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심상정 상임대표·나경채 공동대표·정진후 원내대표, 45차 상무위 모두발언
심상정 상임대표 “여야협상 진도 내지 못하는 배후에 청와대 있어…허수아비 대표 뒤로 물리고 차라리 박 대통령이 교섭 전면에 나서길”
“위안부 문제 회담, 따질 것 확실히 따지고 짚을 것 제대로 짚어야…‘창의적 해법’이 굴욕적 양보에 지나지 않는다면 더 큰 반발과 후유증 낳게 될 것”
“인천아동학대 사건, 정부는 공권력 없어도 될 곳에 과도한 힘 쏟아붓더니, 정작 행정력 절실히 필요한 곳에는 무능하고 무책임한 모습 보여”
나경채 공동대표 “기아차 비정규직 고공농성 200일…10조 한국전력 부지 매입한 현기차, 의지만 있다면 비정규직 문제 해결 할 수 있어”
“뇌출혈 사망 20대 산재 아니라는 대법원, 한국사회가 노동·노동가치에 대해 어떤 시각 갖고 있는지 그대로 보여줘”
정진후 원내대표 "앵무새처럼 같은 말만 반복하는 새누리당, 직권상정되면 자신들에게 유리한 선거구 획정안을 다수의 힘으로 밀어붙이려는 것 아닌지 의구심 갖기에 충분해"
"거대 양당만의 협상, 상임위의 심의 기능 마비시키고 법안을 양당 간의 협상 카드처럼 다뤄…국회 존재 이유를 스스로 부정하는 꼴“
일시: 2015년 12월 28일 오전 9시
장소: 국회 본청 농성장
■심상정 상임대표
(여야협상 결렬)
선거구획정을 둘러싼 여야 협상이 또 빈손으로 끝났습니다. 꽉 막힌 정국을 풀어낼 능력도 의지도 없는 여야협상이 국민들의 피로감과 정치 혐오만 키우고 있습니다. 제 구실도 못하면서 교섭단체라는 패권은 움켜쥔 양당의 행태에 넌더리를 내고 있습니다.
새누리당은 지금의 교착상태가 마치 야당의 최근 난맥상 탓으로 몰아 가려 합니다. 그러나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습니다. 여러 차례 지적했듯이, 여덟 번의 협상이 제자리걸음을 한 이유는 합의를 위해 단 한 번도 진전된 안을 가져오지 않은 새누리당 때문입니다. 안면몰수하고 버티면 기득권을 지킬 수 있다는 저열한 속셈입니다. 게다가 부당한 기득권 보전도 모자라서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에 맞춰 개악안을 날치기할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는 소문도 있습니다.
노동5법과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 쟁점법안에 대한 양당의 논의도 무의미한 공전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이는 정부여당이 노동권과 인권, 공공성을 중대하게 훼손하는 법안을 대통령의 관심 법안이라는 이유로 일방적으로 밀어붙인데 따른 결과입니다. 정부여당은 거짓 통계와 협박으로 날림입법을 재촉할 것이 아니라, 지금이라도 합당한 사회적 논의와 민주적 입법절차를 밟아갈 것을 촉구합니다.
선거구든 쟁점법안이든, 여야협상이 좀처럼 진도를 내지 못하는 배후에는 청와대가 있습니다. 지금 박근혜 대통령은 새누리당의 당 총재입니다. 지금 여야 교섭의 실권은 장막 뒤의 청와대가 틀어쥐고 있습니다. 여당 지도부는 최소한의 재량권도 없는 하청 관리자로 전락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뒤에서 결렬을 조종하고, 앞으로는 일 안하는 국회를 질타하는 1인2역의 상황극을 펼치고 있습니다. 이럴 거면 허수아비 대표는 뒤로 물리고 차라리 박근혜 대통령이 교섭의 전면에 나설 것을 촉구합니다. 그것이 그나마 효율적인 방안이 될 것입니다.
(위안부 문제 회담)
며칠 동안 한일 외교가가 위안부 문제로 분주했습니다. 오늘 열리는 한일 외교장관 회담이 끝나면 그 이유를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의아한 점은 위안부 해법마련을 위해 양국이 서두르는 모양새와 달리, 그 어디에서도 일본 측의 전향적인 태도와 움직임은 찾아볼 수 없다는 점입니다. 기껏 나오는 얘기는 피해자를 위한 기금조성처럼 과거 실패를 답습한 대책입니다. 오히려 이참에 한국의 위안부 문제제기를 끝내겠다거나 소녀상을 철거해야 한다는 등 누가 사죄의 당사자인지 모를 황당한 발언이 쏟아집니다.
일본의 거침없는 언론플레이에 우리 외교부는 침묵으로 일관했습니다. 마지막에 나온 외교부 장관의 반박도 큰 힘이 실려 있지 않습니다. 양측이 ‘창의적 해법’이라는 미명 하에 일본의 법적책임을 교묘하게 우회하는 방안에 교감을 이룬 후, 여론을 떠보는 것이 아닌지 우려스럽습니다.
한일관계의 새로운 전기마련을 위해 위안부 문제가 해결되어야 한다는 생각에 이견이 있을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여태 위안부 문제 해결이 미뤄져온 것은 일본이 법적 책임은 완강히 부인한 채 사실상 돈 몇 푼 쥐어주고 끝내려 했기 때문입니다.
해결을 위한 해결은 의미가 없습니다. 따질 것은 확실히 따지고 짚을 것은 제대로 짚을 것을 정부에 당부합니다. 또한 만약 양국이 찾고 있는 ‘창의적 해법’이 피해자들과 국민이 납득할 수 없는 굴욕적인 양보에 지나지 않는다면, 더 큰 반발과 후유증만 낳게 될 것을 유념해야 할 것입니다.
(인천 아동 학대 관련)
세밑에 인천 아동 학대 사건이 드러나 많은 이들의 가슴을 아프게 했습니다. 아동 학대 문제는 우리 사회에 뿌리깊은 가부장 문화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는 점에서 인식의 전환이 시급합니다. 자식을 부모의 소유물로 보는 생각, 폭력과 학대를 훈육으로 착각하는 문제 등을 바로잡지 않으면 제2, 제3의 아동학대 사건은 재발할 수밖에 없습니다. 굳이 남의 집 가정사에 끼어들 것 없다는 식의 무관심도 상황을 악화시킬 뿐입니다. 이참에 방치된 아이가 없는지 우리 주변을 세심하게 돌아보는 기회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러나 사회의 인식 변화만큼 중요한 게 국가의 역할입니다. 사회적 약자를 돌보는 일은 국가의 중요한 의무 가운데 하나이고, 부모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 국가가 직접 아이의 보호자로 나서야 하는 것이 마땅합니다. 이번 인천 아동 학대 사건은 국가가 이같은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서 벌어진 일입니다. 박근혜정부는 공권력이 없어도 될 곳에 과도한 힘을 쏟아붓더니, 정작 행정력이 절실히 필요한 곳에는 무능하고 무책임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열한살의 어린 아이가 2년 동안 집에 갇혀 가혹하게 학대를 당하는 동안 경찰과 교육부는 무얼 했단 말입니까? 앞서 정부는 울산과 칠곡에서 벌어진 아동학대사건으로 별도의 특례법까지 만들어 시행했지만, 급조된 대책과 일회성 관심으론 또 다른 아동학대를 막을 수 없다는 점이 이번에 확인됐습니다.
교육부는 이제서야 부랴부랴 장기 미등교 초등학생에 대한 실태파악에 나섰습니다. 정부여당은 다음달 초 아동학대 근절을 위한 종합대책을 내놓겠다며 뒤늦게 부산을 떨고 있습니다. 정작 내년도 아동학대관련 예방·보호 예산은 올해보다 26.5%나 감액 편성된 상태입니다. 상황이 이런 데도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아동학대 예방과 대책을 위해 그런대로 잘 만들어진 법이 있지만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습니다. 마치 딴나라 이야기를 하는 것 같습니다. 정부 예산을 심사하는 곳이 어디입니까? 있는 법조차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면 안정적 예산으로 뒷받침하지 못한 여권의 책임이 무엇보다 큽니다. 정부여당은 여론에 편승해 미봉책만 남발할 것이 아니라 지속적 관심과 관련예산 증액으로 확실한 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나경채 공동대표
(기아차 비정규직 고공농성 관련)
기아자동차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동자 두 명이 기아차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주장하며 서울 도심 빌딩 광고탑에 오른지 어제로 200일이 되었습니다. 여름이 시작될 즈음에 시작된 농성이 한겨울이 되도록 계속되고 있는 것입니다.
사내하청의 불법성이 인정된 뒤에도 기아자동차 전체 비정규직 노동자 4천여명 중 불과 10%정도인 4백여명만이 정규직으로 채용 되었을 뿐 비정규직 문제는 여전한 상황입니다.
이는 우리 사회 전체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실적이 최고치를 갱신하고 사내보유금이 쌓여만 가도 여전히 비정규직은 늘어만 가는 것이 현실입니다. 특히 현대기아차 그룹의 경우 10조원으로 삼성동 한국전력 부지를 매입하기도 했습니다. 그 돈이면 어림잡아도 2만명을 10년간 고용할 수 있는 돈입니다. 의지만 있다면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지지와 응원의 말씀과 함께 추운날씨에 농성중인 노동자들의 건강과 안위를 기원합니다. 무엇보다 농성이 빨리 마무리될 수 있도록 기아차를 포함한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는데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업무상재해 대법원 판결 관련)
노동과 노동가치에 대한 한국사회의 시선을 그대로 보여준 대법원 판결이 있었습니다. 지난 2012년 건축사사무소에서 건축설계기사로 일하던 김모씨는 업무 중 심한 통증을 호소해 병원으로 갔으나 뇌출혈로 결국 사망했습니다. 29세의 나이였습니다. 유족들은 김씨가 과로로 인한 업무상재해로 사망했다며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와 장의비를 청구했지만 대법원은 이에 대해 근거없다고 판결한 것입니다.
김씨는 사망하기 몇 달 전부터 월 2~3일 휴일만 가진 채 일했고 사망한 당월에는 휴일도 없이 매일 근무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은 ‘휴무없이 근무하긴 했으나 보통은 오후8시 이전에는 퇴근해 규칙적인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는 이유로 업무상재해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대법원의 이번 판결은 의학적 사실관계를 떠나 한국사회가 노동과 노동가치에 대해 어떤 시각을 가지고 있는지 그대로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휴일도 없이 매일 야근을 해도 ‘규칙적인 휴식이 있다’, ‘그 정도의 노동과 과로·스트레스는 사망과 상관관계가 없다’라고 판결할 수 있는 배경에는 장시간 노동, 휴일근무에 익숙한 한국사회의 현실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추가노동을 당연시하는 기업과 기업문화가 있습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노동자들의 삶의 질은 둘째치고 이처럼 생존의 문제로 장시간 노동을 마주하게 됩니다. 한국은 이미 OECD 최대노동시간 1위를 다투고 있습니다. 이 문제를 사회적으로 해결해나가려해도 부족한 상황에 노동개악을 통해 노동시간을 더욱 늘리고자 하는 것이 지금의 현실입니다.
정의당은 장시간 노동문제를 포함한 노동개악시도를 가장 앞장서서 막아왔습니다. 더 나아가 노동과 노동가치가 존중되는 사회, 우리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의 질을 고민하는 사회를 만들어가는데 정의당이 늘 앞장서겠다는 다짐을 드립니다.
■ 정진후 원내대표
(선거구 획정 합의 불발 관련)
어제 국회의장과 교섭단체 지도부가 다시 모여 선거구 획정과 관한 협의를 했지만 불발로 끝났습니다. 예비후보등록일을 넘기면서까지 선거구 획정이 늦어지고 있는 것에 가장 큰 책임은 새누리당에 있습니다.
새누리당은 지역 대표성 뒤에 숨어 자신들이 지금까지 얻어온 부당이득을 내려놓지 않고 있습니다. 43%의 득표로 51%의 의석을 얻을 수 있는 지금의 제도를 지키자는 입장에서 일보의 진전도 없습니다.
정치부터 승자독식, 부당이득으로 인한 불공정거래가 판치고 있고, 기득권을 쥔 정당이 자신들이 불리하다는 이유로 이렇게 결사적으로 반대하는데, 어떻게 정치권이 경제와 사회의 공정한 개혁을 논할 수 있겠습니까?
이번 선거제도 개혁의 핵심은 민심을 얼마나 제대로 국회에 반영하는가에 있습니다. 선관위와 야당, 국회의장과 정개특위 위원장이 제시한 모든 제안을 거부하고 앵무새처럼 똑같은 말만 반복하는 여당의 모습에 참담하기만 합니다.
지금 새누리당의 모습은 여야 협상에서 버티기로 일관하다가, 직권상정되면 본회의에서 자신들에게 유리한 선거구 획정안을 다수의 힘으로 밀어붙이려는 것이 아닌가하는 의구심을 갖게 하기에 충분합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국민이 지켜보고 있음을 똑똑히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쟁점법안 관련)
쟁점법안에 관한 논의가 원내 교섭단체 사이에서만 진행되고 있습니다. 우리 당은 상임위 중심주의가 일상적으로 훼손되고 있는 작금의 사태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합니다. 상임위의 심의 기능을 마비시키고 법안을 양당 간의 협상 카드처럼 다루는 태도는 의회주의에 대한 심각한 도전입니다.
쟁점법안에 대한 정의당의 입장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우선 서비스산업발전법은 정부가 공공서비스 영역을 마음대로 좌지우지할 수 있는 법안이라 반대합니다. 지금 교섭단체 협상에 나오는 얘기처럼 어떤 분야를 더하고 빼고의 문제가 아닙니다.
기업활력법은 재벌의 비정상적인 경영권 승계에 악용될 수 있는 법안입니다. 국민들의 경제민주화 요구에 정확히 역행하는 길입니다. 재벌 전체를 적용대상에서 배제하고, 구조조정시 노동자 합의를 의무화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테러방지법은 국정원의 국내정치 개입이 제도적으로 방지되지 않는 한, 이 법안은 테러방지법이 아니라 국민 기본권 침해법이 될 것입니다.
북한인권법은 그 취지에는 공감하나 우려가 큰 것이 사실입니다. 북한 인권을 신장하기 위한 노력은 한반도 평화를 추진하는 방향에서 진행돼야 합니다. 지금까지 남북관계에 악영향만 끼쳐온 북한인권단체와 북한의 인권문제를 기록하는 것으로 북한 인권 신장이 가능하리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마지막으로 노동 5법은 단호히 반대한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특히, 비정규직을 위한다는 말로 비정규직을 확대해온 기존의 파견법, 기간제법을 더 확대하자는 것에 불과합니다. 여기에 일반해고 지침과 취업규칙 변경 지침까지 추진된다면, 한국은 그야말로 ‘헬노동'이 될 것입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쟁점이 있다고 공히 인정하고 있는 법안들을, 교섭단체들만 협상해 처리한다면, 국회의 존재 이유를 스스로 부정하는 꼴이 될 것입니다. 19대 국회가 최악의 국회라는 오명은, 법안을 많이 처리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입법의 원칙조차 무시한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의 ‘작당정치' 때문임을 엄중히 경고합니다.
2015년 12월 28일
정의당 대변인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