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정의당 두 번째 ‘1일 청년대변인’ 김솔아 (달팽이집 거주자) “삶이 나아지는 방법은 멀리 있지 않습니다”
30일 정의당의 두 번째 ‘1일 청년대변인’으로 사회주택 달팽이집 거주자인 김솔아 씨가 나서 청년주거문제에 대한 대책을 촉구했다.
달팽이집은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이 공급하고 관리하는 사회주택으로 인근 임대주택보다 싼 보증금과 월세에 보다 나은 주거환경을 청년들에게 제공하고 있으며, 특히 청년 입주자들이 서로를 돌볼 수 있는 공동체 주거모델을 지향하고 있다.
조성주 선대위 공동대변인은 이날 오후 국회 정론관 브리핑에서 김솔아 씨를 두 번째 1일 청년대변인으로 선정하며, “실제 청년주거의 당사자이며 새로운 주거모델인 달팽이집에 살고 있는 청년으로 청년세대 주거문제에 대한 현실적인 목소리를 내 주실 것”이라고 선정이유를 밝혔다.
이어 직접 나선 브리핑에서 ‘1일 대변인’ 김솔아 씨는 서울로 대학을 진학한 후 “장롱 두 개, 책상 두 개가 놓여 있고, 두 명의 사람이 바닥에 요를 깔고 누우면 공간이 꽉 차는 그런 방”에서 5년을 하숙으로 보냈다고 밝혔다. 하지만 김 씨는 집주인이 “둘이 쓰던 방을 혼자 쓰는 방으로 바꾸고 월세를 두 배 가까이로 올리겠다고 하면서, 살지 않을 거라면 한 달 내로 방을 빼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면서, “내쫓기듯 나온 하숙방에서 거처를 옮겨, 지금은 달팽이집에 거주하고 있다”고 했다. 김 씨는 달팽이집에서 “스스로 주거비를 부담해낼 수 있고, 살고 싶을 때까지 살 수 있고, 신뢰를 바탕으로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며 서로가 서로에게 안전망이 되고, 그래서 집의 안과 밖이 편안한 삶을 누리고 있다”며, “집이 짐이 되는 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보다 집 다운 집에서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브리핑을 마쳤다.
이어 발언에 나선 임경지 민달팽이 유니온 위원장은 각 정당들이 경쟁적으로 청년주거정책을 내 놓고 있지만 “여전히 ‘00만호 공급’ 등 공급중심 정책”이라고 지적하며, “집은 잠만 자는 곳이 아니라 살고 싶은 집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를 위해 각 정당들이 저렴한 집을 얼마나 공급하느냐 만이 아니라 “주거환경과 주거문화를 동시에 개선하는 대책”을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특히 그는 그동안 주거 정책이 주택의 공급에 초점을 맞추며 “살고 싶은 집이 아니라 사고 싶은 집”이 되었다면서, 터무니없이 높아진 주택가격으로 인해 “평생을 세입자로 살아갈 세대에 대해 첫 질문을 던지는 총선”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 발언에 나선 조성주 선대위 대변인은 정의당의 청년주거 정책의 특징을 “지금 청년세대가 마주하고 있는 위험의 구체적 특징과 현재 청년들의 임대시장에서 겪고 있는 상황, 그리고 1인 가구 확대 같은 삶의 방식이 변화하는 것에 주목”했다고 설명하고, ▲ 공정임대료로 월세 규제 도입, ▲ 주택도시보증공사 보증 보증금 안심대출 ▲ 표준임대차계약서로 월세관리비 공정화 등 공약실현을 약속했다.
공천갈등 속에서 사라진 민생문제를 부가하기 위한 정의당의 ‘1일 청년대변인’은 31일에도 계속되며, 이 날은 정부 추진 취업성공패키자에 참가한 청년구직자 이승휘씨가 1일대변인이 되어 활약한다.
[김솔아 1일청년대변인 브리핑 전문] 누구나 보다 집다운 집에서 살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대학을 서울로 오면서, 부모님으로부터 독립해 하숙을 시작했습니다. 장롱 두 개, 책상 두 개가 놓여 있고, 두 명의 사람이 바닥에 요를 깔고 누우면 공간이 꽉 차는 그런 방에서 서울살이를 시작했습니다. 스스로 월세를 충당하려 낮에는 학교를 저녁엔 아르바이트를 다녔습니다. 과외를 여러 개 해보기도 했고, 레스토랑에서 서빙을 하고, 호텔에서 접시도 날랐습니다. 그렇게 5년을 보냈습니다.
그러나 보통의 대학생이 학교를 다니면서 아르바이트를 통해 생활비를 마련하고, 이 안에서 주거비까지 온전히 감당해내는 것은 보통의 일이 아니었습니다. 스스로의 비용 부담을 덜기 위해 부모님에게 다시 의존하거나, 시간을 벌기 위해 휴학을 하거나, 이도 저도 안 되면 억지 체력으로 버텨내거나 중 한 가지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들의 연속이었습니다. 스스로 주거비를 마련하면 하는 대로 힘에 부치고, 마련하지 못하면 못하는 대로 부모님에게 미안한 순간들의 연속이었습니다.
이것은 비단 저만의 일이 아니었습니다. 독립하고 싶어도 스스로 비용을 마련하지 못해 부모님과 함께 사는 친구, 집이 멀어 어쩔 수 없이 독립했지만 서울의 높은 월세가 부담스러워 쉴 틈 없이 아르바이트를 하는 친구. 높은 액수의 보증금을 마련할 수 없는 경우, 집주인에게 내야 하는 월세는 더 높아지기 마련이고, 그럼 저와 같은 청년들은 적은 보증금으로라도 내 짐과 몸을 놓을 수 있는 공간이 있음에 감지덕지하며 이 정도의 월세쯤은 마땅히 감당해내는 게 당연한 순리처럼 느껴지던 것들이었습니다.
그러나 집을 소유하지 못한 청년이 감당해야 하는 것은 주거비만은 아니었습니다. 집을 가지지 못한 청년은 언제든 혹은 계약 시기가 다가올 때마다 주거비 인상 혹은 내쫓김을 걱정해야 합니다. 실제로 저는 5년차 하숙을 하고 있던 집에서, 집주인어머님께서 둘이 쓰던 방을 혼자 쓰는 방으로 바꾸고 월세를 두 배 가까이로 올리겠다고 하시면서, 살지 않을 거라면 한 달 내로 방을 빼줬으면 좋겠다고 하셨습니다.
내쫓기듯 나온 하숙방에서 거처를 옮겨, 현재 저는 지금 달팽이집에 살고 있습니다.
1인실 보증금 77만5천원, 월세 31만원을 내고 있습니다.
달팽이집2호에서 2인실을 쓰고 있는 친구는 월세 23만원을 내며 살고 있습니다.
청년 개인이 충분히 부담 가능한 보증금과 월세라서, 어떤 친구는 처음으로 부모님으로부터 독립해보게 되었고, 어떤 친구는 돈 때문에 억지로 다니던 일을 그만두고 다른 일을 준비할 여유를 갖게 되었고, 어떤 친구는 너무나 하고 싶던 일, 그러나 벌이가 좋지 않은 일을 자신 있게 지속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집주인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함께 완충작용을 해주는 사람들이 있어 싫으면 싫다, 불편하면 불편하다를 말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한 더 살고 싶다면 얼마든지 계속 살 수 있게 되었습니다. 내가 어디에 몸을 뉘일지를 집주인이 아닌 내가 결정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물론 단순히 부담가능한 주거비, 존중받는 임차인 관계만으로 한 개인의 삶의 질이 눈에 띄게 올라가지는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저는 달팽이집에서 제 삶이 점점 풍요로워지고 있음을 매일의 일상에서 실감하고 있습니다.
달팽이집에 함께 사는 한 언니는 매일 아침 출근 할 때 마다 방문을 활짝 열어놓습니다.
집주인분은 방문에 열쇠를 하나씩 장만해야 하지 않겠냐며 걱정하셨었지만, 우리는 걱정이 없습니다.
우리는 방 밖이 불안하지 않습니다.
되려, 방 밖, 집 밖이 불안해서 문을 꽁꽁 걸어 잠그고 나면, 방 안에서 나 스스로 고립되고, 외로워지기 마련입니다.
달팽이집에 함께 사는 한 친구는 고시원에 살면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저렴한 주거비에 맞추다보니 매우 좁을 수밖에 없었던 방의 크기나 환경이 아니라, 지독한 외로움이라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매우 얇은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수많은 사람들이 고시원 건물에서 함께 살고 있지만, 방안에 있는 순간마다 밀려오는 외로움에 숨이 막히곤 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달팽이집에서 우리는 방밖이 편안하고, 방안에서도 그다지 외롭지 않습니다. 언제든 문만 열면 함께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으니까요. 혼자 있어도 혼자가 아님에 늘 든든합니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집에 들어가면, 함께 사는 사람들이 방에서 거실에서 인사를 건넵니다.
아침에는 밥을 나눠 먹고, 저녁에는 같이 영화를 보거나, 술 한 잔 하며 시시콜콜한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때로는 한없이 진지한 인생 상담을 나누기도 합니다. 주말에는 함께 늦잠을 자고 일어나 부운 얼굴로 인사 나누며 서로를 놀리기도 하고, 같이 장을 보고, 쇼핑을 하고, 영화를 보기도 합니다. 서로의 친구를 데려와 소개시켜 주기도 하고, 함께 집밥을 먹으며 새로운 관계를 맺기도 합니다. 달팽이집 1호, 2호, 3호를 넘나들며 함께 잠을 자고, 밥을 나눠먹고, 관계를 맺어 서로 놀러다니기도 합니다.
책상 하나, 옷장 하나, 이부자리 하나면 끝이었던 하숙방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잠자는 것뿐이었습니다.
이제 저는 달팽이집에서 잠도 자고, 함께 요리를 하고, 수다를 떨고, 영화를 보고, 친구를 초대할 수 있습니다. 함께 지내는 것이 마냥 쉽지만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앞으로도 이 집에서 살아가려 합니다. 함께 하는 삶이 내 삶을 얼만큼 풍요롭게 바꾸어내고 있는지, 저는 매일 실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집다운 집이란, 좋은 집이란, 바로 달팽이집이 아닐까 합니다.
달팽이집에서 청년 개인은 스스로 주거비를 부담해낼 수 있고, 살고 싶을 때까지 살 수 있고, 신뢰를 바탕으로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며 서로가 서로에게 안전망이 되고, 그래서 집의 안과 밖이 편안한 삶을 누립니다.
사회구성원들의 삶이 나아지는 방법은 멀리 있지 않습니다. 새롭게 창조되어야 하는 무언가가 아닙니다. 이미 사회에 있고, 그렇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저는 달팽이집 같은 집들이 앞으로 더 많이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청년뿐만 아니라, 집이 짐이 되는 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보다 집다운 집에서 살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2016년 3월 30일
정의당 선대위 대변인실
참고 정의당 청년주거 정책(파일 첨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