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보험공사, 설립 후 3조 3천억원 손실
대기업 퍼주기 계속, 중소기업 지원 여전히 부족
매년 1,700억원 가량의 국민혈세로 대·중소기업 무역 보조
조선사 부실, 당초 보다 많은 2조원 손실 예상
2009년 이후 삼성전자 관련 사고로 2,315억원 손실
대기업의 무역보험 시장 참여, 중소기업 지원 악화 우려
한국무역보험공사가 설립된 1992년이후 총 3조 2,784억원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평균1,700억원의 국민 혈세가 수출 보조금이라는 명목으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으로 쏟아 부어졌다는 것이다.
김제남 의원(정의당, 산업통상자원위원회)이 무역보험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무역보험공사는 2004년부터 2007년까지 4개 년도를 제외하고 적게는 100억원대에서 많게는 7,500억원 규모의 적자를 매년 기록하였다.
대부분의 손실은 이명박정부 이후에 발생하였다. MB 재임기간인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손실은 1조7,861억원이며, 현 정부 첫 해인 2013년 손실은 2,824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IMF 경제위기 여파로 기록한 1조원 가량의 손실에 비해 훨씬 높다.
결국 그동안 3조 7,000억원의 국민 혈세가 출연되었지만, 현재 무역보험기금 잔액은 1조1,420억원에 불과한 상황이다.
○ 대표적인 손실 사례 : 조선사 2조원, 삼성전자 2,300억원, 건설사 1,200억원 사고
최근 벌어진 대형 손실은 중대형 조선사, 삼성전자 등 대기업, 건설사의 보험사고가 주를 이룬다.
‘중대형 조선사 부실사태’의 손실규모는 당초에 알려진 것보다 6,000억원 정도 규모가 많은 2조923억원 가량으로 나타난다. 신아에비스 1조630억원, 세광중공업 1,466억원, 21세기조선 619억원 등 총 1조4866억원의 손실은 이미 현실화되었지만, 성동조선해양 4,000억원 등 6,000억원 가량의 추가손실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굴지의 대기업 관련 손실도 두드러진다. 2009년 이후 무역보험공사는 삼성전자가 관련된 7건의 대형 사고로 2,877억원을 물어주었다. 대표적으로 2009년 삼성전자 제품 수입자가 파산하여 대금을 받지 못하자 무역보험공사는 1,408억원을 갚아주었다. 그동안 일부 회수한 보험금을 감안하더라도 삼성전자로 인해 최소 2,315억원이 손실로 남았다.
최근 건설사 부실 관련 손실은 대우송도개발 346억원, 극동건설 191억원, 남광토건 165억원, 세종기업107억원 등 10대 사고로 1,064억원의 손실을 기록하였고, 133억원 가량의 STX건설 관련 예상손실이 합해지는 경우 그 규모는 1,200억원 가량으로 커진다.
○ 대기업 퍼주기 계속, 중소기업 지원 부족
김영학 무역보험공사 사장은 지난 9월 한 언론사 인터뷰에서 “따져보면 무보는 대기업에서 돈을 받아 중소·중견기업의 손실을 메워주고 있다”고 말한 바 있으나, 이는 잘못된 진단이다.
무역보험공사가 출범한 1992년 이후 대기업 보험 인수는 87%로 중소기업에 비해 압도적일 뿐만 아니라, 보험요율도 대기업 0.26%, 중소기업은 0.34%로 대기업을 우대한 것으로 나타난다.
이 때문에 그동안 대기업에게 지금한 보험금은 훨씬 많은 4조원 가량(중소기업 2조 6,000억원)이다.대기업으로부터 받은 보험료 대비 지급한 보험금의 비중을 나타내는 ‘대기업 보험 손해율’은 109%로 무역보험공사가 대기업 손해를 보전해 준 것이 자명하게 나타난다. 대기업에게서 돈을 벌어들인 것이 아니라 국민 혈세를 대기업에게 퍼준 것이 진실인 것이다.
○ 단기수출보험 민간 개방 재고하고, 무역보험 근본적 전환 필요
김제남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제6차 무역투자회(8월12일)에서 무역보험 확대 등을 통해 수출 중소기업을 1만개 육성하겠다고 발표하였지만, 이는 무역보험공사의 부실과 대기업 편향성을 재대로 진단하지 않고 나온 ‘수박 겉핥기’ 정책”이라고 비판하였다. 무역보험공사의 구조적 문제를 손을 대지 않는 피상적이고 홍보성 정책으로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김제남 의원은 “그나마 무역보험공사의 안정적 수입기반인 ‘단기 수출보험’을 민간에게 2017년까지 넘기겠는 정책을 정부가 추진하고 있다”며, “이는 결국 삼성화재 등 금융대기업만 돈이 되는 사업을 쓸어 담게 되어 결국 국민 부담은 더욱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지적하였다.
김제남 의원은 “그동안 돈이 남아도는 대기업에게 국민 혈세를 퍼부어 온 것이 분명한 만큼, 대기업에 대한 보험료율을 단계적으로 인상해야 한다”고 말하고, “앞으로 무역보험공사는 손해율이 높고 대기업 지원 비중이 높은 수출보증보험(RG 등 조선사 사고 사례), 수입보험(해외자원개발 관련 지원) 등은 줄여나가야 한다”고 대안을 제시하였다. 마지막으로 김제남 의원은 “장기적으로는 ‘중소기업 무역보험공사’로 거듭나는 것이 무역보험공사가 나아가야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