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브리핑-박근혜 정부 2년 평가]
무너지는 국정, 불쌍한 것은 국민입니다
2015. 2. 24.
정의당 정책위원회
내일(25일)은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지 2년이 되는 날입니다. 취임 2년을 축하하는 것이 인지상정일 것입니다. 하지만 지난 설 연휴 기간 동안 ‘아직도 3년이나 남았느냐’며 개탄하는 민심을 확인한 정의당으로서는 차마 인사치레도 건네지 못할 지경입니다.
국민행복시대를 열겠다는 공언이 무색하게도 국민들은 보육과 교육, 노동, 의료, 주거, 노후에 이르기까지 생애주기별 불안이 더욱 가중되는 2년을 체험해야 했습니다. 국민행복시대가 아니라 국민불안시대였고 국민고통시대였습니다.
경제민주화와 복지를 앞세워 당선된 박근혜 대통령은 줄줄이 공약을 파기하고 후퇴시켰습니다. ‘신뢰와 원칙의 정치인’은 어디 가고 대국민사기극만 남았습니다. 화려한 공약들 가운데 무엇 하나 제대로 이룬 것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온 국민을 비탄에 빠지게 만든 지난해 4월 16일 세월호 침몰 사고는 대한민국의 현 주소를 그대로 보여주는 사건이었습니다. 성장과 이윤을 최우선으로 하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은 뒷전으로 미뤄왔던 대한민국, 국민을 보호해야 함에도 무능과 무책임의 극한을 드러낸 정부, 그 속에서 국민들은 ‘행복’이 아니라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습니다.
지난 2년동안 국민들은 벼랑 끝으로 몰렸습니다. 박근혜 정부는 재벌·대기업은 배려했으나 노동자는 배제했습니다. 경제민주화는 실종되었고 복지공약은 파기되었습니다. ‘빚 내서 집 사라’는 부동산 정책에 전세난민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남북관계 개선은커녕 국민들의 안보불안만 가중되고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불쌍해하는 것은 바로 재벌·대기업 경제였습니다
경제민주화는 지난 대선 당시의 시대정신이 반영된 의제였습니다. 박근혜 대통령 또한 이를 핵심공약으로 제시했고 국민들도 이에 적극 화답했습니다. 하지만 지난 2년 동안 경제민주화 이슈는 국정에서 사라졌고 이행된 공약은 사실상 전무합니다.
오히려 ‘경제살리기’라는 명목 하에 경제민주화에 역행하는 지주회사 규제 완화, 공시제도 완화 등 규제완화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재벌대기업 특혜법을 ‘경제활성화법’으로 포장하고 있습니다. 재벌총수일가의 불법적인 사익추구 행위를 근절하기 위한 의지를 보이기는커녕 기업인 사면 카드만 만지작거리고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불어터진 국수를 먹는 우리 경제가 불쌍하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대통령이 불쌍해하는 것은 서민경제, 골목경제가 아니라 바로 ‘재벌·대기업 경제’였습니다.
기업만 배려하는 노동정책에 노동자들은 벼랑 끝에 몰리고 있습니다
한국의 노동현실은 노동시간과 저임금 노동자 비중 모두 OECD 회원국 중 2위를 차지한 오명이 상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현실을 개선해야 할 정부는 오히려 불안정한 일자리를 양산하는 노동정책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고용률 70% 달성’을 위한 공약 중 대부분은 실종되거나 변질되었고 남은 것은 임금이 불안한 시간제 일자리 확대 정책뿐입니다. 정규직 고용관행을 정착시키겠다는 약속은 기간제 사용기간 4년으로 연장 추진, 파견 확대 등 비정규직 노동자 양산 정책으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또한 노동시간 단축을 위한 규제 없이 연장노동 한도를 주12시간에서 주20시간으로 확대하고 탄력적 근로시간제 확대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정리해고 전에 해고회피노력 의무를 강화하겠다는 약속은 간데없이 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해고를 용이하게 하는 정책들만 추진하고 있습니다.
‘증세는 없다’는 고집에, 시대의 화두였던 복지는 길을 잃었습니다
지난 대선에서 경제민주화와 함께 시대의 화두였던 것이 바로 복지였습니다. 여당 후보로는 파격적인 복지 공약을 내세웠던 박근혜 대통령은 직접적인 증세 없이 공약을 이행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하지만 △100% 어르신께 월 20만원 기초연금 지급 △4대 중증질환 무상의료 △고등학교 무상교육 △중증장애인 24시간 활동지원서비스 등의 공약이 줄줄이 후퇴하는 공약파기가 이어졌습니다.
복지확대를 위해서는 재원마련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복지재원 마련을 위한 국민적 합의가 필요한 시점이지만 청와대와 정치권에서는 ‘복지과잉’이나 ‘복지구조조정’ 등의 퇴행적인 논란만 벌어지고 있습니다. 선진국 수준의 복지국가로 나아가야 한다는 국민적 합의는 무시된 채 박근혜 정부의 복지정책은 길을 잃고 헤매고 있습니다.
화려했던 행복주거 공약은 실종되고 전세난민은 오늘도 이삿짐을 쌉니다
‘집 걱정 없는 세상을 만들겠다’던 박근혜 정부였습니다. 하지만 행복주택 프로젝트, 목돈 안 드는 전세제도를 비롯한 박근혜표 주거공약은 용도폐기되거나 대폭 축소되고 말았습니다.
당초 20만채를 짓겠다던 행복주택 프로젝트의 목표는 14만채로 줄어들었고 벌써 시범지구에서부터 사업이 난항을 겪고 있습니다. ‘렌트 푸어’ 해소를 위한 대표 공약으로 제시된 ‘목돈 안 드는 전세(집주인 담보대출)’도 2년 동안 실적이 단 두 건에 불과해 폐지되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전월세난은 가중되어 외곽으로 떠밀려가는 전세엑소더스 현상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는 변화된 부동산 현실을 외면한 채 어떻게든 주택 매매를 활성화시키겠다는 잘못된 부동산 정책의 기조를 유지하고 있을 뿐입니다.
‘통일대박’이라지만 남북관계는 꽉 막혀있고 국민들은 불안합니다
박근혜 정부는 남북관계와 외교분야에서 통일대박론, 동북아평화구상,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등 화려한 애드벌룬을 띄운 바 있습니다. 그렇지만 현실은 출구가 전혀 보이지 않는 답답하고 불안한 상황입니다.
남북관계는 이명박 정부 시절보다 나아진 게 하나도 없습니다. 한일관계는 최악의 상황입니다. 대중 관계 역시 사드(THAAD·고고도 요격미사일) 배치 등을 둘러싼 갈등에서 보듯 미-중 사이 딜레마가 가시화됨에 따라 한계를 보이고 있습니다.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역시 남북관계, 우크라이나 사태 등의 영향으로 진전이 거의 없습니다.
안보 현실은 더욱 불안해 오히려 참담한 상황입니다. 북의 핵과 미사일 능력은 더욱 크게 증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저지하거나 해결하기 위한 어떠한 구체적 움직임도 가시화되지 않고 있습니다. 세계 10위권의 국방비를 지출하고 있으나 전시작전권 전환 무기 연기 등 안보주권 회복은 후퇴하고, 각종 국방비리 등으로 국민의 안보불안이 가중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남은 임기 3년, 국정기조의 대전환을 요구합니다
지난 2년 동안 국민들의 삶은 벼랑 끝으로 몰렸습니다. 이대로는 안 됩니다. 국정기조의 대전환이 필요합니다.
첫째, 한국경제의 패러다임을 부채주도 경제에서 소득주도 경제로 전환해야 합니다. 단기적 경기부양을 위해 빚을 권하는 부채주도 경제에서 벗어나 월급쟁이와 자영업자의 소득을 늘리는 소득주도 경제를 실현해야 합니다.
둘째, 경제민주화를 복권시켜야 합니다. 재벌·대기업 경제력 편중과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바로 경제를 활성화하는 길입니다.
셋째, 사회적 대타협을 통해 조세정의를 기반으로 복지국가를 향한 국민적 열망을 실현시켜야 합니다. ‘증세 없는 복지’는 이미 파탄 났습니다. 증세를 통해 복지재원을 마련해야 합니다.
넷째, 광복 70주년, 분단 70주년이자 박근혜 정부 임기 중반에 들어서는 올해 남북관계와 위험에 처한 비핵·평화에 돌파구를 열어야 합니다. 말의 향연이 아닌 꽉 막힌 정체상황을 돌파하는 적극적 실천이 요구됩니다.
지난 2년 동안의 민생파탄에 이미 민심은 등을 돌리고 있습니다. 대통령은 불어터진 국수를 먹는 우리 경제가 불쌍하다”고 했으나 무너지는 국정에 정작 불쌍한 것은 국민입니다. 대통령의 시각이 바뀌지 않는 한 국민행복은 요원할 따름입니다. 모쪼록 국정기조의 대전환을 통해 내년에는 취임3년 축하 인사를 받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첨부] 분야별 박근혜 정부 2년 평가
분야 |
제목 |
페이지 |
경제_ |
실종된 경제민주화와 흔들리는 경제 |
06 |
노동_ |
기업만 배려하는 노동정책 |
10 |
복지_ |
길 잃은 복지 |
12 |
주거_ |
전세난민으로 내몰리는 서민들 |
14 |
지방자치_ |
지방과 싸우다간 2년 |
17 |
남북관계와 외교안보_ |
국민 불안 남북관계와 외교-안보 |
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