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논평] 세계 10위 국방비 지출 대 안보의 총체적 난국, 안보 달성 방법의 대전환 필요
영국의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가 최근 공개한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 한국의 국방비는 344억 달러(약 38조700억 원)로 세계 10위라고 한다. 국방부가 발표한 국방비(35조7,056억 원)와 약 2조3천억 원 정도 차이가 난다. 그것은 우리나라가 주한미군기지이전 지원, 군인연금 등 특별회계 예산과 병무청, 해경 관련 예산을 제외하는데 비해 NATO 등에서는 관련 예산을 모두 국방비에 포함시키기 때문으로 보인다. 아무튼 총 GNI(국민소득) 혹은 GDP의 세계 순위는 약 14~15위 정도이므로 우리의 GDP 대비 국방비 순위는 결코 낮지 않으며 국력에 비해 상당히 많은 지출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일본은 477억 달러(55조7,800억 원)로 세계 7위라고 한다. 일본이 1980년대만 하더라도 세계 2위의 국방비를 지출하였고, 1990년대에도 우리 국방비에 비해 약 3배 정도에 달했는데 그 격차가 현격히 줄어든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이렇게 세계적 수준의 국방비, 주변국과의 격차도 크게 줄인 국방비를 지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안보는 튼튼해졌고 우리 국민은 안심하고 살고 있는가? 그렇다고 느끼는 국민은 거의 없을 것이다. 왜인가?
첫째, 국제전략문제연구소의 동 보고서가 밝히고 있듯이 북의 미사일 기술과 핵무기 등 대량살상무기 능력이 괄목할 만큼 성장했기 때문이다. 북은 상위 15위까지 공개된 동 보고서의 국방비 지출 순위에는 포함도 되지 않았다. 참고로 우리 국방비는 북의 총 GNI(2013년 33조 8840억 원)보다 더 많다.
둘째, 일본의 절대적인 국방비 지출은 크게 늘지 않았고 오히려 우리와의 격차는 줄어들었지만, 일본이 전후의 '전수방위원칙'(외국의 침공에 대한 방어에 국한하며 그것도 미국에 크게 의존하는 안보정책)을 버리고 해외에서도 전쟁할 수 있는 나라로 거듭나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식민 정책이나 타국에 대한 침공, 그 기간에 자행된 여성 등에 대한 범죄마저 호도하는 아베 정부에 이르러서는 군국주의 회귀의 냄새마저 풍기기 때문이다.
셋째, 미-중 간의 군사적 격차가 많이 좁혀지고 있는 반면, 최근 사드 배치 논란에서 보듯 양국은 군사 면에서는 이른바 ‘신형대국관계’를 구축하지 못하고 갈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여전히 5천810억 달러의 국방비 지출로 압도적 1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2014년 1천294억 달러에 달하는 국방비를 지출하며 아시아 전체 국방비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10년 28%에서 38%로 급증하고 있는 중국과의 격차가 앞으로 점점 좁혀질 것이다. 당연히 미국의 압도적인 군사적 우위에 의한 '팍스아메리카나'라는 것도 일정한 균열을 보일 수밖에 없으나, 그것을 대체하거나 보완할 공동안보체제 등 새로운 질서는 태동할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넷째, 상황이 이런데도 12일 발표된 해군 차기 고속함 76mm 포의 구조적 결함 가능성 등 육해공을 망라한 각종 국산 무기의 불량, 차세대전투기 등 각종 무기도입사업에서의 불합리한 결정과 국방조달과정에서의 총체적 비리, 구타 및 성추행 등 후진적인 인권부재 현상의 만연 등 우리 군의 전력과 안보를 스스로 위협하는 행태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군 수뇌부는 땜질식 처방으로 일관하고 있어 문제해결의 가능성에 대해서도 회의를 던져주기 때문이다.
사실 이상의 모든 문제는 국군의 통수권자이자 국가안보를 최종적으로 책임질 대통령과 국가안보실장, 국방부장관, 외교부장관 등 이 정권 수뇌부의 안보와 외교정책의 무능에서 비롯된다. 말로는 북핵 문제 해결을 가장 우선에 두면서도, 북의 핵무기와 미사일 능력이 획기적으로 증강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 상황을 타개할 실제적인 대책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데 있어 대통령과 정부는 너무나 무능하다. 일본의 폭주와 미-중의 갈등 증폭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동북아평화구상’이라는 애드벌룬만 띄우는 데 그치고 있다. 국방비리에 대한 대대적 수사를 벌인다, 엄단하겠다고 법석을 떨지만, 국방 관련 각종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확실한 국방개혁의 비전과 원칙을 수립하고 집행하지 못하고 있다.
이제 우리는 '보수가 적어도 안보만큼은 잘한다'는 오래된 인식이 현실에서 무너지는 것을 목도하고 있다. 이명박, 박근혜 정권은 북핵 문제의 포괄적 해결-동북아 등 동아시아의 평화·번영의 공동체 건설-전시작전권 환수와 국방개혁의 강력한 추진 등 각론에서 진보개혁 진영보다 무능하다. 아직은 그들이 정권을 잡고 있으므로 남은 임기만이라도 분발할 것을 촉구한다. 진보개혁진영 역시 보수정권이 보여주는 무능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타산지석으로 삼을 것은 다음과 같다.
무엇보다 단지 국방비만 늘리는 것으로는, 무엇을 중시한다며 말만 앞세우는 것으로는 우리의 안보와 평화를 달성될 수 없다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봐야 한다. ‘북한이 그리고 이웃 나라가 안전하다고 느낄 때 우리 국민도 안전할 수 있다’는 안보와 평화달성의 방법에 대한 인식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2015년 2월 13일
정의당 정책위원회 (의장 조승수)
* 담당 : 김수현 정책연구위원(070-4640-23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