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문] 심상정 대선 후보, 정치 개혁과 관련한 입장
안녕하십니까. 진보정의당 대통령 후보 심상정입니다.
어제 문재인 후보, 오늘 안철수 후보가 정치개혁안을 발표하셨습니다. 한 마디로 기대이하입니다. 특히 오늘 안철수 후보의 정치개혁안을 보면서 참 당혹스러웠습니다. 정치개혁에 대한 의지는 충만하신 것 같은데 대안을 찾기 위한 고민은 정말로 충분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국회의원 수를 줄이는 것은 듣기에는 좋을지 모르나, 급격하게 변화하는 세상의 속도를 따라가기 위해 국회의원이 해야할 일이 얼마나 많은지 잘 모르시는 것 같습니다. 열심히 일하는 국회의원도 적지 않습니다. 무조건 의원정수를 줄이자는 것은 책임있고 합리적인 방안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정치가 민심과 유리된 채 동맥경화 상태가 된 것은 의원수의 문제가 아니고, 민의를 대변하지 못하는 거대 양당중심의 닫힌 정당체제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폐쇄된 독식 구조의 정당체제를 그대로 두고, 국회의원 수를 아무리 늘리고 줄여봐야 국민의 민의가 정치에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는 정치의 병목현상은 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국회의원 1인당 포괄하는 국민의 수를 설명하기 위해서 미국과 일본의 예를 드셨는데, 미국은 연방제고 양원제이기 때문에 수평적인 비교가 불가능합니다. 실제 많은 유럽 나라들의 기준으로 보면, 우리나라 국회의원의 수는 600명에 도달해야 맞습니다. 또 서구민주주의 국가 34개국을 평균하면 국회의원 1인당 대표하는 국민의 수는 83000명 정도 됩니다. 이처럼 의원수를 줄이는 문제로 정치개혁에 접근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정치의 역할을 축소하자는 것에 다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국민의 정치 불신에 기대서 정치의 역할을 제한하는 것은 그 자체로도 좋지 않은 정치라고 생각합니다.
원내정당 문제, 국고보조금 문제에 대해서는 충분히 논의할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원내정당화 문제와 관련해서도 논란은 있습니다만 앞으로 토론할만한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원내정당화 문제는 지금 같은 지역주의 정당 체제가 존속된다면 만약, 중앙당이 없다면, 특정정당이 특정지역만을 대표하는 정치의 심각한 왜곡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안철수 후보가 국민의 정치개혁 열망에 기대서 출마를 했으나, 정작 본인은 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은 것 아닌가하는 우려가 생깁니다. 안철수 후보가 정치개혁에 대한 생각을 좀 더 깊이 하고 폭넓게 의견을 구할 필요가 있지 않나라는 말씀을 드립니다.
문재인 후보께서 어제 개혁방안을 밝히셨습니다. 정치개혁의 의지를 환영합니다만, 내용에 있어서는 기대에 못미쳤다고 생각합니다. 과거의 민주당이 중대선거구를 고집했던 것에 비하면, 비례 확대를 천명하신 것은 진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지금같이 민심과 정치의 괴리가 심하고, 또 변화와 개혁의 열망이 분출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적어도 독일식정당명부제 정도의 결단을 해야 되지 않나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정당혁신과 관련해서 국민공천제를 말씀하셨는데, 아직 구체적인 방안이 제시됐다고 생각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어쨌든 두 분께서 이렇게 구체적인 정책들을 제시하고 있는 것을 환영하면서, 이제는 보다 구체적인 책임있는 정치적 방향을 제시하고, 이것을 사회적으로 공론화 해서 서로 신뢰의 연대 연합의 기초로 삼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지난 21일 진보정의당 대통령 후보직을 수락하면서 대한민국 대전환을 위한 정치개혁을 제안했습니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와 무소속 안철수 후보 측에 권력구조, 선거제도, 정당개혁 등 근본적인 정치개혁과제에 대해 구체적 방안과 계획을 내놓고 함께 논의하자고 말했습니다. 이번 대선에서는 색깔론에 물든 선거나 과거에 얽매인 선거가 아니라 야권이 선도해서 진보적 정권교체와 우리나라의 미래에 대해 국민들과 대화해야 합니다.
국민들은 새누리당에 대한 판단은 이미 끝냈습니다. 그러나 야권에 대해서도 미덥지 않다고 말씀하십니다. 국민은 우리가 결단하고 쇄신하는 만큼 정권교체에 대해서 신뢰할 것입니다. 공약도 중요하지만, 이젠 어음보단 실천의지가 절실합니다.
어제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께서 자신의 정치개혁, 정당개혁 방안에 대한 입장을 밝혀 주셨고, 오늘은 안철수 후보께서 자신의 정치개혁에 대한 방안을 밝혀주셨습니다. 우리 정치의 대전환을 책임져야 할 공동 책임 주체로서 정치개혁과 정당개혁에 대해서 이전 보다 구체적 입장을 밝혀주신 것을 환영합니다. 두 분이 제시한 방안과 계획이 저의 것과 다 맞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우리가 논의할 주제와 과제들이 보다 분명해 졌다는 것입니다.
시대적 대전환기입니다. 저는 87년 민주화 이후 형성된 낡은 정치질서를 넘어 새로운 미래정치질서로 과감하게 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5년 단임제의 불합리한 권력체제를 혁신하고, 대통령 중임과 권력분산, 견제와 균형의 조화가 이루어지는 권력구조의 개혁은 필수적입니다.
또, 민의와 의석이 비례하는 보다 과감한 정당명부 비례대표제 도입은 우리 정치개혁에 있어 가장 중요한 부분입니다. 정당 내부의 패권주의와 기득권으로 상징되는 낡은 정당의 틀을 혁파하지 않으면 정치의 변화도 이룰 수 없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도자들의 용기와 결심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이제 기득권을 내려놓고 서로의 동감과 공동의 실천 기반을 넓혀가야 합니다.
이미 저는 정치개혁에 대한 국민의 뜻에 기반한 ‘(가칭)정치대전환을 위한 국민회의’를 제안하였습니다. ‘(가칭)정치대전환을 위한 국민회의’는 두 후보를 포함해 그동안 정치개혁을 위해 앞장섰던 진보정치세력과 시민사회가 균등하게 참여하는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한 정치적 대화 기구입니다.
정치개혁은 개인과 개인, 정당과 정당의 논의 이전에 세력과 세력의 대화를 통해 이루어질 때, 단단한 실천적 토대를 갖출 수 있습니다. 동시에 국민이 예측하고 함께 할 수 있는 개혁의 시간계획이 제시되어야 합니다. 더 이상 미루어서는 안 됩니다. 구체적 안을 내고, 공통의 신뢰 기반을 갖고 공론화하는 과정을 알차게 밟아 나갈 때, 정치개혁은 완성될 수 있습니다.
저는 이제 정치 대전환을 실질적으로 이뤄내기 위해 시민사회원로를 비롯해 시민진영, 민주노총, 한국노총 등을 포함한 노동진영 등 진보적 사회세력 전체의 중지를 모으기 위한 대장정에 돌입하겠습니다.
민주당과 문재인 후보, 무소속 안철수 후보 역시 이제 보다 넓은 정치적 대화의 장에서 국민과 함께 하기를 기대합니다. 저는 두 대통령 후보와 각 정당, 시민사회가 우리 정치개혁의 공동 책임자와 당사자로서 정치개혁을 밀고 나갈 정치대전환을 위한 국민회의에 함께 해주 실 것을 다시 한 번 촉구합니다.
2012년 10월 23일
진보정의당 대통령 후보 심상정
진보정의당 대변인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