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제롬 파스키에 주한프랑스 대사 초청강연 녹취록
[유럽 복지국가 대사 초청 연속 강연회 - 유럽을 통해 본 한국 복지사회의 미래]
세 번째, ‘프랑스의 복지정책과 사회당의 정치전략’
- 제롬 파스키에 주한프랑스 대사
주최 : 진보정의당
주관 : 김제남 박원석 서기호 심상정 정진후 의원, 진보정의연구소
일시 및 장소 : 2013년 6월 27일(목) 3:30 국회 귀빈식당
진보정의당 노회찬 대표 인사말 : 진보정의당 당원들에게 외국 국가들 중에서 가장 멋있는 국가(國歌)를 가진 나라가 어디냐고 물으면 다들 프랑스라고 얘기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아직까지 많은 한국인들에게 프랑스는 예술과 문화 그리고 요리로 잘 알려진 나라다.
실제 서울에 있는 프랑스대사관은 여러 외국 대사관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물을 가지고 있다. 오래 전에 김중흡이라는 한국의 건축가가 남긴 작품이기도 하다. 저는 그 프랑스 대사관에 여러 차례 가봤는데 큰 대사관저 안에 있는 큰 식당의 천정을 한국의 오랜 예술품이라고 볼 수 있는 대동여지도가 크게 덮고 있다. 그 인상적인 인테리어를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물론 그 천정 아래서 먹은 식사도 대단히 훌륭했다. 저는 오찬을 대접 받으면서 술이 네 가지가 연달아 나오는 그런 황홀한 식사를 오로지 프랑스대사관에서만 경험했다. 불행한 사실은 어느덧 몇 년이 흘러서 요리의 맛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기억을 되살려 주신다면 대단히 고맙겠다.
그러나 오늘은 프랑스의 문화와 예술 그 훌륭한 요리에도 불구하고 한국인들에게 덜 알려져 있는 프랑스의 사회복지, 복지국가로서의 면모를 알아보기 위해서 대사님을 초청했다. 아마도 오늘 대사님이 하시는 얘기들은 한국민들에겐 굉장히 큰 관심사가 될 것이고 특히 경제민주화가 큰 화두가 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더욱 그러하다고 생각한다. 저희들이 한국 사회를 선진복지국가로 만들고자 하는 큰 포부를 가진 정당인만큼 대사님을 통한 유럽의 경험, 특히 프랑스의 경험과 또 고민과 또 여러 노력들에 대해 알게 된다면 한국 사회를 발전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한다.
다시 한 번 어려운 가운데 귀한 시간을 내주신 데 대해서 진보정의당 대표로서 감사드린다.
(선물을 증정하며) 프랑스와 한국은 최근에도 책을 서로 빌려주는 문화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하 제롬 파스키에 프랑스 대사
25년 전에 이미 4년 동안 한국에서 근무한 경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제가 아직 한국어를 구사하지 못한다. 아무래도 너무 게으른 성격 때문인 것 같다. 한국어를 구사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이해를 바란다.
우선 대표님의 따뜻한 인사말씀 감사하다. 그런데 프랑스에서는 일반적으로 이런 강연이 있을 때 선물은 항상 마지막에 준다. 잘 했는지에 대해 평가하는 의미인데, 이렇게 먼저 주신 건 위험한 선택이 아닌가 생각한다.(웃음) 아무튼 감사드리고, 선물을 주신만큼 그 값에 부응하는 강연을 하도록 노력하겠다.
우선 강연에 앞서서 오늘 여러분과의 만남이 일방적 강연이 아니라 함께 대화를 나누고 의견을 나눌 수 있는 자리가 되길 희망한다. 여러분도 질문을 하고 저 또한 여러분에게 질문을 함으로써 서로 생각을 나눌 수 있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 프랑스의 사회 모델이라는 것은 고정된 하나의 모습이 아니다. 그러니 한국과 프랑스의 경험을 서로 나누고 의견을 교환하는 것이 우리 모두에게 도움이 되리라 본다.
이해해 주신다면 한국식으로 넥타이를 풀고 편안하게 강의를 하겠다(넥타이 풀음).
과연 프랑스식 사회모델이라는 것이 존재할까, 여러분의 초청을 받고 그런 의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았다. 과연 프랑스식 사회모델이라는 것이 절대적으로 존재하는가, 한국에 본보기가 될 만한 점이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프랑스식 사회모델에 대한 여러 의미와 정의가 있을 텐데 제가 그에 대해 이야기한다면 아마도 프랑스가 대단히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가지고 있고, 또 강한 행정조직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꼽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물론 이것이 프랑스만이 가진 유일한 특징은 아니지만 다른 공통점을 많이 가진 독일, 이탈리아 등과 비교해 봐도 이런 점들은 프랑스 사회모델이 가진 나름의 특징이 아닌가 생각한다.
사실 독일과 이탈리아만 해도 19세기부터 행정적 발전이 있었고 영국과 스페인도 마찬가지다. 또 최근 이 지역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특히 영국은 조만간 스코틀랜드가 독립할 지도 모른다. 아무튼 유럽 안에서 프랑스는 가장 오랜 행정적 전통을 가진 국가라는 점이 특징이다.
오랜 역사 속에서 프랑스가 가진 여러 가지 특징적인 것이 있는데, 저는 두 가지를 말하고 싶다.
첫째, 프랑스는 국가 역할의 중요성을 인정하는 나라다. 최근 이 문제에 대해 프랑스 안에서 여러 논쟁이 일고 있다. 그럼에도 프랑스에서는 좌우를 막론하고 정부/국가의 역할이 사회에서 대단히 중요하다는 점에서 모두가 의견일치를 보고 있다.
프랑스 사회모델의 두 번째 특징은 프랑스 혁명의 가치에서부터 나온다고 말할 수 있는데, 바로 자유 평등 박애의 정신이다. 자유와 평등은 많은 나라에서 동의하지만 아마도 박애는 프랑스만의 특정적 가치라고 생각한다. 박애정신은 쉽게 말하자면 사회의 어떤 구성원도 버림받아선 안 된다는 정신이다. 이런 이념을 바탕으로 모든 이를 위한 교육과 의료체계가 완성될 수 있었다. 모두가 평등한 기회를 제공 받고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체제, 그것이 프랑스의 두 번째 특징이다. 사회 전체가 모든 사회구성원에 대해 책임을 진다는 것, 이것이 바로 박애정신에 대한 설명이다.
프랑스식 사회모델이라는 것이 만약 존재한다고 가정했을 때의 두 가지 특징에 대해 지금까지 설명을 드렸다. 지금부터는 현재 프랑스에서 진행되는 여러 사회적 이슈를 바탕으로 아마도 두 가지 점에 대해 말씀 드릴 수 있을 것 같다.
첫째, 프랑스가 인권을 중요시하는 나라로서 개인의 권리를 바탕으로 인권의 문제를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 그리고 다민족주의와 관련돼 현재 프랑스 사회가 어떤 논쟁을 통해 인권을 발전시켜가고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하겠다.
둘째, 여러 사회적 문제, 즉 노조, 연금 등 여러 경제 사회적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겠다.
프랑스는 인권의 나라라는 칭송을 받는 나라다. 물론 다행스럽게도 프랑스만이 아니라 인권이 발전된 나라가 많지만, 인권은 프랑스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 중 하나다.
모든 프랑스인들이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프랑스인들은 공동의 권리보다 개인의 권리가 더 중요하다는 데 동의한다. 즉 개인 인권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나라다. 그래서 모든 개인은 법 앞에서 자유와 평등을 보장받을 권리를 갖는다는 점을 대단히 중요하게 여긴다. 각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존중하기 때문에 개인이 속한 어떤 집단에 대해서는 그 권리를 별도로 인정하지 않는다. 이것이 프랑스의 특징적 인권 사상이다.
다시 말씀드려서, 누구든 개인의 권리와 자유를 주장할 수 있다. 또 그 개인이 어떤 집단에서 활동할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그런 집단들간의 차이를 인정하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물론 개개인으로 보면 돈이 많은 사람은 적은 사람보다 사회적 기여를 더 많이 해야 하고 아픈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더 많은 도움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아랍인이거나 아시아인이라는 인종적 차이 때문에 더 많은 도움을 받거나 또는 덜 받거나 할 수는 없다.
사실 인종차별주의는 세계 어느 나라와 마찬가지로 프랑스에도 있다. 따라서 이를 철폐하기 위해 각 나라에서 나름대로의 정책을 펼치고 있는데, 프랑스는 인종차별을 인정하지 않는다. 즉, 어떤 국가에서는 각 인종의 차이를 확인하기 위해 통계를 내는 경우도 있다. 어디출신은 어떻다 하는 식으로. 하지만 프랑스는 이것이 법적으로 금지돼있다. 출신지를 공표하는 것이 금지돼있을 만큼 그 차이를 구별하지 않는다.
프랑스에서 다민족주의는 존중받아야 하며, 각자가 희망에 따라서 전통과 역사를 소중하게 간직할 수 있다. 그러나 어떤 특정한 집단이 자신의 전통을 다른 집단 구성원에게 강제할 수는 없다. 그것이 바로 프랑스가 다민족주의를 존중하는 방법이다.
최근 프랑스에서 있었던 다민족주의 관련 논쟁 중에는 종교와 관련한 것들이 있다. 프랑스에 이슬람교도들이 점점 많아지는 상황에서 이들이 자신들의 종교적 전통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하는 부분들이 있는데, 이런 것들로 인해 여러 문제들이 발생했다.
이 문제를 대하는 데 있어 프랑스 사회가 갖는 원칙은 종교의 자유를 인정하는 것이다. 국가를 대표하는 종교가 없으며 따라서 각 개인이 자신이 원하는 종교를 갖고 그 종교에 따른 전통을 수호하는 것이 원칙이다.
프랑스에서 이슬람교도 여성들의 히잡(머리쓰개) 문제에 대해 여러분도 잘 알고 계시리라 생각한다. 길에서나 집에서, 종교적 이유든 아니면 패션을 위해서든 히잡을 쓰는 건 각 개인의 문제다. 그렇지만 학교를 비롯한 공공시설 안에서 특정 종교인임을 드러내는 증표로서 그것을 착용한다면 그것은 종교를 전파하는 행위에 해당한다. 가령 학교에서라면 학생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프랑스에서는 이를 허용하지 않는다.
또 이슬람 여성들이 착용하는 부르카(눈을 뺀 온몸을 모두 가리는 겉옷)는 여성의 인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규정해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최근 프랑스는 종교와 관련된 두 개의 법을 제정했는데, 첫째는 누구인지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온몸을 가리는 부르카의 착용을 금지하는 것이다. 이는 인간의 권위를 파괴하는 것이고, 치안 문제, 즉 범죄를 저질러도 누군지 알아볼 수 없는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공공기관이나 공공장소에서는 특정 종교를 드러내기 위해 히잡을 착용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이다.
이 두 개의 법을 많은 논쟁 끝에 제정했다.
물론 이 두 개의 법은 이슬람교와 관련돼있지만, 그렇다고 이슬람교도들만을 대상으로 한 법은 아니다. 어떤 종교 집단이라도 겉으로 드러나게 종교를 표현하는 것에 대해서는 같은 법률이 적용된다.
프랑스가 이렇듯 어려운 선택을 한 것은 두 가지의 원칙적 가치를 추구하기 위해서였다. 첫째, 사회 통합을 이루기 위해서였다. 각 집단의 특징을 인정하면서도 사회 통합을 통해 하나의 프랑스를 만든다는 원칙에 따른 결정이었다.
둘째, 개인의 인권 보호를 위해서였다. 히잡이나 부르카를 착용하는 이슬람 여성의 경우, 본인이 원해서라기보다는 아버지나 남편이, 또는 집단 내 남성들이 요구해서 억지로 착용하는 경우가 있다. 따라서 프랑스는 여성 인권을 보호하는 측면에서 이 법을 제정했다.
법이 만들어지기까지는 많은 논쟁이 있었지만 법이 만들어진 뒤 이를 적용하는 데 있어서는 아직까지 큰 문제는 없다. 재판에 넘겨져 처벌을 받는 사례도 많지 않다. 물론 여전히 민감한 문제로 인식되고 있긴 하지만 큰 무리 없이 적용되고 있다.
이것이 단순하게 이슬람교도들을 대상으로 한 결정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 최근에 있었던 사건을 하나 이야기해주겠다. 이 같은 선택이 모든 종교, 또는 사상을 가진 사람에게 차별없이 적용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건이다.
아시는 바와 같이 올랑드 대통령의 공약에는 동성결혼 합법화가 있었다. 동성결혼 합법화를 실현하는 과정에서 대부분의 종교인들이 반대했지만 특별히 천주교의 반대가 대단히 심했다. 물론 개인으로서 동성결혼 합법화에 반대하거나 시위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일단 법이 제정되었고 이런 문제는 교회가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의회가 결정하는 것이다. 그래서 결국 동성결혼은 합법화되었다.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합법화가 된 이상 법 적용에 있어서는 앞으로도 문제가 없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지금까지 올랑드 사회당 대통령이 집권한 이후 가장 중요한 사회적 이슈를 통해 프랑스 사회의 전반적 분위기를 말씀드리기 위해 이 이야기를 했다. 그럼, 지금부터는 전통적 의미에서의 프랑스식 사회모델에 대해 이야기하겠다.
아마도 국제 문제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라면 월스트리트저널이나 파이낸셜타임즈 등을 통해 프랑스 사회가 얼마나 심각한 경제적 어려움에 처해있다고 지적을 받고 있는지, 또 그런 어려움이 너무나 관대한 사회모델 탓이라 여겨지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신문에 나온 것을 모두 믿으면 절대 안 된다(웃음).
그렇다. 원칙적으로 프랑스 사회모델은 관대하다. 무상교육이 이루어지고 있고 의료도 무상이다. 중증환자도 일단 병원에 가면 먼저 치료부터 한다. 치료에 앞서 사회보장카드를 먼저 내놓으라는 법은 없다. 특히 의료에 있어서는 프랑스가 세계적으로 가장 우수한 의료체계를 가진 나라 중 하나다. 통계자료도 프랑스 국민의 평균수명이 대단히 높고, 프랑스 국민이 훌륭한 의료서비스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프랑스는 또한 가족 정책에 있어서도 대단히 관대한 정책을 가지고 있다. 다양한 가족형태에 따른 수당이 제공된다는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또 출산을 지원하는 여러 정책과 시스템이 있고, 육아 지원 정책도 대단히 잘 갖춰져 있다. 여성이 출산 후에 다시 직장에 복귀할 수 있도록 많은 지원을 하고 있기도 하다.
그 결과 유럽국가에서도 가장 높은 출산율을 기록하고 있다. 약 2.0명인데, 이는 다른 어떤 유럽 국가도 따라올 수 없을 정도로 높은 수치이며, 한국과는 더더욱 차이가 크다.
또한 프랑스는 연금제도와 실업수당제도에 있어서도 앞서가는 나라다. 이와 같은 제도 덕분에 프랑스는 위기에서도 강한 면모를 보인다. 사실 위기 때는 직장을 잃은 사람을 돕는다는 의미도 있겠지만 최소한의 소비를 유지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것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런 제도가 단순한 보호의 역할 뿐 아니라 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한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그렇지만 문제는 이렇듯 관대한 사회제도가 많은 비용을 필요로 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위기 상황에서는 개혁이 반드시 필요하다. 프랑스가 현재 처한 상황 역시 개혁이 필요한 상황이다.
그러나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러한 개혁을 추진하는 데 있어서 좌우의 정치적 색깔에 관계없이 한 가지 합의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것은 바로 프랑스식 사회모델을 어떻게든 지켜야 한다는 합의다.
최근 프랑스는 퇴직연금제도의 개혁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올랑드 이전의 우파 대통령이었던 사르코지도 연금제도를 여러 차례 개혁했다. 가령, 퇴직연금 지급시기를 늦추거나 퇴직금을 줄이거나 했지만 그럴 때도 세대적 연대에 기초를 둔 이 퇴적연금 제도를 완전히 폐지한다거나 전면적으로 바꾸지는 않았다. 물론 좌파 정권인 올랑드 정권도 개혁을 진행할 테고, 재정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희생이 따르겠지만 그럼에도 프랑스식 사회모델을 지키는 데는 공동의 합의를 가지고 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좌우 정권의 차이가 없는 것은 아니다. 우파 정권의 경우는 긴축재정을 바랄 것이고 좌파는 세금을 올려서 재정지원을 늘리는 방향을 염두에 둘 테니 방향은 다를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프랑스식 사회모델을 지켜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올랑드 대통령의 새로운 정책 방향이 있다. 어떠한 사회적 결정을 내릴 때 모든 관계자들이 협의를 통해 결정을 하도록 하는 것이다. 예전에는 정부가 결정해서 의회에서 통과되면 밖에서 국민이 시위를 하든 말든 그대로 집행이 됐다. 그러나 올랑드 대통령은 새로운 정치 문화를 만들고자 하는 것이다.
그래서 올랑드 대통령은 사회적 이슈가 있을 때 노사 대표를 모두 한 자리에 모이게 해서 모든 문제를 테이블에 올려놓고 협의를 하게 한다. 합의가 나오면 이를 법으로 제정해서 그대로 집행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것은 새로운 전통을 만드는 일이다. 예전엔 노조는 노조대로 원하는 것을 말하고 사측은 사측대로 이를 반대하고, 또 정부는 정부대로 하고 싶을 대로 해왔다. 그러나 이제는 협의를 통해 결정을 내리는 새로운 전통을 만들고자 노력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현실에서 노사간 합의가 쉽게 이루어지는 건 아니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새로운 협약 틀 안에서 여러 가지 개혁이 이루어지고 있다. 정리해고라든가, 실업수당 문제 등에 있어 새로운 사회협약이 맺어지고 집행되는 과정에 있다.
그리고 이제는 노사간의 협약을 통해 연금제도의 개혁을 추진해야 하는 단계에 와있다. 이는 더 힘든 문제가 될 것이다. 물론 프랑스가 인구 구성 측면에 있어 상대적으로 유리한 상황에 있긴 하지만 고령화 사회에 진입하게 되면서 연금제도를 개혁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다. 정부가 원하는 것은 정리해고 문제를 해결했던 것처럼 노사가 합의를 통해서 연금제도를 개혁하는 것이다.
이 모든 문제는 쉽지가 않다. 우리는 개방사회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다른 나라에서 어떻게 하는지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프랑스 모델을 지킨다는 것이 정말 쉬운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아무튼 프랑스는 프랑스만의 사회모델을 지키기 위해서 대단히 열심히 협의하고 있다. 현재 경제위기라고 해도 가장 중요한 것은 사회통합을 지키는 일이고, 경제발전과 사회의 발전은 모든 이의 복지를 위한 정책을 통해서만 가능하기 때문에 이러한 프랑스식 사회모델을 지키는 데 최선을 다 할 것이다.
이렇게 우리가 사회구성원 모두의 전반적 합의를 이루어내게 된다면, 여러 반대 의견이 있고 또 실망한 사람도 있을 테지만 그 어떤 모델보다도 위기에 강력한 모델이 바로 프랑스 모델이라고 본다.
이런 이유 때문에 결국 프랑스의 현 상황이 낙관적이라고 본다. 물론 위기를 부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 위기를 뛰어넘어서 프랑스의 상황을 발전시켜나갈 수 있는 저력이 있다고 본다.
개혁이 쉽지는 않다. 왜냐면 프랑스인의 단점이 하나 있는데, 프랑스인들은 프랑스를 강대국이라 여기며, 다른 모든 나라들이 프랑스 모델을 훌륭한 모델로 생각한다고 믿고 있다. 그래서 누군가 감히 프랑스 모델을 비판하면 그 비판을 잘 받아들이지 못한다.
최근 아주 흥미로운 여론조사가 있었는데, 여러 국가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미래에 대해 가장 비관적인 생각을 가진 국민이 많은 나라로 프랑스가 꼽혔다. 사실 일반적으로 프랑스는 삶의 질이 대단히 높은 나라이자, 국민들도 나름 특권을 누리고 있는 선진국 중 하나다. 그럼에도 프랑스인들은 미래에 대해, 현재 엄청난 경제위기를 맞고 있는 그리스나 이탈리아, 심지어 아프간 국민들보다도 더 비관적이다.
그래서 프랑스인들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자신감을 회복하는 일이다. 아마도 한국민들이 이처럼 프랑스 모델에 관심이 많다는 것을 알면 조금은 낙관적으로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지금까지 경청해주셔서 감사하다. 세부적인 부분에 있어서 질문이 있으면 답변해드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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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1. 지난 몇 십년간의 오이씨디 통계를 보면 지디피 대비 복지비용이 경제위기 상황에서, 또 신자유주의가 밀어닥친 80년대 이후에도 꾸준히 늘어난 곳은 프랑스가 거의 유일하다. 또 많은 이들이 북유럽 국가들이 세계에서 가장 많은 복지비용을 지출할 거라 생각하는데 실제로는 프랑스가 1위다. 그 비결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 프랑스가 지금 여러 가지 사회적 비용을 많이 지출하고 있다고 해도 이대로 계속 가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그래서 정부는 재정균형을 맞추기 위해서 결국 사회안전망에 드는 비용을 축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중요한 것은 사회적 비용을 줄이더라도 이 과정이 공정하게 이루어져야 한다는 원칙이 있다는 점이다.
물론 사회안전망을 비용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다른 면에서는 생산성과 연결된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프랑스가 사회적 비용이 많이 들어서 경쟁력이 없을 거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생각보다 생산성이 높은 나라다. 어떤 분야에서는 독일을 능가하기도 한다.
질문에 직접적 답이 될런지는 모르겠으나 여담으로 개인적 경험을 얘기하겠다. 최근에 만난 한국분이 있다. 과거에 미국 기업을 비롯한 여러 해외기업에서 일했던 분인데 최근 프랑스 기업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 분은 직장을 옮기면서 주당 35시간만 일하는 나라의 기업이니 여유를 갖게 되겠다며 기대를 했다고 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토요일이건 일요일이건 아무 때고 이메일로 일을 시킨다는 거다. 결국 프랑스인들도 다른 나라만큼, 심지어는 그보다 더 일을 하는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프랑스가 여러 가지 개혁을 해야 하고 사회적 비용도 줄여야하는 상황이지만 항상 공정성을 지켜야 하며, 모두가 받아들일 수 있는 범위 내에서 개혁이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 또한 지금 좋은 효과를 내고 있는 제도들을 깨뜨리는 일은 없어야한다고 본다.
질문2. 프랑스 그랑제꼴에서는 초엘리트 학생들을 선별해 차별화된 교육을 시키고 있다. 또 프랑스국립행정학교(ENA)에서 프랑스 대통령의 대다수가 배출되기도 한다. 대다수의 국민은 평등하지만 극소수의 엘리트들은 특권을 누리는, 이런 현실을 국민들은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궁금하다.
- 그것이 프랑스에서 말하는 공화국 엘리트주의라는 것이다. 개인의 능력에 따라 시험을 봐서 들어가는 것이고, 누군가가 좋은 가문이거나 돈이 많다고 해서 들어갈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프랑스인들이 이 제도를 인정하는 것이다.
물론 지금 프랑스의 시스템이 완벽하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 엘리트주의적 관점이 평등주의에 반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왜냐면 모든 학생들에게 시험을 볼 수 있는 권리가 공평하게 주어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빈부격차의 문제는 모든 나라의 문제다. 이를 줄이는 것이 현 정부가 중점을 두고 있는 정책 중 하나다. 지금 프랑스 야당이 현 정부를 강하게 비판하는 부분은 지나치게 부유한 사람들에게 불리한 정책을 펴고 있다는 점이다. 많이 들어봤겠지만 부자들에게 75%의 소득세를 부과하려는 정책이다. 헌법재판소가 위헌이라고 판결을 내린 상태라 아직 적용은 안 되고 있다.
부를 창출하는 사람들이 그 부를 통해 모든 사회 구성원에게 기여하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이들에게서 부를 창출할 동기마저 빼앗으면 안 된다. 그래서 균형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자칫 부자들이 세금을 덜 내도 되는 다른 나라로 가서 기여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현 정부가 겪고 있는 어려움 중 하나다.
질문3. 소득세 75% 법안과 관련해 한국의 경총에서는 이 법안이 위헌판결을 받았으며 이 러한 정책 때문에 프랑스의 경제성장이 대단히 낮아졌다고 주장하는 반면, 반대 측에서는 법안 자체가 위헌 판결을 받은 것이 아니라 단지 과세 방법만을 문제 삼은 것이라고 반박한다. 앞으로 이 법안이 앞으로 어떻게 처리될 것이라고 보시는지, 그리고 유명 영화배우가 다른 나라로 망명했다는 이야기도 들리던데 정말 냉정하게 봤을 때 75%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얼마나 이루어졌다고 보시는지 궁금하다.
- 대사는 객관적 의견을 가질 수 없다. 무조건 현 정부의 정책을 지지해야 한다.(웃음)
사회적 합의가 있었느냐, 우선 이 법안은 많은 사람들의 마음에 들었던 법이라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올랑드 대통령이 선출이 되었기 때문이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이 법안은 말 그대로 진짜 부자들만을 위한 세금이었다. 연간 소득이 100만 유로, 약 14~15억 원 정도 되는 사람들에게만 부과되는 세금이기 때문이다. 또 이 법안이 대단한 인기를 끌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프랑스에서도 일부 기업의 임원들이 지나치게 많은 연봉을 받는다는 문제가 제기됐기 때문이다. 특히 은행이 부도가 나서 정부 보조를 받아야 하는 상황에서도 은행장들이 엄청난 연봉을 챙기는 경우가 있었다.
헌법재판소가 내린 결정을 요약해보자면 두 가지다. 첫째는 계산 방법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인데, 프랑스에서는 대개 개인이 아닌 가구에 세금을 매기는 체계다. 그런데 이 소득세는 개인에게 세금을 매긴다는 거다. 그렇다보니 개인이 100만 유로 이상을 벌면 세금을 내지만, 부부합산으로 100만 유로 이상을 벌면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되는 형평성의 문제가 발생한다.
둘째는 정확한 금액은 기억나지 않지만 어느 정도 소득에 도달하면 버는 것보다 더 많은 세금을 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그래서 위헌 판결이 내려졌다.
물론 능력 없는 은행장에게 세금을 많이 물리는 건 당연하지만, 반면 아주 능력있는 운동선수, 가령 뛰어난 축구선수들을 프랑스 축구클럽이 계속 영입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굉장히 고민이 많다.
지금 정부가 찾은 대안은 이 소득세를 개인에게 부과할 것이 아니라 기업에게 부과하도록 하는 것이다. 연봉을 100만 유로 이상 받는 사람들의 소득세를 기업에 부과하는 방향으로 현재 대안이 마련되었다. 동시에 정부는 경영자단체에 윤리지침을 만들어 더 이상 과도한 연봉으로 문제가 일어나지 않도록 할 것을 요구했다.
아직 법안이 제정되진 않았지만 합의를 통해서 이 법이 적용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그리고 아까 말씀하신 그 배우가 다른 나라에서 얼마나 오래 살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웃음)
질문4. 프랑스의 정책 중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는 한 가지가 원전 정책이다. 현재 전기 에너지의 75%를 원전에서 얻고 있는데, 후쿠시마 원전사고 직후에 사회당과 녹색당이 연정을 통해서 원전을 절반으로 줄여나가는 공약을 내걸긴 했으나, 과연 이런 흐름이 장기적으로 원전 정책을 재검토하는 방향으로 이어질 것인지 궁금하다.
- 대선 전에 사회당과 녹색당이 연정을 하면서 여러 정책협약을 했는데, 가장 어려웠던 게 바로 이 원전 관련 부분이었다. 그래서 찾은 합의점이 바로 원전에 대한 의존율을 50%로 감축한다는 것이었다. 이 합의대로만 돼도 현재 프랑스가 가진 정책에 비추어 대단히 큰 변화다. 원전과 관련한 논쟁은 좌우의 이데올로기 차이에서 비롯되지 않는다. 좌파 쪽 사회당과 공산당에서도 원전을 긍정적으로 보는 세력이 있고, 녹색당과 일부 좌파들에서는 크게 반대하는 상황이다.
올랑드 대통령의 생각은 세 가지다.
첫째, 한 가지 에너지원에 너무 많이 의존해서는 안 된다는 것.
둘째, 그럼에도 원자력 에너지가 가진 이점이 있으니 유지할 필요는 있다. 왜냐하면 원전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에너지원으로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적절한 에너지원이라는 측면이 있다.
마지막으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안전문제다. 다행히 프랑스에서는 아직 원전 사고가 일어난 적은 없지만 앞으로도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하는 것, 이것이 올랑도 대통령의 생각이다.
감축 의견을 낸 것만 해도 정부는 대단히 큰 비용을 감수해야 한다. 왜냐면 새로운 발전소를 지어야하며 전기료도 올라갈 수밖에 없다. 경제위기 상황에서 이런 비용을 감당하는 문제가 사실 어렵다.
독일의 메르켈 총리는 원전포기를 선언한 상황인데 이런 경제위기 상황에서 과연 그런 정책이 가능한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만큼 어려운 문제다.
경청해주셔서 감사하다. 또 다른 기회에 좋은 대화 나눌 수 있길 바란다. ■■
2013년 6월 28일
진보정의당 대변인실.진보정의당 진보정의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