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심상정 대표,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정당연설회 발언 전문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대한 국민들의 판단은 내려져...그래서 오늘 대한민국에 국정화 ‘논란’은 없다”
“박근혜대통령과 새누리당의 오만한 권력이 국민들의 말을 듣느냐 안듣냐의 문제만 있어...그들이 기어코 국민을 이기려 하느냐 아니냐의 문제만 있어”
일시 : 10월 31일 17:00
장소 : 광화문 파이낸스 빌딩 앞
시민 여러분. 안녕하세요.
정의당 대표 심상정입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은 ‘상식 대 몰상식’의 대결입니다.
역사 학자들이 만들지 않겠다고 말합니다. 어제 전국역사학대회에서 28개 학회가 ‘제작불참’을 선언하고 ‘국정화 철회’를 요구했습니다. 여기에 보수도 진보도 없습니다. 원로에서 소장학자들까지 망라되었습니다.
선생님들이 가르치지 않겠다고 말합니다. 역사교사 98.6%가 반대합니다. 전국 2904개 학교 2만1378명의 국정화 반대를 선언했습니다.
학생들은 배우지 않겠다고 합니다. 어린 학생들이 교복을 입은 채로 1인시위에 나서고 있습니다. 대학생 언니오빠들의 목소리는 더 거셉니다. 어제 36개 총학생회가 국정화 반대 공동선언문을 발표했습니다.
국민들이 반대합니다. 가장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반대는 49%, 찬성은 36%입니다. 정부가 여론을 듣겠다는 그 기간동안 여론은 반대로 완전히 돌아섰습니다.
그렇습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대한 국민들의 판단은 내려졌습니다.
그래서 오늘 대한민국에 국정화 ‘논란’은 없습니다.
대통령과 새누리당을 비롯한 오만한 권력이 국민들의 말을 듣느냐 안듣냐의 문제만 있습니다.
그들이 기어코 국민을 이기려 하느냐 아니냐의 문제만 있습니다.
그래서 이제 오만한 권력 대 건강한 상식을 가진 대다수 국민들과의 대결입니다. 이 싸움 누가 이기게 되어있습니까? 아니 민주정치에서 이런 대결이 애당초 가능할 수 있는 것입니까? 국민이 위임한 권력을 가진 이들이 국민에게 지게 되어 있는거 아닙니까?
시민여러분.
그렇습니다. 그들이 최소한의 양식을 가졌다면, 약간의 민주정치에 대한 이해만 있어도, 사태가 여기까지 오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시정연설에 나와 기어코 국정화를 철회하지 않았습니다. 아니 역사교과서 정상화로 규정하며 역사전쟁의 전면에 섰습니다. 시정연설은 이 사태의 본질이 무엇인지 여실히 드러냈습니다. 대통령이 교과서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는 사실이 비정상 중의 비정상입니다. 말로만 학자들에게 맡겨두자며 ‘비밀TF’를 꾸려 국정화 진두지휘하는게 비정상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정쟁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말했습니다. 효도교과서를 쓰겠다고 평지풍파를 일으켜, 국론을 분열시키고, 민생을 실종시킨 장본인이 누구입니까? 바로 대통령입니다. 지금 대한민국에서 정상화 되어야 할 것은 교과서가 아니라 대통령 아닙니까?
박근혜 대통령은 ‘집필되지도 않은 교과서’ 왈가왈부하지 말라고도 했습니다. 여러분 된장인지 다른 무엇인지 찍어봐야 압니까? 2008년 친일독재 뉴라이트 교과서 극찬한 사람이 대통령입니다. 역사학자 90%를 좌파로 보는 권력자가 주문제작한 교과서에 균형잡힌 시각을 기대하는 건 우물에서 숭늉찾는 일 아닙니까? 국민들은 한 페이지도 안 써졌는데도 이미 불량, 편향교과서로 확신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한 페이지도 쓰지 마십시오.
시민여러분,
권력이 국민으로부터 나오는 민주주의에서 이들은 어떻게 저리도 오만방자할 수 있는 걸까요? 도대체 그들이 믿는 구석이 무엇이기에 대다수 학자들과 선생님을 모욕주고, 학생들을 폄하하고, 국민들에게 노골적으로 대들 수 있는 걸까요?
그렇습니다. 그들은 지금 대통령만 보입니다. 대통령 말만 들으면 공천을 받을 수 있고, 그러면 끝이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들이 생각하는 민주주의입니다.
그러니 대통령의 돌격명령이 내려지자 추태에 가까운 난동을 벌이는 것입니다. 야당과 시민사회의 반대를 ‘적화통일 대비용’이니, ‘북한의 지령’에 의한 것이라는 둥 막발을 쏟아낼 수 있는 것입니다.
김무성 대표가 확정고시로 모든게 끝난다고 말하는 자신감에도 믿는 구석이 있습니다. 대통령의 효도교과서를 향한 집념을 꺽을 용기는 없고, 총선을 앞두고 국민앞에 딱히 내놓을 성과도 없으니, 아예 정치를 진흙탕으로 만들면 된다는 것입니다.
박근혜 정부의 경제실패와 민생파탄에서 국민의 눈을 돌리고, 물귀신처럼 민생실종의 책임을 야당에 전가하자는 것입니다. 정치혐오와 염증을 키워 국민들을 정치에서 내몰겠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이긴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번 싸움은 민주주의 싸움입니다. 민주주의 부적응자들과 민주시민의 싸움입니다.
시민여러분,
국민과 싸우는 대통령, 국민을 이기려 드는 권력 어떻게 해야 합니까?
그렇습니다. 내쫓아야 합니다.
민주주의에서 오만방자한 권력 버르장머리를 고쳐놓는 방법은 선거를 통해 그들을 권력에서 내쫓는 것입니다.
꼭 선거까지 가지 않아도 됩니다. 그들이 체감할 수준으로 위협만 해도 그들은 국민들의 눈치를 보게 될 것입니다. 그래서 대통령이 주는 공천장이 휴지조각과 다르지 않을 때, 야당이 뭐라 하지 않아도, 그들이 앞다투어 국정화 방침을 철회를 요구할 것입니다. 아우성일 것입니다.
저는 이것이 우리가 싸우는 제대로 된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문제는 야당입니다. 야당이 더 잘해야 합니다. 더 분발해야 합니다. 나쁜 놈들 벌주고 싶어도, 반사이익 가져갈 놈들이 미워서, 망설이고 있는게 지금 현실 아닙니까? 저들이 저리도 기고만장한 것도 결국 저희 야당이 못해서입니다.
국정화 저지를 넘어, 노동개악 저지를 넘어, 하루하루 벼랑 끝으로 내몰리는 국민의 삶을 앞장서 지켜야 합니다.
그것이 야당의 책무입니다.
그것이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저지시키는 길입니다.
그것이 저는 민주주의를 지키는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정의당은 그 길을 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15년 10월 31일
정의당 대변인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