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도자료] 심상정 상임대표, 국방공약 발표 기자회견 모두발언
[보도자료] 심상정 상임대표, 국방공약 발표 기자회견 모두발언 
 

“정의당 국방공약, 6대 중심과제로 우리 군의 성격과 구조를 근본적으로 혁신하는 국방개혁의 원대한 밑그림 제시” 


일시 : 2016년 3월 17일 10:00
장소 : 국회 본청 216호
 
 
 
전쟁이 중단된 상태로 반세기를 지나오며 대한민국은 안보국가였습니다. 안보는 국가의 생존과 국민의 번영을 위한 수단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안보 그 자체가 목적이 되었습니다. 국민에게 과도한 의무와 희생을 요구하고, 인권을 제한하고 민생을 침해하는 권위주의형 안보입니다. 그 결과 국민을 위한 안보가 아니라, 안보를 위한 국민으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이것은 ‘가짜 안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1월 북한의 핵실험 이후에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이 격화되고 있습니다. 남북이 경쟁적으로 선제공격 의지를 밝히고 있습니다. 전쟁을 억제하는 이렇다 할 안전장치가 남아있지 않는 상황에서 전쟁을 불사하겠다는 강경발언은 한반도를 파멸로 이끌 불씨에 다름 아닙니다. 이것은 ‘실패하는 안보’입니다.
 
자살 우려자로 분류돼 연간 3000명이 넘는 병사들이 그린캠프에 수용됩니다. 그럼에도 스스로 목숨을 끊는 장병의 수가 연 평균 100여명에 달합니다. 사회에서 ‘열정페이’에 시달리는 청춘이 군에 와서는 ‘애국페이’를 강요받고 있습니다. 월급 15만원 주고서는 보급품을 사서 쓰라고 합니다. 사비를 들여 군복무 하라는 말입니다. 병사 한 명이 군 복무기간에 집에서 타서 쓰는 돈이 평균 271만원입니다. 국가가 장병 부모들의 호주머니를 털어 군을 유지하고 있는 형국입니다.
 
인구감소로 부적응자까지 마구잡이로 징집하는 현실입니다. 지금 우리 군은 신체허약자, 심리이상자, 인지능력저하자를 포함해, 입영대상자 중 무려 89%를 징집하고 있습니다. 이런 과도한 징병으로 병영은 거대한 집단 수용소가 돼버렸습니다. 끊임없이 병사들을 감시하고, 타이르고, 윽박지르는 것이 초급 간부들의 주된 일이 돼버렸습니다. 최전방 근무자들 경우 밤 10시가 되어도 퇴근하지 못하고, 하루 평균 15시간씩 근무하는 실정입니다. 우리 병영이 또 하나의 헬조선이 돼버렸습니다.
 
이대로라면 우리 군은 인구절벽에 따른 충격을 고스란히 받게 될 것입니다. 2020년대 중반에 이르면 50만 명 수준의 기존 병력이 유지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 됩니다. 우리 군은 아래로부터 무너져 내리는 상황에 직면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런데도 박근혜정부는 ‘국방개혁 기본계획’을 통해서 2022년까지 병사 30만 명을 포함해 50만의 병력 규모를 유지하겠다고 합니다. 오직 현재 병력 유지하는 것이 최선의 국방정책인 것처럼 호도하고, 징병 숫자에만 집착하는 박근혜정부의 무능은 안보를 위협하는 정부라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군 복무체계를 잘못 관리한데 따른 폐단은 이 뿐만이 아닙니다. ‘한국노동패널’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고졸 청년이 졸업 후 군 입대까지 걸리는 대기기간은 평균 24개월입니다. 또 제대 후 첫 직장을 구하기까지 평균 31개월이 소요됩니다. 이런 군 복무를 전후로 한 손실 기간에 21개월의 군 복무기간을 합하면 76개월입니다. 우리나라 20대 청춘들이 6년이 넘는 기간동안 사실상 실업상태에 놓이게 됩니다. 국방의 의무라 강변하기에는 개인이 감내해야 할 손실이 너무 과도합니다. 청년들의 손실은 곧 사회적 비용입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이런 국방, 이런 안보 그대로 방치할 수 없습니다. 오늘 발표될 정의당의 국방공약은 우리 군의 성격과 구조를 근본적으로 혁신하는 국방개혁의 원대한 밑그림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지금부터 6대 중심과제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첫째, 민간 출신을 국방장관에 임용하는 ‘안보 민주화’ 조치를 단행하겠습니다.
 
지금까지 국방장관 및 주요 보직은 군 출신의 전유물로 여겨져 왔습니다. 그럼으로 국방부는 국민을 대리하여 군을 통제하는 역할이 아니라, 군을 대리하여 국민을 통제하는 조직으로 군림해 왔습니다. 국민안보시대를 열기 위해서는 안보를 주권자인 국민에게 되돌려 주어야 합니다. 국방부 장관을 비롯한 국방부 소속 공무원을 원칙적으로 문민화 할 것입니다. 단, 제복을 입은 군인의 전문성과 의견이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합동참모본부 등에 합당한 의견개진 권한과 통로를 마련할 것입니다.
 
둘째, 적정 군 병력을 2025년까지 40만 명 수준으로 감축하도록 할 것입니다.
 
2025년 21세가 되는 남아의 수는 22만5000명으로 현재보다 11만 명이나 줄어들게 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50만의 군 병력을 유지하는 것은 지극히 비현실적입니다. 과감한 감축안이 마련되어야 합니다. 또한 단순히 군 병력 감축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우리 군의 전력, 부대, 인력구조를 일대 혁신하는 ‘2025년 목표군’을 기획하고, 지금부터 준비해나가야 합니다. 군 병력감축에 따른 전력손실을 보완하기 위해, 군의 과학화·현대화를 서두르고, 예비군 전력에 대한 활용도를 효과적으로 높여야 합니다. 소수·정예화 군으로도 충분히 안보를 감당하도록 하겠습니다.
 
셋째, 2025년까지 모병제를 주축으로 한 병역제도를 전환하겠습니다.
 
우리 군을 고도의 직업의식과 역량을 갖춘 전문가 집단으로 변화시키고, 안전하고 수준 높은 복지를 제공하겠습니다. 2025년에는 징병제의 기본틀은 유지하되, 의무복무자는 후방과 비전투분야에서 근무하도록 할 것입니다. 의무복무자 중 매년 2만5000명을 모집해 4년 간 전투 및 전문분야에서 전문병사로 복무토록 하고, 다시 이들 중 장기복무자를 선발함으로써, 사실상 전투와 전문분야는 완전히 직업군인으로 충원할 것입니다. 이럴 경우 2025년 40만 명 규모의 우리 군은 간부 20만, 전문병사 10만, 의무병 10만으로 구성되는 전문 직업군대로 전환하게 됩니다.
 
넷째, 만 18세에 군 입대가 가능하도록 ‘군 복무 예약제’를 실시하겠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고졸 입대자의 경우 군 복무 21개월을 포함해 총 76개월을 사실상 사회적 잉여로 살아가게 됩니다. 대학 진학자들 역시 군 복무로 인한 학업단절과 제대 후 취업을 위한 경력보완에 군 복무기간을 포함해 31개월이 소요됩니다. 단순히 군 복무기간이 아니라 군 복무에 따른 총비용을 줄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정의당은 고졸의 경우 군 복무 총비용을 76개월에서 27개월로, 대학진학자의 경우 31개월에서 26개월로 획기적으로 낮추고자 합니다. 이를 위해 고등학교 1학년부터 개인 맞춤식 군 복무 안내를 통해 18세가 되면 고등학생이라도 원하는 부대에 입대를 예약해 졸업 후 바로 군 입대가 가능하도록 ‘입대 예약제’를 실시하겠습니다. 군 복무 총비용을 줄여 청년들의 사회진출이 빨라지면 경제활동인구를 증가시키는 효과를 갖습니다. 군 복무 비용 축소는 경제를 활성화하고 사회적 후생을 증진시키는 청년·병영 융합정책입니다.
 
다섯째, 인권과 정의가 실현되도록 병영문화를 혁신하겠습니다.
 
오늘 우리 군은 인권의 사각지대라는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습니다. 자식을 군대에 보낸 우리 부모님들이 걱정과 불안에 잠을 설칩니다. 정의당은 군사법원을 폐지하여 장병들에게도 민간법원에서 재판받을 수 있는 헌법상의 권리를 부여하도록 할 것입니다. 또한 국회 소속의 군 인권감독관을 운영하여, 상시적으로 군의 반인권 사건에 대한 조사권을 행사하도록 할 것입니다. 자살자 수용소로 전락한 그린캠프는 즉시 해체하고 군 복무 부적응자는 군에서 조기 제대하도록 제도를 개선하겠습니다. 이를 통해 인권이 보장된 개방형 병영으로 대전환을 이루도록 하겠습니다.
 
여섯째, 헌신과 희생을 합당하게 보상하는 ‘전역디딤돌 정책’을 마련하겠습니다.
 
군 의무복무는 공동체의 존립과 번영을 위해 헌법에 부여된 국민의 의무입니다. 국민들에게 높은 헌신과 희생을 요구하면서도 합당한 대우와 보상은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청년들이 의무복무에 대해 자긍심 보다는 박탈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정의당은 장병의 원활한 사회진출과 적응을 돕는 ‘전역 디딤돌 정책’을 마련했습니다. 현재 중장기복무자에만 제공되고 있는 진로취업교육을 5년 미만 단기 복무자와 의무복무 장병들까지 확대하겠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최고의 안보정책은 바로 평화정책입니다. 전쟁의 공포가 높아지게 되면 아무리 국방개혁을 하더라도 큰 의미가 없습니다. 분단된 한반도에서 국민에게 최고의 복지는 바로 평화가 될 것입니다. 그 어떤 국방·안보 정책보다도 한반도 비핵화 평화의 실현이 가장 중요한 이유입니다.
 
정의당은 대한민국이 비핵평화 한반도를 구현하는 평화국가, 중견국가, 교량국가로서 동북아시아에서 자랑스러운 나라가 되도록 국가의 외교·안보 전략을 준비하겠습니다. 그러나 평화로 가는 멀고 험난한 여정에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물샐 틈 없이 지키는 튼튼한 안보를 뒷받침하는 국방정책에도 만전을 기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16년 3월 17일
정의당 대변인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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