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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한 논의 끝에 2013년 세법개정안이 국회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를 통과했다. 공평과세 실현과 복지재원 마련이라는 기조하에 재벌과 부유층들이 자신의 능력에 맞은 세금부담 원칙을 구현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이번 세법개정안은 몇몇 성과에도 불구하고 더 많은 한계와 과제를 내포하고 있다.
이번 세법개정안의 최대성과는 38% 소득세 최고세율의 과세표준을 현행 3억원 초과에서 1억 5천만원 초과로 낮췄다는 점이다. 현행 3억원의 과세표준은 중위소득의 9배에 달할 정도로 지나치게 높아서 개인소득자의 0.2% 정도만이 적용받을 뿐이었다. 때문에 대다수 학자들로부터 실질적으로 최고세율의 의미가 거의 없다는 지적을 받아온터라 1억 5천만원으로 과세표준을 낮추기로 한 것은 과세체계를 정상화한 결과라 할 수 있다.
또한 근로소득자에 대한 신용카드공제율 인하나 자영업자에 대한 의제매입세액공제 축소 등 부자감세로 구멍난 세수를 근로소득자와 자영업자의 세금부담으로 메우려는 정부의 의도를 막아냈다는 점도 의미있는 결과이다.
이런 성과에도 불구하고 이번 세법개정안은 더 많은 한계와 문제점을 노정하고 있다.
우선 이번 세법개정안에는 재벌대기업에 대한 실질적인 과세강화 방안이 제대로 포함되지 못했다. 정부여당의 반대로 법인세 최고세율 인상은 논의조차 하지 못했으며, R&D 세액공제와 같이 대기업이 집중적으로 혜택을 보고 있는 대규모 공제감면을 실질적으로 내리자는 주장도 전혀 받아들이지 않았다. 지난 정부의 감세정책의 최대수혜자인 재벌대기업들이 천문학적인 유보이익을 쌓아두고 있는 상황인데도 정부여당은 투자활성화라는 낡은 도그마에 갇힌 채 법인세 인상만은 한사코 거부하면서 재벌기업들은 공평과세의 사각지대로 남게 되었다.
둘째 정부와 새누리당, 민주당간에 부의 무상이전에 대한 상속증여세 세금완화 경쟁이 벌어지면서 가업상속공제 대상 기업이 매출 3천억원 기업으로 확대되었으며, 일감몰아주기 과세에서도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예외조치가 마련된 것은 매우 유감스럽다. 사주의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상속세를 부과하지 않거나 일감몰아주기를 통해 사주가 이익을 편취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세금을 면제하는 것은 조세정의와 공평과세에 정면으로 반하는 조치이다. 부의 무상이전에 대한 과세는 대기업 사주와 중소기업 사주를 구분할 일이 아니며,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지원과 해당 기업의 사주에 대한 세금감면은 무관하다. 이런 의미에서 중소기업 사주라 할지라도 부의 무상이전에 대해서는 정상적으로 과세하는 것이 타당한 일이다.
셋째 막판 물밑 협상과정에서 다주택보유자들의 주택양도차익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세 제도가 폐지되었고, 기업의 비업무용부동산에 대한 과세도 대폭 완화되었다. 지금껏 실주거용 주택에 대해서는 세금을 완화하는 대신 투기용 부동산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과세하겠다는 것은 국민적 상식이며, 그 핵심적인 장치가 바로 다주택보유자와 비업무용 부동산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였다. 하지만 이번 양도소득세 중과 폐지는 부동산 투기에 대한 면제부가 새롭게 발부된 것에 다름아니며, 이번 세법개정안의 가장 큰 오점으로 기록될 것이다.
넷째 공언했던 종교인 과세가 좌절되면서 세금에 대한 국민 불신과 냉소가 가중될 것이다. 종교인 소득에 대한 과세는 정부가 올해 세법개정안을 발표하면서 가장 역점적으로 추진했던 과제중에 하나였으며 공평과세를 실현하는 데 상징적인 조치였다. 오랜 기간 공론화 과정을 거치면서 추진된 종교인 과세에 대해 조세소위 초반에 원칙적인 합의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의견수렴 미흡이라는 이해하기 힘든 이유로 그 합의를 번복한 것은 이번 조세소위가 국민적 눈높이에 전혀 부합하지 못했음을 자인한 꼴이다. 종교인에 대한 의견수렴도 중요하지만 이들 종교인을 바라보는 다수 국민들의 곱지 못한 시선을 더욱 감안했어야 했다.
이번 세법개정안이 조세정의와 공평과세를 바라는 국민의 기대치에는 한참이나 모자라는 결과이다. 하지만 국민의 눈높이에서 조세정의와 공평과세를 실현하려는 정의당의 노력은 계속될 것이다. 이번 임시국회가 끝나는 즉시 대기업에 대한 공제감면을 실질적으로 축소하기 위한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며, 차기 회기로 이월된 주식양도차익에 대한 과세강화와 종교인 과세방안 도입과 같은 공평과세 실현 방안을 관철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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