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퇴근길 인터뷰 시간입니다. 철도 파업이 열흘째를 맞고 있습니다. 역대 최장기록이 갱신됐습니다. 코레일은 파업 노조간부 145명에 대해 징계 절차에 착수하는 등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수서발 KTX 운영사를 별도로 설립하면, 연간 460억 원의 중복투자 비용이 발생한다는 코레일의 내부보고서가 공개됐습니다. 이 보고서를 공개한 정의당 박원석 의원, 연결돼 있습니다.
1. “수서발 신규사업자 법인 설립 시 추가 비용” 이라는 문건을 공개하셨는데, 우선 말이죠. 코레일에서 작성한 문건이 맞습니까?
▷ 네, 코레일에서 작성한 문서로 저희 의원실에 제보로 도착한 문서이고, 국토부에서 6월 철도산업 발전방안 발표 직전인 올해 5월에 작성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2. 이 문건을 보면, 공사 출자로 자산을 공동 사용하더라도 일정 규모의 중복비용이 불가피하다고 적시돼 있다고요?
▷ 맞습니다. 별도의 법인을 설립하면 인건비가 연간 241억 원, 각종 관제 및 전산 시설 최소 220억, 공익서비스의무 보상금 축소나 선로 이용료 문제, 여기에 국토부의 수요 예측 오류 등으로 인해 공사의 경영 부담을 가중시킬 것이라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3. 코레일에서 작성한 이 문건의 내용에 따르면, 수서에서 출발하는 KTX 운용사를 설립하면 경영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코레일의 주장에 모순이 있는 것, 아닙니까?
▷ 경영효율성은 커녕 코레일이 망하는 길이라는 우려를 담고 있습니다. 대통령과 서승환 국토부 장관, 현오석 경제 부총리에 코레일 사장까지 나서서 코레일의 부채가 심각하기 때문에 경역 혁신을 해야 하고, 그 최우선 방안이 자회사를 설립하여 부채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만, 이 문서에 따르면 정반대의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 사실 문서가 아니라도 상식적으로 알짜 사업 분야를 쪼개서 다른 회사를 만드는데 경영이 악화될 것은 뻔하다고 생각합니다. 가장 황당한 것은 코레일의 이사회입니다. 이런 상황을 뻔히 알고 있으면서 밀실 이사회를 열어 회사에 손실을 입히는 결정을 했습니다. 말 그대로 ‘배임’입니다. 그것도 임기가 10개월이나 지난 이사가 3명, 스스로 사퇴서를 제출한 이사 1명까지 포함해서 결정한 것입니다. 일반 회사라면 배임으로 고발되어 손배를 물었을 만한 상황입니다.
4. 문건에서 또 눈에 띄는 점이, “개통 연도 실제 수요는 1991년 최고 계획 때의 수요예측 대비 36%이며, 과다 예측된 수요를 근거로 국고부담 비율을 낮춘 결과 고속철도 건설 부채 누적 문제가 발생했다“고 밝혔던데, 이것은 어떤 의미인가요?
▷ 당초 KTX를 건설하면서 각 고속철도 수요예측을 했습니다. 91년 한국 교통연구원은 2010년에 하루 32만8,648명이 이용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2010년 실제 이용객은 하루 28만4,158명입니다. 예측치의 35%가량 밖에 되지 않습니다. 과다 추정한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민자 고속도로 건설 등의 가장 큰 문제는 과도한 수요 예측의 실패로 인한 적자 보전이었듯 이번도 마찬가지 였던 것입니다. 수요 예측에 의거해 정부가 부담하는 국고 비율은 35%로 책정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해 코레일이 이 부담을 안고 가야 했던 것입니다. 코레일 입장에서는 그렇지 않아도 국토부가 예측을 과다하게 해서 손실이 나는 상황에 수서발로 일부 수요가 전이되면 더 큰 손실을 입게 되는 상황이 될 것입니다.
▷ 수요 예측의 과다 문제는 수서발 자회사도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지난 국정감사에서도 지적한 바 있습니다만 교통연구원은 수서발 KTX의 예측 수요는 7만 8,279명입니다. 차량 승객 수를 만석 406명으로 계산하면 하루 왕복 192.8회를 운행해야 하고, (대부분의 노선이 중복이기 때문에) 이렇게 되면 서울/용산발 KTX를 줄일 수 밖에 없습니다. 당연히 예측 수요를 맞추려면 코레일의 손실이 생기고, 그렇지 않으면 수서발 자회사는 예상 수익을 못 얻게 됩니다. 코레일과 수서발 자회사는 경쟁을 통해 경영을 효율화 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마른수건을 짜내는, 즉 양쪽 다 고사할 수 밖에 없는 제로섬 게임을 하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5. 앞서, '국토부-공사 간 철도산업 발전 워크숍 결과 보고'라는 제목의 코레일 내부 문건도 입수해 공개하셨잖아요? 이 문건을 보면, 코레일은 지난 7월까지도
수서발 KTX 분리에 대해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던 거죠?
▷ 네, 코레일은 자회사 설립이 코레일에 결코 유리한 결정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국토부의 강행의지에 대해 서두르면 곤란하다는 입장을 표명했습니다. 6월 국토부가 철도산업 발전방안을 내놓고, 7월에 코레일과 한 워크샵에서 논의된 내용입니다. 당시 쟁점 사항 정리에는 요금 인상 계획과 자회사 설립으로 인한 코레일의 손실 보전도 논의했습니다.
▷ 코레일은 ‘어떻게 될지 모르니 빨리 자회사부터 만들자는 입장이 변하지 않으면 법적/절차적/도덕적 문제가 발생하고 노동조합의 자극’할 것이며, ‘(자회사의)코레일 지분이 51% 초과시 국회, 언론 등에서 제기하는 민영화 논란이 불식 가능’하다고도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코레일의 이런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지분 41%에 올해 말 강행하게 된 것입니다. 코레일도 손해를 입힐 것이 뻔한 정부 정책에 대해 부담을 가지고 속도조절을 원했지만 국토부의 압력에 굴복한 모양새라고 볼 수 있습니다.
6. 코레일은 수서발 KTX 운영사 추가 설립으로 코레일의 수익이 늘어날 거라는 주장을 하고 있지만, 당시 문건에는 다른 내용이 기술돼 있다고요?
▷ 앞서 계속 말씀드렸듯 워크샵 문서를 보면 코레일은 끊임없이 수서발 자회사 설립으로 인해 손해를 볼 것이라는 것이 명약관화하기 때문에 국토부에 이를 선처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문서에도 명확히 ‘수서발 회사로 인해 코레일의 경영손실은 분명’하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 수서에서 KTX가 출발하면 80%구간이 중복구간인데 무한정 열차를 증차할 수 없는 것은 뻔한 일이고, 코레일의 서울/용산발은 줄어듭니다. 연간 4천억원 가량의 수입 전이가 예상되고, 이를 지원해 달라고 요청한 것입니다. 이 액수에 대해서도 국토부와 같이 검증하고 지원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해달라고 합니다.
▷ 현재 고속철도 건설 부채는 코레일이 선로사용료를 납부하면서 갚아나가고 있습니다. 코레일이 우려했던 것은 수서발로 인해 수입도 줄어들고, 그간 꼬박꼬박 선로사용료도 내왔는데 정부가 지원 안해주면 안된다는 것입니다. 국토부는 수서발에 차량을 임대해주고 수익을 얻으라고 하지만 말이 안된다는 것입니다. 코레일에 사용료를 받아서 건설 부채를 갚겠다는 국토부의 정책 자체에 대해서도 불만을 토로하고 있습니다. 코레일은 정부 정책에 따라 열심히 운영했는데, 알짜 사업을 뗀다고 하니 당혹스러운 것입니다.
7. 코레일 측이, 수서발 KTX 운영사 별도 설립으로 발생되는 적자를 위해 향후 정부 재정지원이 추가적으로 필요하다는 대책을 강구했다는 사실도 공개됐다고요?
▷ 코레일이 고속철도 건설 부채를 30년간 갚아나가도록 했던 것은 50년으로 연장해주겠다는 방안을 논의중이라거나, 운임 자율권을 실질적을 보장한다는 등의 다양한 간접적 지원 방안도 문서에 나옵니다. 그리고 국토부와 코레일이 함께 작성한 쟁점 사항별 과제 리스트에는 ‘KTX 기존선 수요 이전분 손실 보전’이라는 항목에 연간 4,500억원이라는 추진 목표도 나와 있습니다.
▷ 사실 국민들도, 국토부도, 코레일도 모두 자회사 설립으로 코레일이 힘들어 질 것이라는걸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분할 매각이라는 공공부문 민영화의 공식이 진행되는 것이라는걸 알고 있습니다. 오직 정부와 여당만이 자회사를 설립하면 수익이 증대되고, 코레일 부채를 갚을 수 있고, 효율적 경영이 될 것이며, 민영화는 절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증거에도 불구하고 무조건 믿으라는 것은 정치의 영역이 아닙니다.
8. 오는 25일에 출간될 최연혜 코레일 사장의 저서 <벤츠ㆍ베토벤ㆍ분데스리가>를 보면, "독일 연방철도공사인 DBAG는 지금까지 주식의 100%를 정부가 보유한 국가 공기업으로 운영되고 있다. …국가가 강력한 통제력을 가지고 운영해야 한다는 데 광범위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언급했다고 알려졌는데요.
최 사장이 책뿐만 아니라 지난해 1월 한 신문에 기고한 글에서도 철도회사 분리를 비판했던데요. 최연혜 사장은 왜 이렇게 입장이 바뀌었을까요?
▷ 제가 이제까지 입수하여 공개한 문서를 보면 끊임없이 코레일은 난처해 하고 있습니다. 최연혜 사장 역시 12년 1월 자신의 칼럼에서 제가 지금 하고 있는 반대 논리를 똑같이 들며 자회사 설립은 대기업 특혜라고까지 주장한 바 있습니다. 저는 국토부가 저렇게 자신있게 밀어붙이는 이유는 청와대의 의지라고 생각합니다. 대통령이 직접 “정부에서 그동안 누차 민영화를 안 한다고 발표했는데도 민영화하지 말라고 파업하는 것은 정부 발표를 신뢰하지 않고 국민경제에 피해를 주는 전혀 명분 없는 일”이라고 언급하면서 자회사 설립 추진과 노동자 징계를 강행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정의당 박원석 의원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