인 방법으로 민주주의를 실천하고 있습니다.

 

변화의 열망과 좌절의 한숨이 공존하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선생님의 가르침이 절실한 때라고 생각합니다. 관찰보다는 애정이, 애정보다는 실천적 연대가 중요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선생님의 그 뜻을 받들어서 2017년 정유년에는 더불어 숲이 되는 대한민국 만들겠습니다. 여전히 선생님이 그립습니다.

 

2017년 1월 15일

정의당 대변인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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