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리핑] 한창민 대변인, 대통령·여당의 비상사태 타령/미군 탄저균 조사결과/새누리당 선거구 획정 몽니 관련
일시: 2015년 12월 17일 오후 3시 50분
장소: 국회 정론관
■대통령·여당의 비상사태 타령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의 ‘비상사태’ 타령이 점입가경이다.
자기들 입맛에 맞는 법안이 통과되지 않아 조바심이 생기는 점은 알고 있지만 아무데나 두고 ‘비상’ 운운하는 것은 국민들을 호도하기 위한 얄팍한 말장난일 뿐이다.
지금 국회에서는 멀쩡히 상임위도 열리고 있고, 비록 정의당이 논의에 함께하지는 못했지만 양당 대표가 만나서 논의를 하는 모습도 보여주고 있다.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애써 모른체 하지만, 야당은 인내하며 민생문제는 빠짐없이 챙기려고 하고 있다.
비상사태는 말도 안 되지만 굳이 그런 표현을 쓰고자 하면 번지수가 달라져야 한다. 헌법상의 삼권분립 원칙마저 훼손하며 국회와 의장을 겁박하는 것과 노동 악법을 밀어붙여 국민들의 삶의 근간을 뒤흔드는 것, 2000만 사표를 외면하면서 당리당략에 몰입하고 있는 새누리당의 몽니와 역사교과서 국정화 등 역사와 민주주의와 민생의 퇴행이야말로 오히려 ‘비상한 상황’이라 할 수 있다.
더욱이 박근혜 대통령의 과거를 떠올리면 ‘비상’이란 용어의 남발이 더 민망하게 된다. 10년 전 박근혜 대통령은 사학법 개정 반대를 외치면서 57일간 장외로 떠돌았던 야당의 수장이었다. 그 때 박 대통령은 민생과는 아무런 상관없는 사학 재단의 기득권 방어를 위해 국회를 공전시켰던 장본인이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지만 너무 어이없는 대통령의 입장변화다.
결국 비상한 시국은 대통령과 새누리당의 ‘비상한’ 현실 인식이 나은 비민주적인 용어다. 지금 국정을 혼란시키고 민생을 도탄에 빠뜨리는 것은 오롯이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이다.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비상 운운하며 국민들을 호도하려 하지 말고 먼저 ‘비정상적 행태의 정상화’로 변화되길 바란다.
■미군 탄저균 조사결과
지난 4월 드러난 주한미군 오산기지 탄저균 샘플 배송에 대한 한미합동실무단 공동 조사결과가 발표됐다.
이에 따르면, 주한미군은 2009년 부터 작년까지 총 15차례에 걸쳐 탄저균 샘플을 국내로 반입했고, 최근에는 페스트균까지 들여온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대해 한국 정부에 사전 동의를 구하거나 통보조차 하지 않았다고 한다.
경악을 금할 수 없다. 우리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담보로 한 주한미군의 이같은 행태를 강력히 규탄한다.
또한 이 사실을 파악조차 못했던 정부의 무능에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한미 양국은 재발방지를 위해 이와 관련한 규정을 SOFA 부속문서 형태로 신설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그 내용을 보면 주한미군이 검사용 샘플 반입 시 우리 정부에 샘플의 종류, 용도 등에 대해 사전에 통보한다는 내용이 전부이다. 이것은 우리와 같이 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독일과 비교했을 때 매우 미흡한 것이다.
독일의 경우 주둔 미군에게도 독일의 건강과 위생에 관한 법령이 적용되고, 이에 따라 주둔 미군이 생화학 물질 등을 수입·검사·방제하려면 독일 당국의 허가를 받을 것을 명시하고 있다.
한국 역시 독일과 같은 수준으로 SOFA가 개정되어야 한다. 한국의 건강과 위생 관련 법령이 주한미군에도 적용되도록 하고, 특히 국내법으로 반입이 금지되어 있는 물질에 대해서는 반드시 사전에 우리 정부의 통보·협의·승인을 얻도록 명시해야 한다.
특히 주한미군 사령부는 이번 사태에도 불구하고 주피터 프로그램을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생물무기 보유 자체를 금지하고 있는 생물무기금지협약 가입국인 미국이 스스로 이 협약을 위반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는 것과 같다.
생화학 물질의 한반도 반입에 대한 우리 국민의 답은 단호히 NO다. 단 한 번의 실수로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을 초래하는 것이 생화학 물질이고 무기다. 그 어떤 안전장치도 완벽하다 말 할 수 없다.
박근혜 정부는 우리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SOFA 개정은 물론, 위험 물질의 국내 반입을 원천적으로 차단해야 한다. 필요하고 충분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아울러 미국 역시 우리 국민의 의사를 존중하고 국제규범을 성실히 준수해야 한다. 한반도에서 그 어떤 생화학 물질 반입도 실험도 즉각 중단할 것을 다시 한 번 강하게 촉구한다.
■새누리의 선거구 획정 몽니
어제 김용남 새누리당 원내대변인의 브리핑은 깊은 한숨이 나게 한다.
김용남 원내대변인은 선거구 획정 및 선거제도 혁신이 공전되고 있는 상황을 말도 안되는 이유를 들어 변명했다.
옳지 않지만, 백번 양보해서 새누리당이 자당의 이익을 위해서 연동형비례대표제의 도입을 반대하고 정치혁신에 몽니를 부리는 것 자체는 이해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당 지도부에 이어 공당의 원내 대변인조차 협의의 내용도 정확히 모르고 그저 무책임한 말을 늘어놓는 건 너무 한 것 아닌가?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사표방지와 아무 상관없다는 상식이하의 말과 현재 야당의 주장이라며 극단적 상황을 예시하며 남 탓 하는 모습, 그리고 적반하장으로 경기장 운운하며 선수 은퇴까지 말하는 것은 차마 웃을 수도 없고 서글펐다.
알면서 모르는 체 하는 비양심적인 행동도 문제지만, 만일 모르고 그저 앵무새처럼 이야기하는 것은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다.
제발 반대의 이유를 들려면 더 고민 좀 하길 바란다.
아무리 권력의 단 맛이 달콤해도 욕심이 과하면 반드시 탈이 나기 마련이다.
'벼랑 끝 전술'로 새누리당이 원하는 방향으로 정치가 퇴행하고 있으니 적당히 하시기 바란다.
2015년 12월 17일
정의당 대변인 한창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