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천호선 대표·심상정 원내대표, 89차 상무위 모두발언
천호선 대표 “정부여당, 계획적으로 세월호 유가족을 국민에 대한 가해자로 몰아가…민생 핑계 세월호특별법 제정 방해 공세 즉각 중단해야”
심상정 원내대표 “새누리당, 전향적인 자세로 구체적인 안을 먼저 제시해야”, “세월호법-민생 법안 분리처리, 세월호 특별법 표류시킬 우려 있어”
일시: 2014년 9월 1일 오전 9시
장소: 국회 본청 217호
■천호선 대표
오늘이면 유가족들이 청운동 주민센터 앞에서 대통령 면담을 요구한지 11일째입니다. 하지만 청와대는 직원 하나 내보내지 않고 철저히 무시하고 있습니다. 정의당 국회의원 전원이 청와대 앞에서 열흘째 단식농성을 해도 아무도 나와 보지 않는 것도 전례가 없는 일이지만, 그러려니 하겠습니다. 하지만 유가족에게마저 그래서는 안 됩니다. 어느새 세월호 유가족들조차 피해자에서 골치 아픈 민원인 취급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아니 정부여당은 유가족들을 피해자에서 아예 국민에 대한 가해자로 몰아가고 한국경제를 망치는 주범인양 취급하기 시작했습니다. 아주 계획적으로 그런 여론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세월호를 입밖에 내지 않은지 오래되었으며 유가족들을 거들떠보지도 않습니다. 대통령이 사건 직후 흘렸던 눈물에 과연 진실이 있기는 했는지 의심스럽습니다. 대통령의 이 무자비하고 무책임한 모습은 역사에 선명하게 기록될 것입니다,
오늘 유가족과 새누리당과의 회동이 이루어질지 불투명합니다. 어제 유가족들이 기자회견에서 새누리당이 기존입장을 고수하려면 더 만날 필요가 없다고 했습니다. 양당 밀실합의안이 최대한 양보한 것이라면서 더 물러서면 원칙이 무너진다는 입장 그대로라면 유가족이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은 당연한 것입니다.
유가족들이 요구하는 수사권·기소권을 보장하는 특별법은 가족들도 신뢰 할 수 있게 구성된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주자는 것입니다. 새누리당은 피해자가 가해자를 직접 처벌하겠다고 주장하는 것처럼 왜곡하고 자력구제니 사인소추니 하는 궤변을 늘어놓고 있습니다.
세월호 사건은 사인간의 민사사건이 아닙니다. 국가가 그 발생의 원인을 제공했고 단 한사람의 목숨도 구하지 못했습니다. 해경부터 청와대까지 과연 적법하게 대처했는가 최선을 다 했는가, 이에 수많은 의문이 있으며 그렇게 하지 못했다는 증거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국가가 가해자인 것입니다. 그러하기에 이 사건을 계기로 국가를 개조하겠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표현이 지나치다고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성역 없는 조사가 가능한 특별법을 만드는 것은 우리 사회의 의무이고 국가의 의무입니다. 그것이 정의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앞으로 이 땅에서 살아갈 우리 모두를 위한 것입니다. 제대로 된 대통령이라면, 정말 국가를 개조해야겠다고 생각하면 ‘나부터 조사하라’는 아니더라도 ‘청와대도 조사받겠다’고 해야 했습니다.
나아가 새누리당은 스스로 고백했듯이 세월호 가족들의 요구를 배후 조종된 반정부 투쟁으로 몰아왔습니다. 이제는 당 대표까지 나서서 또 배후조종설을 들고 나왔습니다. 하지만 광화문 농성장에 아이들 손을 잡고 나온 젊은 엄마들과, 그저 안타깝고 미안한 마음에 하루 단식에 참여하러 온 젊은이들을 본다면 함부로 한 말들이 부끄러워 질 것입니다. 특별법 요구를 배후 운운하며 불순한 세력의 책동으로 만들려는 것은, 과거 5.18광주항쟁에도, 87년 6월 항쟁에도, 2008년 촛불집회에도 모두 사용된 낡은 수법일 뿐입니다. 즉각 이런 망언을 중단해야 할 것입니다.
이제 정부와 여당이 이제는 경기침체의 원인마저 세월호 참사와 유가족에게 씌우려 하고 있습니다. 총리와 부총리가 연이어 담화를 발표하고 시장에 가서 사진을 찍으며 직접 바람몰이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정부와 새누리당이 말하고 있는 민생법안의 대다수는 특정이권집단에만 특혜가 될 무분별한 규제완화법입니다. 그런데도 하루라도 통과가 늦으면 경제가 무너지는 것처럼 협박하고 있습니다. 이미 좋아지고 있는 경기지표들엔 눈을 감고, 경제가 추락하고 있는 것처럼 과장하기도 합니다.
경제는 심리라는 최경환 부총리의 말, 틀린 말은 아닙니다. 그러나 유가족들이 동의할 수 있고 국민들이 봐도 성역 없는 조사가 가능하다고 할 그런 특별법을 만들고 추석을 맞아야 합니다. 그래야 국민 모두는 마음 속에 누구나 갖고 있는 미안함과 죄책감을 덜어내고 일상으로 돌아 갈 수 있을 것입니다. 진실이 규명되고 나라가 좀 더 안전해지겠지하는 편안한 마음으로 추석을 맞이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야 경제 심리가 풀릴 것입니다. 국민 다수의 열망을 무시한 채, 결국 그 한계가 뚜렷한 엉터리 특별법이 통과될 때 국민의 실망, 국민의 좌절감은 극심할 것입니다. 경제심리는 위축될 것입니다. 민생을 핑계 삼은 세월호특별법 제정 방해 공세를 즉각 중단해야 합니다.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이런 태도를 바꾸지 않는다면 유가족을 몇 번을 만나도 진전은 없을 것입니다. 오늘 새누리당은 더 이상 원칙 운운하지 말고 상설특검법에서 과감히 벗어나 가족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안을 먼저 들고 가야합니다. 이제 곧 추석입니다. 국가는 정의로워야 합니다. 그것이 원칙입니다.
오늘 9월 정기국회가 개원합니다. 교섭단체 양당의 대치로 인해 100일이 넘도록 처리된 법안이 단 한 건이 없다는 사실에 정치권 전체가 깊이 반성해야 할 일입니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의 진상조사와 책임규명을 둘러싼 대립이 대통령의 약속불이행과 집권 여당의 무책임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에서, 오늘의 부끄러운 국회 모습에 청와대와 여당은 누구보다도 큰 부담을 느껴야 합니다.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교만하지 말아야 한다. 시간 지나면 잊힐 것이라고 생각하거나 민생 경제 논리로 세월호 특별법을 덮을 수 있다는 새누리당의 생각이 큰 오산이라는 것은, 최근의 여론조사 결과가 보여주고 있습니다.
어제 KBS 여론조사에는 다시 협상해야 한다는 의견이 과반을 훌쩍 넘었습니다. 유가족의 뜻대로 수사, 기소권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의견은 60%에 육박합니다. 우리 국민은 어떤 경우에도 성역 없는 진상규명을 위한 세월호 특별법이 반드시 제정되어야 한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세월호 유가족과 두 차례의 만남 이후에도 여전히 새누리당의 입장에 변화가 없는 것은 깊은 유감입니다. 오늘 유가족과 새누리당은 사실상 세 번째 교섭을 갖습니다. 새누리당은 이제 전향적인 자세로 구체적인 안을 먼저 유가족에게 제시해야 합니다. 협상이란 것이 안을 내놔야 할 측에서 내 놓아야 진전이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특히 지난 29일 ‘새 합의안 만들 의사가 없다’는 새누리당의 입장이 오늘도 고수된다면, 세월호 특별법 제정 의지가 없는 것으로 간주할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새누리당은 민생경제 법안과 세월호 특별법을 분리, 처리하자고 주장하고 있습니다만 그것은 세월호 특별법을 표류시킬 수 있습니다. 세월호 참사 이후 5개월째 접어들었습니다. 세월호 특별법을 더 이상 뒤로 미룰 수는 없습니다. 때문에 새누리당은 국회 정상화를 위한 일차 책임 주체라는 점에서, 추석 이전까지 유가족이 동의하는 특별법이 합의 처리될 수 있도록 집권여당으로서의 책임을 다해야 합니다.
새누리당이 국회를 계속해서 식물화시킬 요량이 아니라면, 또 차가운 콘크리트 바닥에서 유족이 추석을 맞이하게 할 생각이 아니라면 세월호 특별법을 책임있게 주도해서 결론을 내야 합니다. 재차 촉구합니다.
청와대 옆 청운동 동사무소 앞에는 세월호 유가족들이 10여일째 노숙을 하면서 대통령 면담에 대한 답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하루빨리 유가족을 만나서 농성으로 지치고 아픈 그 분들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유가족의 뜻을 경청하십시오.
비정한 대통령을 보는 우리 국민들의 마음은 매우 불편합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유념해야 합니다.
■조승수 정책위 의장 내정자
정책의 의장 내정자인 조승수입니다. 당이 지금 여러 민감하고 어려운 시기에 중앙당에서 일해달라는 천 대표님의 요청을 받아들여서, 시당 운영위에서 당분간 시당위원장을 겸임해서 하도록 지난 주에 결정을 했습니다.
어쨌든 미력한 역량이나마 우리 정의당과 민생을 위해서, 항상 진보라고 그러면 진보의 정책브랜드가 과거부터 대표상품이었는데, 그런 부분들이 많이 아쉽다는 주변의 지적도 많이 있습니다. 그런 부분에서 기초를 닦아나가는데 최선을 다하고 우리 대표님과 원내 의원단, 지도부 함께 잘 보필해서 당이 같이 성장 발전하는데 노력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2014년 9월 1일
정의당 대변인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