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리 3호기 인명사고에 대한 진상규명과
한수원 책임 촉구 기자회견
김제남 의원(정의당, 산업통상자원위원회)은 오늘(29일) 오후 1시 30분 국회 정론관 기자회견을 통해 어제(28일) 신고리3호기 건설 노동자 사망 사고 현장 방문 및 조문을 통해 지금까지 드러나지 않은 사실을 알리고, 현장에서 제기되고 있는 몇 가지 의혹에 대한 문제제기와 한수원의 책임 있는 해명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아래와 같이 진행했다.
<기자회견문>
□ 일시 : 2014년 12월 29일 1시 30분
□ 장소 : 국회 정론관
지난 26일 울산 울주군에 위치한 신고리 3호기 건설현장에서 안타까운 목숨을 잃은 세분의 노동자의 명복을 빕니다.
이번 신고리 3호기 사망사고는 원전비리와 해킹사건에 이어 건설과정에서 가스누출로 인한 인명사고까지 한수원의 총체적인 난맥상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건입니다.
본 의원은 어제(28일) 신고리 3호기 사고현장을 다녀왔습니다. 오늘은 어제 방문을 통해 지금까지 드러나지 않은 사실을 국민여러분께 알려드리고, 현장에서 제기되고 있는 몇 가지 의혹에 대한 문제제기와 한수원의 해명을 요구하자고 합니다.
첫째, 사고가 발생한 밸브룸의 Key는 주제어실(MCR)에서 관리하고 밸브룸 출입을 위해서는 주제어실에 Key를 신청하고 수령해야 합니다. 그리고 밸브룸은 하청업체 직원이 아닌 한수원 직원들만 드나들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사고 당일 밸브룸의 문이 열려 있었고, 헝겊이 끼워져 있었다고 합니다. 왜 밸브룸 문이 열려 있었고 닫히지 않게 헝겊이 끼워져 있었는지 파악해야 합니다.
사망자는 밸브룸 앞에서 사고를 당했습니다. 만약 밸브룸 문이 정상적으로 닫혀 있었다면 밸브룸에서 질소가스가 누출되었다 하더라도 가스가 바깥으로 새어나왔을 가능성은 낮았을 것이고, 이번과 같은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입니다.
둘째, 한수원의 늑장대응과 사고대응 능력의 부재입니다. 지하2층 밸브룸이 위치한 공간으로 출입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지나쳐야하는 통로가 있고, 그곳에 CCTV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사망자인 김승진씨와 손경석씨는 CCTV에 각각 오전 9시 57분, 10시20분에 들어간 다음 나오지 않았습니다. 결국 두분은 오전에 사망했다는 결정적인 증거입니다.
그런데도 한수원은 두사람의 소재불명을 오후 2시 40분경에 파악을 했으며, 16시 17분에 두 사람을 발견했습니다. 그러나 전체 상황을 파악하는 주제어실에는 17시에 사고가 접수됐고 그러고도 한수원은 17시 18분에 119에 최초로 신고를 합니다. 두 사람이 쓰러져 있는 것을 최초 목격한 이후 1시간이 경과한 뒤에서야 119에 신고하게 된 경위에 대해서도 반드시 조사를 해야 할 것입니다. 특히 사고발생시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하는지에 대한 매뉴얼과 당시 작업자들이 매뉴얼대로 조치했는지에 대해서 따져봐야 할 것입니다.
셋째, 신고리 3호기 사고현장이 있는 건물에는 2대의 환풍기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한수원은 11월 6일부터 규제기관의 테스트를 위해 환풍기를 꺼놓았다고 합니다. 지하공간에서 계속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는데도 테스트를 위해 환풍기를 꺼놓은 것이 규정위반이 아닌지 파악해야 합니다.
한수원은 밸브룸의 안전점검은 2주에 한번씩 실시하고 있고, 12월 8일과 22일에도 한수원 직원이 점검을 했기 때문에 환풍기가 작동하지 않아서 사고가 생겼다는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당시 환풍기만 작동했더라면 질소가스에 의한 질식사고는 막을 수 있었을 것입니다.
23일 신고리 3호기 건설현장에 정전이 있었다는 증언이 있습니다. 한수원은 정전은 없었다라고 하지만, 23일 오후 작업자들이 정전으로 인해 작업자들이 작업을 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만약 환풍기가 정전이전까지 제대로 작동을 했으나, 정전으로 인해 작동되지 않아 이번 사건에 영향을 준 것이 아닌지 철저하게 따져봐야 할 것입니다.
넷째, 홍명희 팀장의 경우 구조하기 위해 투입되자마자 사고를 당했습니다. 사고 이후 산소측정기 결과 사고발생지점(상부) 14%, 하부는 18%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과연 산소가 14%인 곳에서 사람이 급격히 질식사를 일으킬 수 있는지 의학적으로 따져봐야 합니다.
다섯째, 오전에 사망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대길건설의 안전관리자 두 사람은 휴대용 산소측정기 등 최소한의 안전장치도 지참하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하청업체는 휴대용 산소측정기가 없다는 증언도 있습니다. 건설현장은 각종 안전사고에 노출된 곳이고, 이번처럼 밀폐된 공간에는 질소 및 각종 유독가스가 누출될 가능성이 상존한 곳입니다. 한수원이 작업자의 안전을 지켜야 할 내용들에 대해 관리감독을 제대로 한 것인지에 대해 철저하게 규명을 해야 할 것입니다.
신고리 3호기 사고현장을 둘러본 이후 돌아가신 세분이 모셔져 있는 동남원자력의학원에 조문을 다녀왔습니다. 신고리 3호기 사고현장은 3명의 노동자가 사망한 곳이라고 믿기지 않을 정로 깔끔한 상태였습니다. 특히 장례식장은 한수원과 시공업체인 현대건설, 하청업체인 대길건설의 조화 하나 없이 유가족과 몇몇 지인들만 자리를 지키고 있을 정도로 조용했습니다. 장례식장의 모습은 이분들이 왜,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유가족들은 하나같이 '왜 유가족들이 언론보다 늦게 사망사실을 알게 되었는지', '한수원과 현대건설이 사과는 고사하고 지금까지 단 한번도 사망 경위에 대해 설명하지 않는지'에 대해 분통터져 했습니다. 그리고 27개월 된 막둥이를 안고 있는 사망 노동자의 부인과 아직 결혼도 안한 아들을 잃은 백발의 아버지 소원은 '공기업 한수원의 사과'를 받는 것이었습니다.
세아이를 남겨두고 홀로 떠난 손경석씨의 부인은 “아빠가 죽었는지도 모르는 이 27개월 된 아이도 엄마가 울면 눈물을 닦아주는데, 한수원은 3일이 지났지만 한번도 찾아오지도,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없다”며 본 의원에게 다른 어떤 것보다도 ‘27개월 된 아이보다 못한 한수원을 질타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한수원은 사고설명에서 돌아가신 세분은 안전관리자로 한수원이 작업지시를 하는 것이 아니라는 이유로 책임을 회피했습니다. 그리고는 설명이 끝난 후 해킹사건에 이어 이번 사고로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죄송하다는 것은 국회의원인 본 의원에게 해야 할 것이 아니라 이번 사고로 인해 돌아가신 분들과 유가족에게 가장 먼저 해야 하는 것입니다.
한수원은 공기업입니다. 사고의 원인은 조사와 수사를 통해 이후 드러날 것이고 그 결과에 따라 책임과 처벌을 받으면 됩니다. 그러나 결과를 떠나 한수원의 신규원전 건설현장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응당 공기업으로서 사망사고에 대 사망자에 대한 조의와 유가족에 대한 위로를 가장 먼저 했어야 합니다. 이는 인간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예의입니다. 인간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를 저버리고 해킹과 사망사고에도 원전은 안전하다고만 외쳐대는 한수원을 국민들이 과연 얼마나 신뢰를 할 수 있겠습니까.
사고는 일어나지 않는 것이 가장 좋지만,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적절한 대응과 조치로 안전을 최대한 보장해야 합니다. 그리고 재발방지를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그러나 한수원이 사고발생 이후 지금까지 보여준 모습은 원청과 하청업체로 책임을 떠넘기기에 바쁜 것 같습니다. 한수원이 지금 가장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이번 사고로 인해 돌아가신 분들게 조의와 유가족에 대한 사과를 표명하는 것임을 밝히고 촉구합니다.
2014.12.29.
국회의원 김제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