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호주 FTA 중소기업 보호장치 두지 않아
- 중기 적합업종제도 등 중소기업보호제도 분쟁의 소지 -
- 중소기업 작업반/위원회도 설치하지 않아 -
- 정부조달, 한국은 중소기업할당제 유보, 호주는 모든 특혜 포괄 유보 -
어제(9일) 체결된 한-호주FTA가 중소상인 보호를 위한 각종 국내제도를 FTA 적용으로부터 배제하는 장치를 두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으며, 향후 이러한 제도가 분쟁의 대상이 될 소지가 있다는 분석 결과가 제기되어 재협상 요구 등 향후 논란이 예상된다.
김제남 의원(정의당, 산업통상자원위원회)이 한-호주 FTA 협정문을 분석한 바에 따르면,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 사업조정제도, 대규모점포의 영업시간제한, 전통상업보존구역 등록제한, 전통시장에 대한 각종 지원 등 다양한 중소기업 보호제도가 한-호주 FTA 적용으로부터 배제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었다.
1. 중기 적합업종제도 등 중소기업보호제도 분쟁의 소지
중소기업적합업종제도, 대규모점포 등의 영업시간제한과 의무휴업일 지정제도 등은 한-미FTA와 한-EU FTA 비준과정에서 중소기업의 피해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자 여야 합의로 도입된 제도이다.
따라서 이렇게 새로이 도입된 제도가 분쟁의 대상이 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한-호주FTA 적용을 명시적으로 배제하였어야 함에도 이를 누락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특정 제도를 협정의 적용으로부터 배제하기 위해서는 협정본문, 부속서, 부속서한 등에 협정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내용을 기재한다. 예를 들어, 우리 정부는 자원재활용, 저공해 자동차 배급, 수도권 대학정원 총량제 등을 명시적으로 적용을 배제하였다.
특히, 미국이 2014년 무역장벽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가 한-미간 분쟁의 소지가 있음을 지적한 사례를 보았을 때, 중소기업을 위한 제도가 분쟁의 대상으로 전락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명시적으로 적용을 배제하여야 하는 것이다.
2. 중기청은 협상 참여도 하지 않고, 중소기업 작업반도 설치하지 않아
한-호주FTA에는 중소기업 작업반 혹은 중소기업위원회와 같이 중소기업 보호?육성을 위한 정책을 논의하는 기구도 설치하지 않았고, 심지어 중소기업청은 협상에 참여조차 하지 않았으며, 산업부에는 중소기업 협상 전담인력이 없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지난 2011년 한-미 FTA 비준동의안 심의과정에서 소상공인을 포함한 중소기업 분야에 대한 다양한 우려가 제기되었고, 정부는 협정 내용의 수정이 여의치 않자 대신 ‘한미FTA 중소기업 작업반‘을 설치하여 문제를 해결하기로 약속하였다.
“우리 중소기업 관련 국내에서 제기되는 문제에 대해 양국간 협의를 통한 해결방안 모색”하고, “특히, 국내에서 우려가 높은 중소상인, 자영업자 등도 중소기업 작업반의 논의대상에 포함”시켜 논의하고, “양국간 중소기업 정책에 대한 이해를 제고하고, 불필요한 오해를 해소”한다는 것이다.(외교통상부, “한·미 FTA 관련, 중소기업/서비스·투자 분야 서한교환”, 2011. 11)
그러나, 한-호주 FTA는 이러한 기구도 설치하지 않았다. 이는 정부가 한-호주FTA를 추진하며 중소기업 문제에 대해 관심과 고려를 전혀 기울이지 않은 점을 드러낸 결과이다.
한-호주FTA가 설치하는 위원회 혹은 작업반은 상품무역위원회, 한반도 역외지역가공 위원회, 원산지 규정 및 무역원활화 위원회, 금융서비스위원회, 통신위원회, 농업협력위원회, 에너지 및 광물 자원 협력 위원회 등과 전문직 서비스 작업반이 있다.
3. 정부조달, 한국은 중소기업할당제 유보, 호주는 모든 특혜 포괄유보
정부조달 분야에서도 양국이 중소기업 보호 수준이 불균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조달 챕터는 양국의 중앙정부, 지방정부, 공기업 등의 조달사업에 상대국 기업이 참여할 수 있는 기준을 규정하고, 양국은 이 챕터가 적용되지 않은 분야를 명시하였다.
그런데 한국의 경우 ‘국가를 당사자로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상 중소기업 할당 제도를 자유화(경쟁)의 대상에서 제외시킨 반면, 호주는 ‘중소기업에 혜택을 주는 모든 형태의 특혜’를 포괄적으로 배제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정부조달과 관려하여 호주 정부는 어떠한 형태의 특혜를 중소기업에게 부여할 수 있는 권한을 포괄적으로 유지시킨 반면, 한국의 경우 중소기업 할당제만을 유지할 수 있고, 여타 새로운 형태의 특혜를 신설하는 것은 불가능하게 되었다.
이러한 불균형은 양국의 중소기업에 대한 관심과 고려의 차이가 드러난 것으로 보지 않을 수 없다.
4. 한-호주 FTA는 재협상하여야
김제남 의원은 오늘(10일)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여하여 “한-호주FTA 내용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며, “한미FTA나 한EU FTA 비준 당시에 모두 중소상인 보호 문제가 큰 이슈였고, 이에 따라 여야는 ‘중소기업적합업종특별법’ 제정, SSM 규제 제도 등을 도입하였는데, 한-호주FTA는 이렇게 도입된 제도를 전혀 반영하지 않은 것은 충격적이다”고 평가하였다.
김제남 의원은 “정부가 중소기업 작업반 혹은 중소기업 위원회도 설치하지 않았고 호주는 정부조달 협정에서 중소기업 특혜를 포괄적으로 유보한 점을 고려할 때, 우리 정부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보호?육성하려는 의지가 없음 드러났다”며,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을 외면한 한-호주FTA의 비준을 요구하는 것은 가당치 않으며, 정부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재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