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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심상정 원내대표 “세월호특별법 협상 9부 능선에 다다른 지금, 새누리당 결단만 남아”

23일(화) 의총 모두발언 “최경환노믹스, 서민 소득 실질 증대 방향으로 전환해야”

“책임 있는 증세로 서민 복지확대 재정운용방안 제시돼야”

 

- 일시 및 장소 : 2014년 9월 23일(화) 08:30, 국회 원내대표실

 

○심상정 원내대표 모두발언 전문

 

(세월호 특별법 관련]

 

어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새정치민주연합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이 첫 회동을 가졌습니다. 임박한 국회일정과 세월호 특별법 제정의 시급함을 고려할 때, 20분간의 의례적 만남에 그친 것은 유감입니다. 세월호 특별법 타결이 국회정상화에 이르는 가장 빠른 길임을 인식한다면 속도감 있게 협상 채널을 본격적으로 가동시켜야 합니다.

 

이미 유가족들은 ‘수사권과 기소권에 준하는 다른 법안’에 대해서도 검토할 수 있다는 유연한 입장을 표명한 바 있습니다. 이 정도면 새누리당은 이제 진전된 안을 내 놔야 합니다. 구체적인 안을 제시하지 않고 있는 것은, 세월호 특별법에 대한 청와대의 무력화 의지를 반영한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가질 수 있습니다.

 

세월호 특별법이 이렇게까지 표류하게 된 것에는 새정치민주연합의 책임이 작지 않습니다. 유가족과 시민사회를 특별법 논의에서 배제하고, 밀실협상에 의존함으로써 거듭된 협상 실패를 자초한 것에 대한 성찰이 필요합니다.

 

‘지난 일을 잊지 않은 것은, 뒷일의 스승이 된다’는 뜻인 ‘전사지불망 후사지사’(前事之不忘 後事之師)라는 말이 있습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사마천이 사기(史記)에 남긴 이 교훈을 다시 한 번 되새겨야 할 것입니다.

 

문희상 비대위원장은 원내대표가 ‘협상의 주인공’이라고 밝혔지만, 양당 원내 대표는 협상 실패의 당사자이기도 합니다. 특히 청와대의 가이드라인에 갇혀 있었던 새누리당 원내지도부와 협상력이 고갈된 새정치민주연합의 원내지도부만으로는 협상의 진전을 기대하기 힘든 상태입니다. 국회 정상화가 절실한 만큼 당 대표들이 직접 나서서 세월호 특별법을 책임져야 합니다.

 

협상의 9부 능선에 다다른 지금, 새누리당의 결단만 남았습니다. 세월호 특별법 타결은 청와대 가이드라인에서 벗어나 책임 정당으로 바로 서겠다는 새누리당 지도부의 의지에 달렸습니다.

 

(최경환노믹스 관련)

 

정부가 2015년 예산안을 발표했습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입버릇처럼 말해왔던 경제활성화를 위한 확장적 재정정책 기조로 편성되었습니다.

 

최근 IMF가 내놓은 보고서는 미국 경제는 “연간 1.7%” 낮은 성장률을 전망하고 있고, 유럽경제의 2분기 성장률은 0% 기록하였고, 아베노믹스로 빤짝하던 일본경제는 2분기에 –6.8%을 보여 한계에 직면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이렇게 세계 주요경제권이 부진한 상황에서 한국 1분기 수출증가율은 1.5%, 2분기는 2분기는 1.7%에 머물렀고 민간소비는 –0.3%로 떨어졌습니다. 저는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확대재정정책은 옳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2015년 예산안은 경제활성화란 이름으로 재정의 소득재분배 역할을 포기한 예산입니다. 정부 예산안과 세제개편안은 담뱃세, 주민세 등 서민에게는 증세를, 고소득자와 기업에 대해서는 투자활성화를 명목으로 인센티브(감세)를 주겠다고 합니다. 축소되어 오던 토건 및 SOC 부문 예산은 다시 증가하고, 복지예산은 법령에 따른 자연증가분을 감안하면 사실상 큰 변화 없이 ‘복지정책의 완성’을 선언해 버렸습니다. 이래서는 내년도 예산안은 소득재분배는 고사하고, 소비가 축소되어 결국 내수 및 경제활성화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 있습니다.

 

국가재정은 단순히 경기대응을 위한 것이 아니라 복지확대 등 적극적인 소득재분배를 추진하여 분배형평성을 도모해야 합니다. 그래야 소비가 살아나고, 내수경제가 활성화 되며, 경제성장의 길이 열리게 됩니다.

 

최근 담뱃세 인상과 관련해서 최경환 부총리는 담뱃세 인상이 ‘증세’가 아니라고 강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담뱃값 인상이 ‘서민증세’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할 사람은 최경환 부총리 자신뿐입니다. 최경환 부총리 말대로 담뱃값 인상이 “세수 목적이 아니라 국민건강 증진을 위한 것”이라면, 그 증가된 세금을 ‘전액 의료 지원 목적 재원’으로 써야할 것입니다. 그런데 ‘개별 소비세’를 신설하여 추가 재원을 목적 이외의 사업에 쓰인다 하니, 본인의 말과는 다르게 ‘증세’임을 입증하는 꼴입니다. 담배값 인상세수를 의료 목적으로 쓰고, 서민 부담에 대한 보완책으로서 저소득층 건강보험료를 지원한다면 담뱃값 인상을 동의 못할 이유가 없습니다.

 

국민들은 부자와 기업에게는 세금 깎아주고, 왜 담뱃세, 주민세 같은 세금만 올리느냐 항변하고 있는 것입니다. 박근혜 정부가 공평과세란 조세정의에 입각하여 부자와 기업에게 먼저 세금을 부과하고, 복지에 보다 많은 재원이 쓴다면, 증세에 관한 국민적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서민증세’ 논란의 다른 측면은 국가재정운용에 대한 책임문제입니다. 바로 1년 전 정부는 2017년까지 균형재정을 유지하겠다고 하였으나, 이번 예산안에는 2018년에야 –1.0%의 재정수지를 유지할 수 있다고 합니다. 결국 ‘서민증세’ 논란은 점점 확대되는 국가부채와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세입결손에 대한 어떠한 책임도 없이, 손쉬운 ‘증세’를 하는 것이 아니냐 하는 국민적 의문에서 비롯되고 있습니다.

 

저출산·고령화, 사회양극화의 심화 등 재정환경의 심대한 변화가 있는 상황에서 책임 있는 정부라면 ‘꼼수’가 아닌 제대로 된 ‘증세’에 대한 국민적 논의에 지금이라도 나서야 합니다.

 

이번 정부가 제시한 확장적 재정정책이 DTI, LTV규제완화, 분양가상환제 폐지, 초과이득환수제도의 폐지 등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목숨을 걸고 있는 듯한 단기적인 부동산 부양정책으로 귀결되어서는 안 됩니다. 이들 정책조합은 가계가 ‘빚’으로 부동산에 투자를 하고, 소비를 늘려 내수경제를 활성화시키는 전형적인 ‘부채 주도 성장’의 모습입니다. 이 같은 ‘부채 주도 성장’은 이미 미국과 남유럽 국가에서 파탄이 났음을 기억해야 합니다. 한국경제의 뇌관 천문학적인 ‘가계부채’ 문제를 더욱 심화시킬 뿐입니다.

 

가계소득을 증대시키겠다던 최경환노믹스는 그 구체화 과정에서 결코 보수본색을 한치도 넘어서지 못하고 있습니다. 의료영리화법, 학교옆 유흥시설유치법 등과 같이 대기업들의 민원수리용 사업을 민생입법이란 이름으로 포장하여 막무가내 식 규제완화를 추진하여 기업들의 투자 확대를 유도하겠다고 합니다. 단기적인 부동산 경기부양 정책에 올인하겠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런 식의 규제완화와 투자활성화 정책으로는 ‘구조적이고 복합적인’ 한국경제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오히려 특혜와 눈먼 돈이 부실기업과 사양 산업에 흘러들어가 구조조정을 지연시키고, 좀비기업을 양산하면서 미래 불안정성 키우는 정책입니다.

 

한국경제의 최대 뇌관인 가계부채 문제를 더 키우고, 한국경제를 파멸적 위험으로 몰고 가는 최경환식 정책도박은 서민경제와는 별 상관없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지금이라도 정부는 노동권의 강화, 최저임금의 인상, 비정규직 차별철폐 등과 같이 서민의 소득을 실질적으로 증대시킬 수 있도록 정책기조를 전환하고, 책임 있는 증세와 서민의 복지확대 및 소득불평등을 축소하는 재정운용방안을 제시해야 할 것입니다.

 

2014년 9월 23일

정의당 원내공보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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