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논평]
보험 소비자 피해를 조장하는 보험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
금융위원회가 보험상품규제방식을 사전규제에서 사후규제로 바꾸는 것을 골자로 하는 보험산업선진화정책을 발표했다. 핵심적인 내용은 표준약관제도 폐지, 자산운용 규제 폐지 등이다. 이를 통해 보험상품 자율화를 유도하고, 보험사가 자율적으로 보험가격도 철폐할 뿐 아니라, 자산운용에 대한 투자도 다양화·활성화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정부의 보험산업 선진화 조치는 당장 보험소비자의 보험료 부담을 높이고, 최소한의 보호장치조차 없애버리는 결과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먼저 보험규제 철폐를 통한 상품개발과 가격 자율화 조치는 곧바로 보험료를 인상시켜 소비자 부담을 가중시킬 것이다. 벌써부터 보험 가격규제 철폐로 당장 실손의료보험료가 30%이상 인상될 것이라는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전체 국민의 60%가 실손의료보험에 가입하고 있는 시점에서 보험사들은 일제히 보험료를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실손의료보험은 자동차 보험과 달리 매년 보험사를 달리 선택하여 가입할 수 있는 상품이 아니다. 따라서, 보험료 가격 자율화조치는 경쟁을 통한 가격인하보단 보험사간 담합으로 보험료를 인상시키는 동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 당장 정부의 발표로 인해 시장에서는 일제히 보험회사의 주식가격이 상승하는 것을 보더라도 쉽게 예상이 가능하다.
여기에다 보험 소비자의 권익 보호는 더욱 약화되는 정책을 담고 있다. 대표적으로 표준약관제도를 폐지하는 것이 그렇다. 그간 금융위원회는 주요 보험상품인 생명, 손해, 질병, 실손 보험 등에 대해서는 표준약관제도를 시행해왔다. 표준약관제도는 복잡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보험상품을 표준화하여 소비자의 이해를 도모하고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정책이었다. 그런데 이를 폐지함으로써 소비자의 권리는 온데간데 없이 사라질 위기에 처해있다. 소비자의 권리를 포기하는 대신 보험사의 이익을 극대화시키겠다는 정책인 셈이다. 비록 사후관리 등의 보완을 통해 소비자를 보호하겠다고 하나 이는 소비자 피해가 발생된 후에 조치하겠다는 말장난에 다름이다.
보험사의 자산운용 규제 폐지도 문제다. 보험사의 투자수익 제고를 위해 외국환, 파생상품과 같은 고위험 상품에 대한 규제도 폐지하여 보험사의 수익률을 제고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고위험 상품은 투자 실패가능성도 높다. 보험의 특성상 투자 실패로 인한 손실은 고스란히 보험가입자에게 전가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가 어제 발표한 보험산업 선진화 로드맵은 보험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꿀 것이라는 기대와는 달리 보험료 인상으로 인한 보험소비자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보험 소비자의 권익을 약화시켜 피해를 조장할 가능성이 높다. 보험산업 선진화 로드맵은 재검토되어야 한다.
2015. 10. 19
정책위원회 (의장: 김용신)
*담당: 좌혜경 실장(070-4640-23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