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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논평

  • [정책논평/브리핑] [정책논평] ‘제2 새마을운동’, 농촌마을공동체를 확인사살하려는 것


[민생 정책 논평/ 2013년 10월 24일(목)/국회정책연구위원 정기석]

 

‘제2 새마을운동’, 농촌마을공동체를 확인사살하려는 것

- ‘유신공화국 시즌2’를 선동하는 전체주의적 행진곡을 당장 멈춰야

- 농촌공동체를 괴멸시킨, ‘발암 석면슬레트 지붕’ 같은 상처일 뿐

- 농민들은, 국민들은, '새마을'에서 그만 살고 싶다

 

 

새마을운동, ‘유신공화국 시즌2’를 선동하는 행진곡

지난 20일 박근혜대통령은 ‘2013 전국새마을지도자대회(전남 순천)’에서 새마을운동의 부활을 공식 선언했다.

정의당은 이미 지난 3월 정책이슈(‘새 정부의 농정 실천의지를 의심하고 걱정한다’)에서 사태를 예고한 바 있다. 지난 대선부터 내건 ‘제2의 한강의 기적, 제2의 새마을운동의 낡은 깃발’이 몹시 거슬렸다. ‘제3공화국 시즌2’의 시대착오적 출범이 심각하게 우려됐다.그때 그 시절을 생생히 기억하는 국민들은 불안하고 불쾌한 기시감에 시달렸다. 그런 우려와 걱정이 마침내 눈앞의 현실로 다가온 것이다.

박근혜대통령은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새마을운동을, “미래지향적 시민의식 개혁운동으로 발전시키고 범국민운동으로 승화시키겠다”며 다시 꺼내 들었다. "새마을운동은 우리 현대사를 바꿔놓은 정신혁명이었고 그 국민운동은 우리 국민의식을 변화시키며 나라를 새롭게 일으키는데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고 자평했다.

또 "앞으로 제2의 한강의 기적을 일으키기 위해 새마을운동의 정신을 살려서 국민들의 힘을 하나로 모으는 계기를 또다시 마련해야 할 때“라고 강하게 주장했다.

나아가 작심한 듯 구체적 추진방향까지 제시했다. “제2의 새마을운동은 나눔과 봉사, 배려의 실천덕목을 더해 국민통합을 이끄는 '공동체 운동’이 될 것”이라 규정했다.

“공동체 운동을 통해 도시와 농촌,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를 해소하고 창조운동 문화운동을 통해 창조경제를 실천하는 의식개혁운동이 되는 한편 지구촌 행복에 기여하는 글로벌 운동으로 발전해나가야 한다”고 말을 덧붙였다.

 

농촌공동체를 괴멸시킨, ‘발암 석면슬레트 지붕’ 같은 상처

이토록 열심히 박대통령이 국민들에게 주입하고 싶은 메시지는 분명하다. “새마을운동은 ‘공동체운동’이라는 것, 창조경제 실천을 위한 ‘의식개혁운동’이라는 것, 지구촌행복에 기여하는 ‘글로벌운동’이라는 것, 그러니 새마을운동은 참 좋은 것”이라는 요지다.

새마을운동을 충분히 경험해본 많은 국민들은 이 일방적인 주장에 전혀 동의할 수 없다.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 시대의 낡은 유물을 재활용하겠다는 불순한 목적을 의심하며 몹시 당황하거나 불안해하고 있다.

물론 새마을운동이 농촌근대화에 기여한 부분이 없지 않다고 평가하는 이도 있다. 개발이나 발전의 근본 개념 자체를 달리 보는 입장에서는 얼마든지 가능한 견해다.

그렇다해도 새마을운동은 3공화국과 박정희 전 대통령의 치적이 아니다. 지붕을 개량하고 마을 길을 다리를 놓고, 모두 마을 주민의 노동력과 사유재산의 희생으로 이루어졌다. ‘잘 살아 보세’ 새마을운동의 여파로 공동체농업은 사라지고 상업농이 득세하면서 농기계를 사고, 비닐하우스를 설치하느라 농가마다 농협 빚만 잔뜩 늘었다. 먹고 살기가 더욱 힘들어졌다. 새마을운동이 시작되고 1980년대 초반까지 지속적으로 수많은 농민들이 고향을 등지고 농촌을 떠났다. 새마을운동이야말로 농촌공동체를 붕괴시킨 주범인 것이다. 지금까지 농촌마을마다 ‘발암 슬레트 지붕’처럼 깊은 상처로 남아있다.

겉으로는 새마을운동의 근본 취지  자체는 그리 나쁘지 않았다. 당시 박정희 전 대통령은 "농민들의 근면, 자조, 자립정신을 바탕으로 수해복구와 농촌재건운동에 한 마음 한 뜻으로 뭉쳐, 농촌마을 가꾸기사업을 추진해 보라“고 지시했다. 비록 조선총독부의 '아타라시이 무라쓰쿠리'를 그대로 직역했지만, '새마을가꾸기사업'이 시작된 것이다. 문제는 진심과 진정성이 담겨있지 않았다는 데 있다. 겉과 속이 달랐다는 데 있다.

그래서 평가가 결코 사람마다 다를 수 없는 객관적이고 역사적인 사실은 감출 수 없다. 바로 새마을운동이 10월 유신 이후 박정희 독재 체제를 떠받치는 도구로 악용됐다는 사실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새마을운동은 유신 이념의 실천 도장’이라는 휘호까지 후대에 남겼다. 부인할 수 없는 증거물이다.

당시 유신 반대 확산을 저지하고 국민 통제를 강화하는 수단으로 새마을운동만한 게 없었을 것이다. 겉으로는 지역개발과 농촌현대화를 외쳤지만, 내용적으로는 박정희 독재체제를 지속시키기 위한 관제운동 성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이유다.

심지어 유신정권 수립이라는 목적이 어느 정도 달성되자 마을 자체적으로 추진하라며 정부 책임을 벗어던졌다. 농촌새마을운동에서 벗어나 도시새마을운동, 공장새마을운동협의회, 민간단체새마을운동협의회, 새마을지도자협의회, 도시새마을운동햡의회, 새마을금고연합회, 새마을문고연합회 등 새마을 관변단체들이 우후죽순처럼 난립했다. 특히 도시와 공장에서는 새마을운동 지도부가 노조 운동과 반정부 활동을 감시하는 창구역할까지 감당했다.

 

농민들은, 국민들은, ‘새마을’에서 그만 살고 싶다

무엇보다 ‘제2의 새마을운동’을 꺼내든 시기가 좋지 않다. 국정원, 국가보훈처, 군 사이버사령부, 경찰, 검찰, 보수언론 등의 총체적인 불법 대선개입 정황이 속속 밝혀지는 이때, 아버지 박대통령이 국민을 통제하고 제압한 유력한 도구를 다시 꺼내든 의도는 의심받기에 충분하다. 당시 '새마을운동'은 새마을지도자 중심의 박정희 대통령 유신정권 지지세력 확보가 주목적이었다는 게 중론이다. 하물며 ‘공동체운동’이라는 기만적인 수사를 곧이곧대로 선의로 받아들일 국민은 그리 많지 않다.

게다가 ‘시민의식개혁운동’은 6공화국의 ‘바르게 살기 운동’를 연상시킨다. ‘창조운동’은 신흥종교의 모호한 교리와 혼동된다. ‘문화운동’은 중국의 ‘문화혁명’을 떠올린다. ‘글로벌운동’은 김영삼정부가 실패한 ‘세계화’의 무책임한 표절로 오해된다. 발상부터 모두 시대착오적이다. 유치하다. “흘러간 물로 물레방아를 돌리려한다”는 모 언론의 지적은 정확하다.

‘그들의 새마을운동’의 저자 김영미 국민대교수는 증언한다. “10여년간 ‘박정희의 새마을’이 아니라 ‘그들(민중)의 새마을’을 찾아다녔다. 1970년 4월 22일, 국가 차원의 새마을운동은 시작됐다. 하지만 그전에 이미 ‘새마을’이 있었다. 1969년 평택 칠원리, 장호원단위조합 등에서 선도적 농민운동가들이 나서 자생적으로 시작한 게 역사적 사실이다. 박정희는 단지 깃발을 꽂았을 뿐이다.”

아버지 박대통령 시절이든, 딸 박대통령 시절이든, 도대체 관 주도로 시민 의식을 개혁하자는 발상 자체가 끔찍하다. 시민이, 국민이 나라의 주인이고 주권자인데 감히 누가 누구를 가르치고 고친다는 말인가.

차제에 도시와 농촌,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나, 세대, 지역, 계층간의 갈등 해소, 그리고 국민 통합 같은 헛된 구호를 그만 남발하기 바란다. 악성 부도로 속속 이어지고 있는 대선공약이나 하나라도 제대로 챙기기 바란다. 부디 선대가 물려준 과거의 낡은 유물이 아닌 새로운 미래를 창조하는 데 집중하기를 간곡히 당부한다.

농민들은, 국민들은 마을공동체, 국가공동체를 위협하고 파괴하는 그런 새마을에서, 이제 그만 살고 싶다.<국회정책연구위원 정기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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