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이슈 브리핑 - 2015. 4. 30]
아베 정권의 폭주에 대한 인식과 대안
(2015. 5. 6 일본 사민당-정의당 간담회 참조 자료)
김수현(평화-통일 정책연구위원)
1. 역사수정주의-집단적자위권 행사 대 과거사-안보협력 분리 접근의 문제점
□ 역사수정주의와 집단적자위권 행사는 동전의 양면
- 아베 정권은 '고노 담화', '무라야마 담화'와 그것을 승계한 '고이즈미 담화' 등 과거사에 대한 (탈냉전 이후) 일본 역대 정권의 반성의 골자를 부정하거나 무력화하는 등 역사수정주의의 행태를 보이고 있음. 한일 간 핵심 쟁점이 되고 있는 종군위안부 문제에 대해 ‘고노 담화’를 검증이라는 명분으로 끊임없이 흠집 내고 교과서 검증을 통해 관련 기술을 크게 축소, 후퇴하게끔 압력을 행사함. 그리고 4월 22~24일 반둥회의 60주년 기념회의와 4월 28일 미 상하원 합동연설에서도 아베는 ‘식민지 지배와 침략’ ‘사죄’ 등의 무라야마 담화의 핵심을 빠뜨리고 단지 지난 대전의 상대자인 미국 등에 대해서만 깊은 반성을 표명함. 한일 간 핵심쟁점이기도 한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는 언급 자체를 회피하거나, “고노 담화를 승계한다.”면서도 그 핵심과는 다른 소리를 하고 있음.
- 한편 2014년 7월 각의결정을 통해 집단적 자위권 행사가 가능하다고 해석한 아베 정부는 그 후속작업으로 전쟁 중인 미군을 자위대가 지구 어디에서든 지원할 수 있고 집단적자위권이라는 이름으로 일본 이외의 국가에 대한 무력공격에 대해서도 나설 수 있게 하는 내용으로 ‘미일 방위협력지침(가이드라인)’을 개정함. 그리고 미군뿐만 아니라 타국군에 대한 지원까지 할 수 있게 하는 항구적인 ‘국제평화지원법’ 신설 등 안보 관련법을 5월 중순부터 열리는 정기국회에서 제·개정할 예정임.
- 이런 역사수정주의와 ‘적극적 평화주의’라는 미명하에 집단적자위권 행사 등 해외에서 전쟁할 수 있는 국가로의 변신 움직임은 따로 떼어놓고 볼 수 없는 문제임. 이들의 반성은 무모하게 미국에 도전했던 것에 대한 후회로 제한되어 있음. 얼핏 종군위안부 문제 등에 대해서만 퇴행적 인식과 행태를 보이는 것으로 인식할 수도 있으나, 사실 이들은 외국을 식민지화하고 침략하는 제국주의적 행태에 대해서 시대적 현상이라거나 불가피했다고 주장함. 야스쿠니신사 참배 행위에 대해 일본의 일부 인사는 일본적인 사생관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합리화하고 있으나, 침략 행위를 앞장 서 추진했던 전범들을 합사하고 있는 동 시설을 굳이 찾아 추모하는 행위는 과거의 행위를 부끄러워하지 않거나 국가를 위한 행위로 미화하고자 하는 것임. 그리고 그것은 두 번 다시 자위라는 명목으로 해외 국가들을 침공하던 행위를 재연하지 않겠다며 그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겠다던 전후 일본의 국내적 합의, 대외적 약속을 저버리는 행위로 집단적자위권 행사와 향후 평화헌법 개정 등을 합리화하고 그 토대를 닦기 위한 것임. 즉 ‘역사수정주의-집단적자위권 행사 등 군사대국화’의 두 가지 정책은 ‘전후 일본’을 ‘미국의 강요에 의한 전전 역사에 대한 부정과 평화헌법 제정에 따른 비정상의 국가’로 규정하고, 사과할 필요도 없고 군사력도 제한 없이 사용할 수 있는 소위 ‘보통국가화’라는 하나의 동전의 양면, 혹은 수레의 양쪽 바퀴라고 할 수 있음.
□ 한국 정부의 과거사-집단적 자위권, 과거사-안보협력 분리 대응과 문제점
- 한국에서는 일본 아베 정권의 역사수정주의에 입각한 과거사에 대한 퇴행적 행태에 대해서는 여야는 물론 정부도 강력하게 문제제기를 하고 있음. 그런데 일본의 집단적자위권 행사 문제에 대해서는 여론과 여야 정치권은 모두 비판적이었지만, 정부의 입장은 "일본이 알아서 할 일"이라며 사실상 용인하는 것이었음. 작년 7월 일본 각의 결정까지만 하더라도 한국의 여야는 모두 정부의 이런 정책, 혹은 고위 인사의 입장 천명에 비판적이었으며, 본회의에서 압도적 다수로 ‘아베 정권의 집단적 지위권 행사 결정에 대한 규탄 결의안’을 통과시키기도 함.
- 그러나 현재는 일본의 폭주-미국의 방조와 옹호에 분통을 터뜨리고 정부의 외교적 무능에 질타하면서도, 정작 정부 정책의 핵심인 ‘과거사-안보협력 분리 접근’에 대해서는 별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지 않음. 그 이유는 선거와 성완종 리스트 등의 요인을 제외하면, 우선, 미일 방위협력지침(가이드라인) 개정에 대한 비평에서 보듯 한반도와 한반도 주변 지역에 일본 자위대가 진출해 안보주권에 영향을 미칠 수 있게 되는 데에 주로 관심이 쏠려 있는데, 정부도 그에 대해 목소리를 내고 있으니 그것이 얼마나 실질적 결과로 반영되느냐 정도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기 때문임. 즉 일본의 군사대국화로 인한 한반도에의 개입 가능성은 반대하면서도 한·미·일 3각의 형태로 추진되는 안보협력 자체에 대해서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 않음. 그 까닭은, 북한의 핵·미사일 증강 등에 대한 위협인식이 커진 상황에서 미국이 종용하는 한·미·일 안보협력이 불가피한 것 아닌가, 혹은 한미동맹 유지를 위해서라도 거부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강해진 것으로 보임. 어찌됐든 일본의 집단적자위권 행사 자체에 대해 우려하고, 특히 일본군의 한반도 진출 및 한반도 사태 개입의 가능성을 경계하는 것은 여전하다고 판단됨.
- 그런데 지금,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이냐 하는 문제, 즉 집단적자위권 행사가 가능하다고 이미 각의결정이 이뤄진 후 관련 내용을 반영해 미일 가이드라인이 개정되고, 법제화가 추진되고 있으며(또 그것이 통과될 가능성이 높은) 일본과의 안보협력을 한·미·일 3각 안보협력의 형태로 추진하는 것에 대해 새누리당의 경우 정부의 입장에 동조하는 사람들도 꽤 있으리라고 판단됨. 즉 한국에서의 핵심적인 쟁점은 과거사-안보협력을 분리하는 접근법 대 연계해 인식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접근법의 차이라고 판단됨.
- 한국 정부 등의 분리 접근법은 “일본이 안보역할 확대 등 국제사회에서의 위상과 역할을 제고하기 위해서도 과거사에 대한 철저한 반성이 전제되어야 한다.”고 일본 정부를 설득하지도 정책의 변화를 이끌어내지도 못하고 있음. “안보협력을 위해서는 일본의 과거사에 대한 퇴행적 행태가 바로잡아져야 한다.”며, 퇴행에 대한 저지선 혹은 지렛대 역할을 해줄 것을 미국에게 바라겠지만, 전혀 미국을 견인하고 있지 못함. 과거사와 집단적 자위권 문제 등을 분리시키다보니 한편으로 전쟁할 수 있는 나라로의 변화를 꾀하는 일본의 정책에 대한 방책은 약화시키고, 다른 한편으로 북한의 위협에 대한 대비와 공통의 가치에 입각한 미래라는 미명으로 대북·대중 한·미·일 안보협력을 강제하는 미국 정부에 끌려들어가 과거사에 대한 반성을 적당히 덮고 넘어가거나 후퇴시키려는 퇴행적 행태마저 속절없이 지켜보고 있음. 과거 고이즈미 정부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독도에 대한 영유권 주장 강화 등에 대해 당시 참여정부가 일본은 물론 미국에 대해서도 주요 인사와의 회담 등에서 카쓰라-태프트 밀약 및 샌프란시스코 조약의 한계 등 미국의 역사적 책임을 강조하며 목소리를 높인 것과도 비교됨.
- 한국 정부의 외교가 지금처럼 일본을 전혀 견제하지 못하고 미국에 끌려다니기만 하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돌파구는 어디에서 찾아야 하는가? 정부가 이야기하는 안보협력이라는 것이 미국과 일본이 노골화하고 있는 대중 견제에 동참하는 것이 아닐진대, 결국 북한의 위협에 대비해야 한다는 논리일 것임. 그런데 북핵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서도 이런 안보협력이 자충수로 작용하고, 미-중 사이 우리의 딜레마만 심화시킬 가능성이 높음. 단지 북의 핵과 미사일 능력 증강이라는 현상 탓을 하고 그로 인해 미국 등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은 상황 관리자와 타개자로서 정부의 역할과 능력을 스스로 부정하는 것임. 정부는 북핵 해결을 강조하면서도 미국의 ‘전략적 인내’ 정책을 추수해 6자회담 재개를 이루지 못하고, 통일대박을 이야기하면서도 남북관계 악화는 방치함. 지금이라도 남북관계 개선을 통해 상황을 관리함으로써 자율성을 확대하고, 북한과 미국 등 당사자 모두가 참여할 비핵화 6자회담-평화협정 4자회담 등을 병행 전개해야 함. 그것이 미-중 간 갈등의 심화, 혹은 중국에 대한 견제를 노골화하는 미국과의 동맹이 초래하는 딜레마로부터 벗어나고, 일본의 우경화를 실질적으로 차단하는 지름길임.
2. 과거사에 대한 철저한 반성에 입각한 평화로운 미래의 대안
□ 기본 문제의식
- 과거에 대한 철저한 반성과 사죄는 평화로운 미래를 위한 대전제이자 기초
: 우리가 일본에 과거사에 대한 철저한 반성과 사죄를 촉구하는 것은 일본을 국제사회에서 망신주거나 영원한 족쇄로 삼고자 하는 것이 아니고, 어떤 미래를 만들 것인가 하는 인식의 기반 위에 있는 것임. 그것은 민족과 국가라는 이름으로 전쟁으로 폭주했던 과거에 대한 철저한 반성이 현재와 미래에 있어서도 민족과 국가의 영광을 호명하며 갈등을 불러일으키고 전쟁의 불씨를 피우는 것과 단연코 절연하고자 했을 때 그 기초가 되기 때문임. 그리고 평화로운 미래라고 하는 것이 단지 군사력에 의한 억지나 이해관계 등에 따른 전쟁부재의 상황이 아니라 상대에 대한 신뢰에 바탕을 둔 공생과 공동번영의 상태라고 한다면, 과거의 잘못에 대한, 상대의 마음에 와 닿고 그 마음을 공감할 만한 사죄는 그런 평화를 위한 대전제이기 때문임.
- 더불어 어떠한 미래를 만들 것인가 하는 선의의 경쟁 필요
: 미국이 이야기하는 미래가 단지 자신의 일방적 패권의 관철이고, 그것을 위해 중국이 잠재적 도전세력으로 클 가능성을 원천봉쇄하겠다는 것이면 그것은 동의를 얻거나 성공하기 힘들 것임. 중국이 이야기하는 미래 역시 전통 사회의 중화주의를 재연하려는 것이거나, 남중국해 해양영토 갈등을 둘러싸고 보여주는 대국주의적 행태에 기반을 둔 것이라면 동의를 얻기 힘들 것임. 일본은 미국과의 동맹에 편승해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정책은 자승자박임을 알고 이를 수정해야 할 것임. 한국 등 역내 중견국, 특히 평화애호 진영 등은 대립이 심화된 작금의 현실에서는 쉽지 않아 보일지라도 ‘동아시아 평화공동번영 공동체’의 비전을 분명하고 풍부하게 하면서, 단지 구상에 그치지 않고 협력을 촉진하기 위한 구체적 실천들을 전개해야 할 것임.
□ ‘아베 담화’에 담겨야 할 것
O 상황과 전망
- 미국 상하원 합동연설에서 아베 총리는 미국에는 크게 사과하면서도 한국 등에는 과거사의 핵심적인 문제에 대한 사죄를 빠뜨림. 그가 "우리의 행위가 아시아 국가의 국민에게 고통을 주었다."며 “역대 총리들에 의해 표현된 관점들을 계승하겠다.”고 말하기는 함. 그러나 무라야마 담화, 고이즈미 담화 등 역대 총리 담화의 핵심 표현인 ‘식민지 지배와 침략’ 등의 표현과 분명한 사죄의 언급을 않음. 22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반둥회의 60주년 기념 아시아·아프리카 정상회의 연설에서 지난 대전에 대해서는 깊이 반성한다고 하면서도 ‘식민지 지배와 침략’, ‘사죄’를 언급하지 않은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아베가 과거사에 대해 이렇게 대상을 가르고 자신들의 행위에 대해서도 제한적으로만 사과하며, 한국 등에 대한 식민지 지배는 사과할 일이 없다는 듯한 태도는 일관된 것임.
- 특히 아베는 한국 등이 사죄 등을 요구해 온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을 않은 채, 뜬금없이 ‘인간 안보’를 거론하는 대목에서 "무력분쟁은 늘 여성들을 가장 고통스럽게 만든다. 우리 시대에, 결국 여성들이 인권 학대로부터 자유로운 세상을 실현해야 한다"고 발언함. 이번 연설 이전 대학 강연 등에서의 위안부 관련 질문에는 ‘인신매매(영어로 ’human trafficking‘으로 번역함) 피해자’라고 표현하며, “개인적으로 가슴 아프다”고만 말함. 그리고 “20세기에 전쟁 중 여성인권이 종종 침해당해 왔다.”고 말해 일본군이 조직적으로 개입해 대규모의 성노예 시스템을 가동한 동 문제를 일반적인 차원의 전쟁 중 여성 인권 침해와 동일시 함. ‘인신매매’라는 표현 자체는 2000년 발효된 '유엔 초국가적 조직범죄 방지협약'과 그 의정서(일명 팔레르모 의정서)가 국가의 개입과 강제성을 지닌 여성 착취행위를 인신매매의 범주에 포함시키고 있고, 미 국무부도 여성 인신매매(the trafficking of women)라는 표현을 쓰기는 함. 그러나 미 국무부는 위안부 문제에 대해 "성(性)을 목적으로 한 일본군의 여성 인신매매로서 끔찍하고 극악한 인권 침해"(the trafficking of women for sexual purposes by the Japanese military during World War II was a terrible, egregious violation of human rights)라는 성격 규정을 하는 맥락에서 동 표현을 사용하고 있음. 아베 총리가 국가라는 주체와 그 목적 등을 거두절미한 채 ‘인신매매’라는 표현을 쓴 것은 일본에서 그것이 성 매매업자와 그 부모에 의한 것으로 주로 이해되어 온 것으로 미루어 같은 맥락에서 사용했을 가능성이 높음. 적어도 일본 내에는 그런 메시지를 계속 던지고 있는 것임. 고노 담화를 승계한다면서도 ‘일본군의 직간접 관여와 관헌의 개입’을 인정하고, ‘강제성’ ‘반성과 과오를 되풀이 하지 않겠다는 결의’ 등을 명기한 동 담화의 핵심은 말하지 않고 있는 것임.
- 아베가 과거사에 대해 이렇게 미국 등에는 사과하고 한국 등 아시아에 대해서는 퇴행적 발언을 계속하는 것과 전후 일본 총리로서는 최초로 미 상하원 합동연설의 장을 마련해주는 등 미국이 환대하는 것은 거의 직접적으로 연관된다고 할 수 있음. 28일 있었던 미일 정상회담에서도 오바마 대통령은 한일 갈등의 핵심인 과거사 문제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을 않음. 오히려 아베 총리가 알링턴 국립묘지를 방문한 것에 감사를 표시한 뒤, “이것은 과거는 극복될 수 있고, 과거의 적이 가장 가까운 동맹이 될 수 있으며, 그 국가들이 미래를 함께 건설할 수 있다는 것을 상기시킨다”고 말함. 이는 분명히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미래를 강조하며 역사는 사실상 묻어두고 가자’는 최근 미국 당국자의 잇단 발언과 같은 기조라고 할 수 있음.
- 아베의 미 상하원 합동 연설 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이 “위안부 책임 회피는 부끄럽고 충격적”이라고 비판했지만,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도 사과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미 정부 차원의 공식적인 요구는 없었음. 심지어 대니얼 러셀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지난 4월 6일 일본 언론 인터뷰에서, 가해 주체를 거론하지 않은 채 일본군 위안부를 ‘인신매매 희생자’로 표현한 아베의 발언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기도 함. 이는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등이 종군위안부를 ‘성노예’로 표현하며 이 문제에 대해서만큼은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던 것에서도 크게 후퇴한 것임.
- 아베는 미국 방문에서 과거사 관련 역사수정주의에 대한 강한 비판은커녕, ‘적극적 평화주의’에 입각한 군사적 역할 확대에 대해 크게 환영을 받고,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 지지 천명까지 선물로 받음. 따라서 현재 아베가 보이고 있는 기조가 8월의 종전 70주년 ‘아베 담화’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됨.
O ‘아베 담화’에 명기되어야 할 내용
- “무라야마 담화, 고이즈미 담화 등 역대 총리의 관점을 승계한다(혹은 동 담화들을 승계한다)”라는 표현이 아니라, 무라야마 담화의 “식민지 지배와 침략으로 많은 나라들 특히 아시아 제국의 여러분들에게 다대한 손해와 고통을 주었습니다.”는 표현과 “다시 한 번 통절한 반성의 뜻을 표하며 진심으로 사죄의 마음을 표명합니다.”는 표현, 이를 승계한 고이즈미 담화 등의 핵심 내용이 명기되어야 할 것임.
-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무라야마 담화는 직접 언급하고 있지 않은데, 현재 한일 간의 핵심 쟁점이기도 하고 할머니들의 생존 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점 등을 감안해 10년 터울의 담화 발표에 이에 대한 인식과 사죄, 대책을 명기하는 것이 필요함. ‘일본군의 직간접 관여와 관헌의 개입’, ‘본인의 의사에 반한 강제성’을 명기하고 이에 대한 ‘철저한 반성과 과오를 되풀이 하지 않겠다는 결의’ 등 고노 담화의 핵심을 계승해야 함.
- 더불어, 일본군 위안부에 대한 국가 차원의 책임을 인정한 만큼 그에 대한 배상도 국가 차원에서 하거나, 적어도 일본의 민주당, 사민당, 공산당 등이 공동 제출한 일본군 위안부에 대한 사죄와 ‘보상’을 주 내용으로 하는 「전시성적강제피해자문제 해결의 촉진에 관한 법률(戰時性的强制被害者問題の解決の促進に關する法)」의 인식과 대안이 명기되기를 바람. 참고로 독일에서는 ‘기억, 책임, 그리고 미래 펀드’를 조성해 정부와 기업 등이 함께 보상의 주체로 나섬. 일본에서는 그 동안 국가 책임을 인정하는 경우에도, 1965년 한일기본조약(한일협정)과 그에 따른 보상으로 법적으로는 해결되었다며 ‘민간보상’을 추진함. 그러나 이는 당사자인 할머니들이 결코 수긍하지도 받아들이지도 않고 있음. 한일협정 당시 종군위안부 문제는 세상에 밝혀지지도 않았고, 그에 대한 대책도 따로 마련되고 추진되지 못했으므로 이제라도 국가 차원의 배상이 이루어지기를 바람.
- 무라야마 담화 등에서 식민지 지배에 대해서는 사죄하면서도, 1910년 한국병합(병탄)조약이 원천 무효라는 한국 측 입장이 수용되지는 않음. 2010년 동 조약 100주년을 맞아 발표한 ‘간 담화’에서도 “정치적·군사적 배경 하에 당시 한국인들은 그 뜻에 반한 식민지 지배”라는 표현을 쓰면서도 동 조약이 원천 무효라는 한국 측과 일본의 양심적 학자들의 주장이 명시되지는 않음. 동 조약이 그 전부터 자행되어 온 일본의 침략 행위의 연장이자 조약체결 당시에도 일본의 총칼(과 그에 부화뇌동한 일부 친일 관료)에 의한 강압적 분위기에 따른 것이므로 원천적으로 무효이고, 식민지 지배 역시 단지 부당한 것일 뿐만 아니라 불법적인 것이었음을 겸허히 인정해야 할 것임.
□ 동아시아 평화 정착의 미래를 위한 대안적 접근법
※ 정의당의 강령 중 관련 부분
(7) 동아시아와 한반도 평화의 주도자
동아시아의 평화는 한반도 평화의 전제이며, 한반도 평화는 동아시아 평화 공존과 번영의 지렛대가 되어야 한다. 미·중 패권 경쟁과 일본의 재무장이라는 도전에 맞서, 우리는 어떠한 패권도 반대하고 일방에 서는 것을 거부할 것이다. 군사 주권과 안보 주권을 되찾고 평화 협정을 체결해 전쟁을 종식시키며 동아시아 평화를 주도해 갈 것이다. 한반도 비핵화와 군축을 위해 남북 상호간 노력하고, 주변국과 협력해 지역 공동 안보 체제를 형성할 것이다.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개발 지원을 확대해, 인간 안보가 실현되는 동아시아를 만들고 국제사회에 기여할 것이다.
(중략)
대화와 협력을 통해 북한의 핵무장과 인권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해 나간다는 원칙을 분명히 하며, 평화 체제 달성을 위한 능동적이며 자주적인 노력을 전개할 것이다.
O 걸림돌 및 주요 현안 해결의 기조
- 동아시아의 유럽과의 차이와 지체
: 유럽의 통합은 독일의 과거사에 대한 철저한 반성과 동방정책, 1차대전 후 베르사이유 조약의 폐해에 대한 프랑스의 인식과 정책 전환에 기반을 둔 것임. 그런데 과거사에 대한 퇴행적 행보, 미국 의존 정책을 심화하고 있는 현재의 일본 국가에 전후 독일의 길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음. 그렇다고 현재의 중국에게 2차대전 후 프랑스의 역할을 기대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임. 그리고 동아시아공동체가 논의는 많으면서도 성과는 크지 않았던 이유 중의 하나가 역내 각 국가들이 자기중심성, 주도성을 강조한 것임. 한국, 일본 등의 평화애호·진보 세력은 동아시아 평화협력에 있어서도 자국이 중심이 되려하거나 주도하려고 애쓰기보다는 각 국이 동아시아판 동방정책과 헬싱키 프로세스의 제안자이자 매개자, 혹은 가교로서의 비전과 원칙을 갖도록, 또 그것을 일관되게 진행하도록 독려하는 감시자이자 정당외교, 시민외교 수행자로서의 역할을 다 할 필요.
- 북핵 등 한반도와 동아시아 안보 갈등의 근본적 해결을 위한 대타협
: 북한의 핵과 미사일 능력의 급속한 증강과 (대중 견제의 목적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것을 감추기 위해) ‘북한 위협’을 빌미로 한 한미일 3각 안보협력이 추진되고 있음. 한반도 비핵화에 모든 것이 종속되어서도 안 되겠지만, 동 문제가 전혀 진척되지 않는 상황에서 지역 국가들 간의 비전통적 안보협력을 이야기하는 것도 공허함. 경제협력이 평화의 구조화로 연결되지 않고 있는 ‘동아시아 패러독스’의 상황을 감안했을 때, 평화의 구조화를 위한 보다 적극적 정책이 요구됨. 관련 당사자 모두가 합의한 바 있고 현재도 부정하지 않고 있는 9.19공동성명을 발전시켜, 북한의 동참, 미국 등의 협력을 유도할 수 있는 현실적인 안을 내놓고 대화의 프로세스를 선도할 필요. 독일의 동방정책이 동방 전체로부터 동독으로 우회하는 것이었다지만, 동독에 대한 일관된 정책이 동방정책, 헬싱키 프로세스와 부합하고 힘을 주었듯이 일관된 대북 화해·협력 정책의 전개는 동아시아 평화를 위해 필수임.
- 패권 유지와 해양세력-대륙세력 간 대결의 획책이 아닌 평화로운 미래 창조에 나서야
: 미국 정부가 아베의 과거사에 대한 퇴행을 방조하는 한편, 군사적 역할 확대는 환영하고 부추기는 배경에 ‘북한위협론’을 핑계로 대면서도 대중 견제의 의도가 있음은 이제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임. 그 동안에는 대중 견제 의도를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것은 자제했으나, 최근에는 미일 가이드라인 개정과 미일 정상 공동성명에서 보듯 노골화하고 있음. 미국은 전후 실시되었던 일본의 전범에 대한 단죄 등을 냉전 이후 흐지부지해 아베의 외할아버지 기시 같은 A급 전범이 정계에 복귀해 수상이 될 가능성을 열어줬음. 뿐만 아니라, 한국, 중국 등에는 불리한 내용이 담긴 샌프란시스코 조약을 한·중의 참여도 없이 서둘러 체결해 현재 과거사와 해양영토를 둘러싸고 한중일이 갈등을 거듭하고 있는 문제를 낳은 원죄를 저지른 바 있음. 또다시 중국 포위를 위해 일본의 군사대국화를 노골적으로 부추기는 것은 미-중 간 신냉전 혹은 해양세력 대 대륙세력의 대결을 예비하거나 그것을 현실로 만들어버리는 행태로서 이는 냉전기 정책보다 더 큰 부작용과 비극을 잉태할 수 있음. 미국은 미래와 공통의 가치를 강조하지만 그들이 이야기하는 미래는 공통의 가치에 입각한 진영내 단결과 다른 가치를 가진 진영간 대결이라는 냉전시대로의 후퇴임. 냉전기 일본과도 달리 현재의 일본은 전쟁으로 치달았던 과거사에 대한 문제의식과 그 견제장치가 약화되었기에, 자칫하면 1945년 이전의 시기로 후퇴할 수도 있음. 평화애호 진영뿐만 아니라, 동아시아 역내 모든 국가는 이런 불행한 과거로 퇴행하는 미래가 아니라 평화와 공동번영의 미래를 설계하고 실천해야 할 것임.
O 일본 여론의 역할과 평화로운 한반도의 조속 실현
- 1990년대 중반 이후 일본의 군사대국화 등 우경화에 북한 위협론, 한반도 긴장 고조 등이 이용당해 옴. 물론, 전후 일본의 평화의식이라는 것이 기본적으로 가해자로서의 반성보다는, ‘군부에 속았고 자신들도 이용당했으며 전쟁에 의해 피해를 받았다’는 피해자 의식에 기반을 둔 한계에 기인하기도 함. ‘분쟁에의 연루 거부’ 의식은 냉전시대에는 미일동맹체제하에서도 거대 전쟁에 연루되지 않을 소극적 안보정책을 강제하는 긍정성을 발휘했음. 그러나 자신이 분쟁에 연루되지 않으면 군사력 행사를 용인하는 의식으로 전환하거나 자신보다 약자일 경우 오히려 공격성을 띨 수도 있기에 ‘북한위협론’의 확산 과정에서 안보정책의 우경화에 대한 용인과, 대북 정책에 있어 강경론을 선호하는 부정적 행태로 나타나는 문제점을 보이고 있기도 함.
- 현재 자민-공명 연립정권이 압도적 우세를 점하고 있고 민주당도 우경화에 대한 찬반 입장이 혼재해 있는데 반해 혁신계는 극소수인 일본 정치세력의 분포 등으로 보아 정치권 자체에서 우경화의 흐름을 제어하기 힘든 상황임. 1950~60년대 혹은 탈냉전 이전과는 달리 안보 이슈가 정당을 선택하는 주요 기준이 되고 있지도 않음. 이런 상황에서 안보 이슈에서 보이는 일본인들의 평화주의적 여론이 한계를 가지는 것은 부정할 수 없음. 그러나 평화헌법 개정이나 핵무장 등 일본의 급격한 우경화를 가로막는 데 있어 일본인이 가진 평화의식과 평화운동은 가장 중요한 보루라고 할 수 있음.
- 일본 정치권 등 지배 엘리트와 평화여론 및 운동의 관계, 거기에 미치는 북한을 포함한 한반도 변수의 영향을 고려한다면 대중의 반감을 사지 않고 공감을 얻는 언행은 물론, 조속히 한반도 상황을 안정시키고, 비핵-평화체제를 달성해야 함. 평화로운 한반도의 조속 실현은 국내적으로 민주주의와 복지국가의 토대를 굳건히 하는 것뿐만 아니라 일본의 폭주를 막고 평화롭게 공존하기 위해서도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음.
O 동아시아 다자안보협력증진과 평화공동체 건설의 토대 구축
- 동북아 3(혹은 4)+3 비핵지대화 추진
: 한반도 비핵화 탄력 부여 및 일본 핵무장 가능성 차단의 의의. 주요 내용으로 남한·북한·일본(·몽골) 비핵 3(혹은 4)국에 대한 미·중·러 3국의 안전보장과 핵군축 등을 명기. 다만, 북한이 핵보유국임을 자처하는 상황에서 동 조약의 체결에 선뜻 동의할 가능성은 희박하며, 이것을 통해 상황의 돌파구를 열기는 쉽지 않을 것임. 한편으로는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6자회담조차 재개되지 않는 상황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능력이 급속히 증강되는 상황에서 핵무기 배치와 반입은 물론 핵무기 장착 군용기와 함정의 기항까지 금하는 즉 ‘핵우산 포기’를 뜻하는 비핵지대화가 당장의 대안으로서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현실을 감안해야 할 것임. 따라서 비핵지대화 달성 역시 북한 핵 문제의 완전 해결과 맞물려 그 최종 단계에서 이룰 과제임을 분명히 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됨.
- 초국가적·비전통적 안보 위협에 대한 공동 대처
: 핵발전소 안전, 황사 등 지역 차원 환경재해와 온난화, 국제적 조직범죄, 국제 투기자본과 금융위기 가능성 등에 대한 공동 대처.
- 중장기적으로 동아시아 각국과 이 지역 주둔 미군의 군비 동결과 군축 추진
: 여전한 미국의 압도적 군비와 동아시아·서태평양 중시 전략, 중국 등의 급속한 군비 팽창. 그러나 안보딜레마는 심화되는 악순환 탈출.
- 평화공동체 형성과 냉전적 군사동맹 해소의 선순환
: 한반도 평화체제 및 동아시아 다자안보협력의 기초 형성 / 한국의 전작권 환수, SOFA 전면 개정 등 탈종속적 동맹(현재의 불평등성을 탈각하는 동맹)의 병립 → 한반도 평화체제 확립, 동아시아 평화공동체 진전 등과 맞물려 ① 한미(미일), 북중 양 진영 군사동맹의 단계적 해소. 또는 ② 이 지역 주둔 미군의 지역 안정자로서의 역할 변화를 전제로 주둔 병력과 기지의 대폭 감축(보수적 개혁 진영에서는 통일 후에도 한반도 남부 주둔을 이야기함).
- 북한·몽골·러시아 등의 확대 참여 추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