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임금체계 개편, 고용노동부의 일방통행은 안돼
지난해 12월 대법원은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오늘(23일) 이 판결을 토대로 고용노동부가 「통상임금 노사지도 지침」을 만들어 공표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계기로 31년만에 통상임금 산정범위에 대한 지침이 새롭게 마련된 것이다. 정부는 지난 1988년 통상임금을 둘러싼 논란을 해소하고자 「통상임금 산정지침」을 만든 바 있다. 그러나 이 지침이 오히려 산업현장에 혼란을 일으켜 왔고, 노동자들은 소송을 통해 통상임금 문제를 해결해 온 것이 사실이다. 국회에서도 통상임금의 정의와 범위를 법개정을 통해 해결하고자 지난해 본 의원을 비롯해 몇 몇 의원들이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통상임금 지침이 공표되었지만, 앞으로의 법적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통상임금의 정의는 입법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옳다.
한편 이번 지침은 대법원 판결의 주석에 불과할 것뿐만 아니라 노사정 간의 논의도 되지도 않고 있는 임금체계 개편에 대해 고용노동부의 입장만 내놓고 있어 심히 우려스럽다. 임금체계 개편은 단순히 임금의 구성항목을 바꾸는 데 그치지 않고 그에 내재되어 있는 장시간 노동, 낮은 기본급, 60세 정년제 도입 등 여러 가지 문제를 함께 해결해야 하는 복합적인 과제다.
이러한 문제를 단순히 개별노사에게 전가시키는 것은 오히려 임금체계를 더욱 왜곡시킬 가능성이 크고, 또한 장시간 노동 등 연계된 문제도 해결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통상임금 산정범위가 달라짐에 따라 종래의 기형적 임금구조를 청산하기 위해서는 노사정의 긴밀하고도 심도 깊은 논의가 필요하다. 임금체계 개편은 전문가 집단의 의견이나 컨설팅, 안내를 통해서 해결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지난해 5월, 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이 정부지침과 대법원 판례의 입장 차이를 노사정 협의를 통해 해결하자는 입장을 발표한 바 있지만 이는 바른 방향도 아닌데다, 그렇게 실현도 못했다. 오히려 임금체계 개편은 노사정이 다뤄야 할 중요한 과제라는 점을 고용노동부가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고용노동부는 임금체계 개편이라는 거대 의제를 지침이나 컨설팅을 통해서 해결하겠다는 안일한 발상은 버려야 한다.
임금체계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는 매우 중요한 과제다. 기본급 비중을 높이고, 수당백화점이 된 임금구조를 바꿔 장시간 노동을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노사정이 마련하는 데 머리를 맞대야 한다. 또한 각 업종별로 적합한 모델을 노사와 정부가 함께 협의하여 노사 모두가 수용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갈 수 있는 이행방안도 함께 논의해야 한다.
국회의원 심 상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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