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경쟁이 아닌 문화로서의 결혼으로 인식 전환해야
- <짝> 여성출연자 사망, 경쟁적 결혼 시장이 낳은 사회적 타살에 다름없어 - |
오늘(5일) 새벽 SBS 프로그램 <짝> 여성 출연자 한 명이 촬영 중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이 사건이 자살로 추정되지만, 그 밖의 정확한 사고 경위는 조사 중이라고 전해진다.
먼저 사망한 여성 출연자의 죽음에 진심으로 애도를 표한다. 아직 이번 사건에 대한 구체적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지만, 이번 사건을 한 여성의 개인적 선택으로 보이지 않는 것은 그동안 <짝>이 한국사회의 왜곡된 결혼 ‘시장’의 모습을 보여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사회 진출부터 극심한 취업난에 시달리고, 취업이 되더라도 저임금과 불안정한 고용조건으로 미래를 준비할 수 없는 젊은 세대에게 연애,결혼,출산(육아)은 포기해야만 하는 대상이 된 지 이미 오래다. 그러나 연애와 결혼이 성취하기 어려울수록 아이러니하게도 연애와 결혼은 더욱 철저하게 시장논리에 따라 경쟁해야만 얻을 수 있는 것이 되어 버렸다.
출연자들은 처음에는 주로 외모로, 마지막에는 경제력으로 서열화되고 상품화되어 이성의 최종선택을 받는다. 특히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이름이 아니라 ‘남자 몇 호’, ‘여자 몇 호’ 식의 숫자로 호명되는 <짝>의 출연자들은 천편일률적으로 정량화된 평가 시스템 안에서 끊임없이 비교를 통해 평가되고, 경쟁하도록 부추겨지며, 자신을 좀 더 그럴싸하게 포장하도록 요구받는 우리 사회가 매우 거칠게 재현된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짝>을 비롯한 유사 리얼리티 매칭 프로그램이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는 변명을 내세워 지나치게 과열된 결혼시장을 비판 없이 재생산하는 도구가 되어 버렸다는 점이다. 촬영 기간 내내 이름 없이 불리며 ‘선택’을 받기 위해 다른 출연자들과 끊임없이 경쟁하는 출연자들의 모습에서 우리는 우리 사회의 우울한 현재를 다시 확인하게 된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우리 사회가 ‘정상’이라고 설정해 놓은 취업, 결혼, 출산 등에 얼마나 천편일률적인 잣대를 들이대는지, 동시에 제도나 문화개선은 뒤로 한 채 개인에게만 이런 목표 달성의 책임을 지우고 있는지를 깨닫고 반성해야 할 것이다.
또다시 ‘사회적 타살’을 당한 여성 출연자의 안타까운 죽음에 진심으로 애도를 표한다. 이 사건을 계기가 되어 보다 안정적인 미래를 기획하려는 젊은 개인의 선택으로서 ‘결혼’ 그리고 ‘시장’ 아닌‘문화’로서의 결혼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기를 바란다.
2014년 3월 5일
국회의원 김제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