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리 1호기 냉각수 누출사고,
원전에서 경미한 사고는 있을 수 없다
◈ 원전에서 발생하는 모든 사건, 사고는 국민에게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
○ 지난 12월 26일, 신고리 1호기에서 냉각수가 누출되는 사고가 발생했고, 그 사실이 한달이 훌쩍 지나 어제(4일)서야 언론보도를 통해 밝혀졌다. 사고 발생 얼마전인 12월 9일 박근혜 대통령이 “원전 안전이 우려되니 철저히 점검하라”고 지시했던 게 무색해지는, 그동안 정부가 얼마나 현실과 따로 노는 말뿐인 대응만 해왔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상황인 것이다.
○ 사고 당시 한수원이 작성한 ‘신고리 1호기 RCP Seal 상부 누설 보고’에 따르면 “정상적인 조건하에서는 누설을 허용하지 않는”이라고 명시되어 있다. 냉각수는 핵 연료봉에 직접 닿아 스트론튬 같은 고농도 방사성 물질이 들어 있고, 강한 산성으로 다른 부품을 부식시키기 때문에 누출되어서는 안된다. 1979년 스리마일 원전사고가 냉각수 누출이 단초가 됐다는 점에서 냉각수 누출사고는 자칫 중대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 그럼에도 한수원은 허용기준치 이하이고 보고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원안위에 보고조차 하지 않았고, 여전히 규정상 기준치 이하라서 안전성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변명만 늘어놓고 있다. 이런 한수원의 인식은 안전불감증이 얼마나 뿌리깊게 박혀 있는지 보여준다.
○ 신고리 1호기는 신고리 2호기, 신월성1호기와 함께 제어케이블 시험성적서 위조로 시작된 대표적인 비리원전으로, 온 국민을 불안에 떨게 했던 원전이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지난 1월 2일, 원전비리로 7개월간 가동을 멈춘 신고리1호기의 재가동을 승인했다. 결국 원안위는 승인과정에서 냉각수 누출 사고는 전혀 모른채 재가동을 승인한 것이다.
○ 한수원의 해명대로 운영기술지침서상 기준치 이하여서 보고대상이 아니고, 경미한 누수이고 안전성에 영향이 없다고 판단했다 하더라도, 원전비리로 가동을 전면 중단한 상태로 국민의 ‘안전우선’의 주목을 받고 있던 상황에서 한수원은 원안위에 마땅히 보고했어야 했다.
○ 또한, 운영기술지침서상 기준치 이하의 경미한 사고라 할지라도 한수원은 원안위에 모든 사건, 사고에 대해 보고하여야 한다. 원전에서 발생하는 모든 사건, 사고에 대한 기록을 종합적으로 관리해야만 향후 일어날 수 있는 사고에 대해서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그러지 않고 자체보고만으로 끝내버리고 공개하지 않는다면, 그것이 은폐와 무엇이 다른가. 그동안 원전 비리와 안전 사고는 ‘은폐’와 ‘독단’적 원전운영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교훈을 아직도 깨닫지 못하는 것이다.
○ 중대사고는 어느 한 순간 갑작스럽게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이전에 경미한 사고들이 반복되는 징후와 과정에서 발생한다는 ‘하인리히 법칙’을 한수원과 원안위는 명심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번 냉각수 누출과 같은 사고를 포함해 원전에서 발생하는 모든 사건, 사고들은 국민들에게 한 치의 숨김도 없이 공개되어야 한다.
2014년 2월 5일
국회의원 김제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