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논평] 이번엔 일반해고 요건 완화인가
이번엔 일반 해고요건 완화이다. 지난 24일, 25일 정부가 우리나라에서는 정리해고가 너무 어려워 이를 완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하더니, 오늘은 일반해고 요건이 너무 강해 비정규직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고 한다. 정의당을 비롯하여 실제 우리나라의 정리해고 요건이 국제적으로 비교해도 결코 강하지 않다(OECD 고용보호입법지수상 30개국 중 하위 3위)는 지적이 잇따르자, 정부는 한 발 물러서 정리해고 대신 개별 노동자에 대한 일반해고 요건을 완화하겠다고 나섰다.
일반해고 요건 역시 국제적으로 비교해 결코 높지 않다. 한국노동연구원이 분석한 OECD의 고용보호입법지수 분석결과에 따르면, 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개별해고 지수는 30개국 중 하위 19위, 임시직 노동자에 대한 개별해고지수는 하위 14위로 중위권에 속한다.
방법적인 면에서도 궁색하기 짝이 없다. 정부는 취업규칙을 개정하여 해고요건을 완화하겠다고 하는데, 취업규칙은 근로기준법이 정한 기준 아래에서 사용자가 노동자와 협의 또는 합의하여 자유롭게 정하는 것이다. 개별 기업의 환경이나 특성에 맞게 해고요건이 엄격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개별 기업의 사정에 따라 복지제도가 서로 상이한 것과 마찬가지 이치이다. 그런데 이것을 노사정위원회에까지 논의사항으로 올려 전국가적으로 일률적으로 정하겠다고 하니 전체주의적인 발상이 아니고 무엇인가. 정부는 노동자들을 해고하고 싶어 안달난 악덕 사업주인가.
한편, 기획재정부와 고용노동부는 '중규직' 제도화를 중심으로 하는 노동시장 개혁 방안을 마련해 이달 발표할 ‘2015년 경제정책방향’에 반영할 방침이라고 한다. 내년 구조개혁의 3대 핵심 분야의 하나인 노동 부문에서는 임금체계 등 정규직 과보호 장치를 손질하고 비정규직 보호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중규직’을 만들어 정규직과의 차별은 줄이되, 고용의 유연성은 확대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무기계약직 노동자의 슬픈 현실을 개탄하는 말로 ‘중규직’이라는 신조어가 회자되곤 했는데, 이를 정식 제도로 만들겠다고 하니 그 코페르니쿠스적인 발상의 전환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동자간의 차별은 동일가치 노동 동일임금 원칙이 구체적으로 제도화되지 않는 한 사실상 해소되기 어렵다. 동일가치 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법에 명시하고, 정규직 노동자와 비정규직 노동자가 같은 임금체계를 가지도록 강제하여야 하며, 직무 또는 직종간 불합리한 차별을 막을 수 있는 세밀한 제도들이 준비되어야 한다. 그런데 정부는 고작 비정규직 노동자의 사회보험률을 높이고, 교육과 훈련기회를 높이는 것을 비정규직 노동자의 처우개선이라 하며, 이를 해고의 자율성과 맞바꾸려 하고 있다. 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공격으로 전체 노동시장의 유연화를 꾀하려는 속내가 뻔히 드러나보이는 대목이다.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그간 거론된 노동 유연화 정책을 즉각 폐기하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차별과 고용불안을 해소할 수 있도록 기업의 책임을 강화하는 대책들을 강구하라.
2014년 12월 1일
정의당 정책위원회(의장 조승수)
문의 : 정책연구위원 이희원(070-4640-23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