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명 건강정치위 교육정책팀장] - 정의온 기고글
앞에서 분석한 라이나생명의 플러스암보험(갱신형)이나 AIA생명의 뉴원스톱암보험(비갱신형)은 순수보장형 암보험 상품이다. 순수보장형 암보험이란 암에 걸리면 보험금을 지급받지만, 암에 걸리지 않는다면, 낸 보험료는 전혀 돌려받지 못한다.
갱신형 보험으로 5천만원을 보장해 준다는 라이나생명의 플러스암보험은 80세까지 납부해야할 총 보험료가 5천만원(남성)에 이른다. 4천만원(고액암은 1억원)을 지급해준다는 비갱신형 보험인 AIA생명의 뉴원스톱암보험 역시 80세까지 납부해야할 총 보험료는 2천3백만원에서 3천만원에 이른다. 평생동안 보장을 받기 위해서는 갱신형 보험이든, 비갱신형보험이든 그 보험료가 만만치 않다. .
더욱이 암발생율이 셋중 한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셋중 두 명은 수천만원의 보험료만 부담하고, 만기시에 돌려받는 보험료는 한푼도 없다. 그러다보니, 보험료가 아깝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보험사는 만기환급형 보험에 가입하게 되면 그런 순수보장형 상품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다고 제시한다. 만기 환급형 보험은 암에 걸리면, 해당하는 보험금을 지급받고, 암에 걸리지 않더라도, 낸보험료를 고스란히 되돌려준다는 상품이다.
얼핏 생각해보면, 암에 대한 보장도 받고, 보장을 못받더라도 낸보험료를 고스란히 되돌려 받을 수 있으니 보험료가 아깝지 않아 더 좋을 거 같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이 만기환급형 보험에는 또다른 함정이 숨어있다. 이를 자세히 분석해보자.
아래의 표는 AIA생명의 홈페이지에 있는 뉴원스톱암보험의 여러 종류별 암보험의 보험료를 예시한 것이다.
위 보험료 예시된 상품은 총 4가지다. 좌측 셋(50%만기환급형, 100%만기환급형, 건강관리형)은 만기환급형에 해당하고, 마지막 우측 예는 순수보장형 상품이다.
50%만기환급형은 보험계약이 만료되었을때 즉, 80세에 낸 보험료의 절반을 돌려준다는 것이고, 100%는 낸보험료의 전액을, 건강관리형은 보험기간동안 5년마다 40만원씩 건강관리자금을 지급해준다는 것이다.
암진단시 보험금은 만기환급형이든 순수보장형이든 상관없이 일반암 4천만원, 고액암은 1억원으로 모두 같다.
여기서는 만기환급형 상품(100%만기환급, 80세만기 20년납)과 순수보장형(80세만기 20년납) 을 비교하며 설명하도록 하겠다(이 암보험은 기획연재 4편에서 설명한 비갱신형 뉴원스톱암보험과는 상품이름과 보장내용은 같지만, 납입기간이 다른 상품이다. 지난 4편에서 설명한 뉴원스톱암보험은 80세만기 전기납 상품이며, 여기에서 설명할 뉴원스톱암보험은 80세만기 20년납 상품이다). 두 상품의 연령별 월보험료와 총납입보험료를 계산하면 다음과 같다.
두 상품을 비교해 보면, 만기환급형에서 보험료가 훨씬 비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30세 남성을 기준으로 보면, 100%만기환급형의 보험료는 월 84,650원, 반면 순수보장형은 57,250원이다. 100%만기환급형은 암에 걸리지 않더라도 만기시에 낸 보험료 전액(84,650원*12개월*20년=20,316,000원)을 되돌려주는 반면, 순수보장형은 낸 보험료 전액(13,740,000원)은 돌려받지 못한다.
50세 남성의 경우에는 각각 367,200원, 98,650원으로 보험료가 훨씬 비싸진다. 납입해야할 총 보험료도 각각 88,128,000원, 23,676,000원이다.
즉, 100% 만기환급형 보험에 가입할 경우에는 순수보장형 보다 보험료가 훨씬 비싸진다. 30세 남성은 순수보장형에 비해 월 27,400원(84,650원-57,250원)이 더 비싸고 총보험료도 6,576,000원을 더 내야 한다. 50세 남성은 100% 만기환급형에서 무려 월 268,550원( 367,200원-98,650원)를 더 부담해야 하며, 총보험료기준으로는 64,452,000원을 더 부담해야 한다.
만기환급형 암보험=순수보장형 + 저축보험일 뿐
흔히 순수보장형은 암에 걸리지 않으면, 낸 보험료는 돌려받지 못하는 반면, 만기환급형 암보험은 암에 걸리면 보험금을 암에 걸리지 않더라도 낸 보험료를 모두 돌려받을 수 있기에 훨씬 유리한 보험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만기환급형 보험의 원리는 순수보장형 암보험 상품의 보장내용을 더 좋게 만든 것이 아니다. 단지 만기시에 되돌려줘야할 보험료를 덧붙였을 뿐이다. 즉 순수보장형에 저축보험료를 덧붙인 상품에 불과하다.
30세 남성의 경우, 만기 환급형 암보험료(월 84,650원)는 실제로는 순수보장형 보험료(월 57,250원)+ 저축보험료(월 27,400원)인 것이다. 보험회사는 이 저축보험료로 돈을 굴려 만기시에 만기 환급형 암보험료 전액(20,316,000원) 만큼을 돌려주는 것이다. 엄밀히 말해서 만기환급시에 돌려받는 보험료는 실제로는 낸보험료 전액이 아니라, 저축보험료에 이자를 붙여 돌려주는 것일 뿐이다.
50세도 마찬가지이다. 보험사는 순수보장형 보다 저축보험료로 월 268,550원(총보험료는64,452,000원)을 더 걷는다. 그리고 이 저축보험료를 투자하여 만기시에 낸보험료 전액(88,128,000원)에 해당하는 금액을 되돌려주는 것에 불과하다.
즉, 만기환급형이 강조하는 ‘낸 보험료를 다 되돌려준다’는 것의 정확한 의미는 순수보장형 보험료에 저축성보험료를 추가로 부과하고, 그 저축성보험료로 돈을 굴려 나중에 낸 보험료만큼 만들어서 되돌려주는 것에 불과하다. 실제로는 두 개의 보험을 동시에 가입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비갱신형 암보험을 홍보하는 보험사 홈페이지의 이미지. (이미지출처:AIA생명 홈페이지) |
이런 만기 환급형 보험이 가입자에게 유리할까, 불리할까?
만기환급형 상품은 실제로는 순수보장형 상품도 가입하고 저축보험도 가입하는 것과 같다. 즉, 30세 남성은 저축보험료로 월 27,400원씩 20년동안 총보험료로 6,576,000원을 보험회사에 저축한 후 80세가 되는 시점에서 20,316,000원을 돌려받는다는 조건의 저축보험에 가입하는 것과 같다.
자, 그럼 만기환급형 상품에 가입하는 대신 차리라 순수보장형 상품에 가입하고, 그 차액(저축보험료)는 그냥 은행에 저축하는 것은 어떨까?
보험회사가 만기환급형 보험에 적용한 이율은 연복리 3.75%다. 동일한 이율을 적용하여 은행에 적금을 붓는다고 가정하고 계산해보자. 금융계산기(www.best79.com/deposit)를 이용해 계산해보면, 30세 남성의 저축보험료는 80세가 되면 30,141,522원(비과세적용시)이 된다. 그런데 실제로는 보험사는 20,316,000원을 만기시에 돌려준다. 보험사가 보증한 연복리보다 실제론 훨씬 적다. 왜냐하면 보험사가 보장하는 적용이율은 가입자가 낸 보험료 전액에 대한 이율이 아니라, 사업비를 제외한 보험료의 이율이 적용되기에 그렇다.
같은 방식으로 50세 남성의 저축보험료를 연복리 3.75%로 계산해보면, 139,709,775원(비과세적용시)이 된다. 하지만, 보험사는 낸 보험료의 전액(8,8128,000원)만 돌려준다.
여기서 알 수 있는 것은 보험사가 만기환급해주는 금액은 실제로는 보험사가 약정한 3.75%보다 적다. 그 이유는 보험사가 보장해주겠다는 약정한 이율 3.75%는 저축보험료 원금을 기준으로 하지 않기 때문이다. 보험사는 저축보험료 원금에 대해서가 아니라, 저축보험료에서 사업비를 차감한 후의 보험료에 적용하기에 그렇다. 원금에 적용한다면, 실제로는 3%가 되지 않는다.
따라서, 만기환급형 보험의 약정 이율이 은행에 저축할시에 이율보다 더 높다고 저축하는 것보다 만기환급형 보험에 가입하는 것이 더 낫다고 할 수는 없다. 물론 저축성보험의 성격을 포함한 만기환급형이 더 유리할지 혹은 차라리 순수보장형 보험에 가입하고 저축보험료는 은행에 저축하는 것이 더 좋을지는 현 금리의 변동에 따라 다를 것이다. 최근 은행 예금 금리의 하락이 계속되고 있기에 그렇다. 여기에 대한 판단에 따라 단순히 은행에 저축하는 것이 더 좋을 수도, 저축성 성격이 있는 만기환급형 보험이 더 나을 수도 있다.
이에 대한 판단은 여러분의 선택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만기환급형 보험에 가입하는 것보단 차라리 개인적으로 저축하거나, 다른 방식으로 돈을 굴리는 것이 더 좋다고 한다면, 그리하면 된다.
저축성 성격의 만기환급형 보험의 함정
하지만, 필자는 단순히 적용이율로만 만기환급형 보험을 판단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고 본다.차후에 보험사에서 판매하는 저축보험에 대해서는 자세히 설명할 계획이지만, 필자는 저축성 보험이 부가된 만기환급형 보험은 상당히 위험하다고 본다. 이것은 단지 적용이율 외에 다른 여러 변수들을 고려해야 하기에 그렇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만기환급형 보험은 순수보장형에 저축보험을 추가로 가입한 것과 같다. 그런데 낸보험료를 다돌려주는 시점은 보험기간이 만료되는 80세다. 즉 30세에 가입한다면, 무려 50년짜리 저축보험에, 50세에 가입하더라도 30년짜리 저축보험에 가입하는 것과 같다. 지금부터 수십년후에, 그것도 평균수명이 다한 후에 지급받는 보험금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 여러분이 지금 저축을 한다면, 80세가 되어야 만료되는 이런 경직된 자금계획을 갖고 저축하겠는가?
둘째, 만기환급형 보험은 순수보장형에 저축보험을 덧붙인 보험이라 보험료 부담이 훨씬 크다. 30세는 순수보장형 보다 보험료가 월 27,400원이 더 내야 하고, 50세가 되면 무려 보험료 월 268,550원이 더 붙는다. 이렇게 만기환급형 보험은 보험료 크기가 매우 커서 보험료 부담이 매우 커진다. 만일 중도에 저축성 성격의 보험은 해약을 하고 싶어도 불가능하다. 저축성 성격을 해약하게 되면, 보장형 암보험도 같이 해약해야 한다. 따라서, 보험에 가입하더라도 따로 나눠서 가입하는 것이 미래 자금계획을 갖는데 더 유리하다.
셋째, 실제로는 확률적으로 이런 보험을 만기까지 유지하기란 매우 불가능하다. 현재 어떤 보험이든지 만기까지 유지할 확률은 30%가 되지 않는다. 10명중 7명 이상은 중도에 해약하고 있는 실정이다. 중도에 해약하게 되면, 돌려받는 해약환급액은 매우 적다. 보장성 보험은 그렇다고 쳐도 저축성 성격의 보험도 원금도 보장받기가 어렵다. 왜냐하면 저축성 보험료에도 사업비가 떼이기 때문이다. 앞서 보험사가 약정한 3.75%라 하더라도 실제로 계산해보면, 3%가 되지 않는 이유가 사업비를 차감하기 때문에 그렇다. 만일 은행에 저축을 한다면, 중도에 해약을 하더라도 원금은 보장이 된다. 하지만, 보험사에 가입한 저축보험은 원금보장이 되지 않는다.
이러한 이유로 필자라면 만기환급형에 가입하기 보단 필요하다면 순수보장형에만 가입하고 차라리 직접 저축하는 것을 선택하겠다. 또한, 이 AIA생명의 뉴원스톱 암보험은 순수보장형이라고 하더라도 비갱신형 보험이라는 문제가 있다. 비갱신형과 갱신형의 차이는 앞시리즈에서 설명한 바 있다. 여러분은 어떤 선택을 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