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논평] 격랑의 동북아 질서 속 평화와 통일을 어떻게 달성할 것인가라는 구체적이고 적극적인 전략 제시가 필요하다
박근혜 대통령이 연두 기자회견에서 평화통일 기반 구축을 위한 3대 기조를 밝히며 "통일은 대박이다."는 소신을 밝혔다. 청년층 등 우리 사회의 일각에서 통일에 대한 부담과 회의론이 증폭되는 시점에서 통일에 대한 긍정적 평가를 밝힌 것은 환영할만하다. 특히 설을 맞아 이산가족 상봉이 이루어지도록 하겠다는 구체적 구상을 밝힌 것은 긍정적이다. 작년에 이산가족 상봉이 성사 목전에 이루어지지 않아 안타까웠는데, 올해는 기필코 이루어져 이산가족의 한을 조금이나마 풀고, 긴장완화와 통일을 위한 작은 디딤돌이 되기를 기원한다.
그러나 일본의 우경화와 미국의 '재균형화', 중국의 대국화 정책이 충돌하는 동북아의 격랑 속에서 평화와 통일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달성할 것인가라는 적극적 전략은 여전히 제시하지 않아 공허하다.
아베 일본 수상은 연두소감에서 "강한 일본을 되찾기 위한 싸움이 시작됐다."고 표방했다. 그가 생각하는 강한 일본이 단지 거품이 꺼지기 전 경제대국이 아니라는 것은 평화헌법 개정을 중요 과제로 꼽은 데서도 드러난다. 중국은 중국대로 새해 첫날 자신들의 첫 항모인 랴오닝호가 함재기들의 호위를 받으며 서해를 통과하는 모습을 과시했다. 일본을 포함한 주변국에 힘을 과시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얼마 전에는 일방적으로 자국의 방공식별구역을 확대하기도 했던 중국이다.
이러한 일본과 중국의 모습을 보면서 많은 국민들이 120년 전 1894 갑오년 청일전쟁의 전장으로 전락하고 수많은 동학농민들이 도륙을 당했던 비참한 과거를 떠올리며 기시감(데자뷰)을 느끼고 있다.
현재 우리의 국력이나 국제정치 상황을 냉정하게 짚어보면 그런 두려움은 과장된 것일 수 있다. 하지만 그해 갑오년, 내부의 개혁 요구를 억누르기 위해 청의 개입을 요청했던 조정의 어리석음이 일본에게 빌미를 제공했던 우를 되풀이 말아야 할 것이다. 만약 남북 간에 NLL에서의 국지적 충돌이 전면전으로 비화하거나 핵을 둘러싼 갈등이 통제범위를 벗어난다면, 중국도 미국의 뒤를 받쳐준다는 명분으로 일본도 한반도에 출병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박 대통령이 통일시대 준비의 핵심장벽이 북핵이라고 밝히면서도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의 조속 재개 등 구체적 제안을 하지 않은 것은 안타깝다. 1,2,3차 북한 핵실험이 모두, 회담이 전개되지 않을 때 진행되었다. 북이 더 이상 핵능력을 증강시킬 핑계를 대거나 기회를 제공해주지 않기 위해서도 대화의 조속 재개가 필요한 것이다. 때문에 여전히 개최되지 못하고 있는 6자회담의 조속 재개 의향을 천명할 필요가 있었다. 대통령은 "북한이 비핵화를 위한 진정성 있는 걸음을 내디딘다면 남북한과 국제사회는 한반도의 실질적 평화는 물론 동북아의 공동 번영을 위한 의미 있는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을 해 여전히 북한의 핵과 관련한 선제적 행동과 결단을 전제조건으로 삼는 듯하다. 그러나 선비핵화 진전을 전제조건으로 삼아서는 북이 호응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 북이 호응을 해 오는 것을 전제조건으로 내세울 정도로 북핵과 동북아의 정세가 한가하지 않다. 북의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도 북이 희망하는 안보 불안의 해소,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변화시키는 평화회담과 비핵화회담을 병행해 가자는 일괄타결 제안 등 보다 적극적인 전략, 능동적 제안이 필요했다.
2014 갑오년도 북핵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해나가기 위한 대화가 재개되지 않고, 이 때문에 남북관계 등이 크게 개선되지 않으며 팽팽한 긴장이 지속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이런 긴장을 빌미로 종북몰이 등 시대착오적 이데올로기 공세로 우리 사회 내부가 분열되어서야 무슨 통일시대 준비가 가능하겠는가? 남북간의 긴장때문에 주변 강대국에 개입의 빌미나 제공하는 상황에서 무슨 유라시아 시대 개척의 이니셔티브를 행사하겠는가?
다시금 전쟁할 수 있는 나라로 탈바꿈하려는 일본을 제어하고,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 등을 현실화시키기 위해서도 남북관계가 조속히 정상화되어야 한다. "통일은 대박이다."는 말이 공허한 수사로 끝나지 않기 위해서도 경제협력 등 남북관계를 국내정치에 예속시키지 않아야 한다. 파고가 높아져가는 동북아 질서 속 우리 국민들이 안보에 대한 걱정을 넘어 평화로운 한반도, 유라시아 대륙 시대를 개척해 갈 수 있도록 정부의 분발과 일관된 행보를 기대한다.
2014. 1. 6
정의당 정책위원회(의장 박원석 의원)
* 문의 : 김수현 평화-통일 정책연구위원 (070-4640-23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