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 평>
저임금·불안정 초단시간 일자리, 결국 여성들 몫
여성 일자리, 보육정책에 대한 근본적인 해법이 우선 마련돼야
오늘(31일) 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은 가사·육아를 병행하는 여성을 위한 2∼3시간짜리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1주일 단위로 환산하면 10시간에서 15시간 이내의 ‘초단시간 일자리’다. 방 장관은 양질의 파트타임 일자리와 함께 경제활동을 해보지 않은 여성도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 2∼3시간 일할 수 있는 초단시간 일자리를 갖도록 하겠다는 취지로 이번 정책을 마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고용노동부가 이번에 발표한 초단시간 일자리 제도는 한마디로 ‘언 발에 오줌 누는’ 정책에 불과하다. 지난해 정부가 발표한 ‘반듯한 시간제 일자리’를 적용했을 때 시급 7,630원 수준으로 2시간을 일하면 1달에 305,200원, 3시간을 일할 경우에는 457,800원을 받게 된다. 과연 이 수준으로 기업들이 여성들을 고용할 가능성이 있는지도, 여성들이 이 정도 ‘용돈’을 벌고자 초단시간 일자리를 흔쾌히 받아들일지도 의문이다.
더욱 근본적인 문제는 초단시간 일자리는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무기계약 전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저임금과 고용마저 불안정한 일자리가 뻔 함에도 불구하고 어떤 근거로 초단시간 일자리를 양질의 일자리라고 할 수 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최근 초등학교 돌봄전담사들이 하루 2.5시간, 4.5시간의 단시간 계약으로 맺어 저임금 및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는 문제는 여러 차례 언론에서 다뤄졌다.
그런데 더욱 가관인 것은 이러한 초단시간 일자리가 확대되면 사회보험 가입효과도 늘어난다는 방 장관의 설명이다. 15시간미만 일자리는 고용보험 대상에서도 배제되어 있고, 해고와 이직이 반복되는 일자리다. 또한 시간제 일자리는 대부분 소규모 사업장에 밀집되어 있다. 현재도 시간제 일자리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의 고용보험 가입률은 15%미만 수준이며, 국민연금도 지역가입자까지 포함해 20% 수준에 불과하다. 더구나 퇴직금이나 시간 외 수당 등에서도 10%밖에 혜택을 입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일자리를 여성들에게 나누겠다는 것이 박근혜 정부의 입장이라면,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대통령인 박근혜 대통령에게 과연 일하는 여성에 대한 공감능력이 있는지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 2∼3시간 일하는 동안 육아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설사 해결이 된다고 하더라도 여성 노동자 스스로 근무시간을 지정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여성 일자리 문제는 단시간이나 초단시간 파트타임으로 해결될 수 없다. 근본적으로 보육시설을 확대하고 결혼, 임신, 출산으로 인해 직장에서 떠나지 않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강구해야 한다.
지난 1월 박근혜 대통령은 “여성이 경력 단절을 겪지 않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했다. 그렇다면 이에 합당한 정책과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 그러나 지금껏 내놓은 정책은 책자 한 권과 몇 차례 간담회, 그리고 시간선택제 취업 지원 등이 전부다. 여성 노동자들이 ‘시간 남으니 일이나 하자’는 식으로 일자리를 선택할 것이라는 것이 정부의 안이한 발상의 근원이라면 이는 비판 받아 마땅하다. 박근혜 정부는 이벤트성 대책이 아닌 여성 일자리 확대와 보육문제 해결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국회 환경노동위원
정의당 국회의원
심 상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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