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도자료] 김준우 상임대표, 녹색정의당 총선 연대연합 방침 관련 기자간담회 모두발언
[보도자료] 김준우 상임대표, 녹색정의당 총선 연대연합 방침 관련 기자간담회 모두발언

일시: 2024년 2월 18일(일) 10:00
장소: 국회 본관 223호


안녕하세요. 녹색정의당 상임대표 김준우입니다.

녹색정의당은 어제 전국위원회를 통해서 연합정치시민회의, 더불어민주당, 진보당, 새진보연합이 제안한 비례연합정당에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하였습니다. 아울러 윤석열정권 심판과 중단없는 정치개혁을 위하여 폭넓은 정책연합과 지역구 연대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이러한 결정은 기본적으로 비례와 지역구를 함께하는 선거연합정당의 원칙을 견지해왔고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취지를 훼손하는 위성정당을 반대해왔던 녹색정의당의 원칙을 재확인한 것입니다. 이번 총선은 단순히 ‘반 윤석열’을 넘어 새로운 한국사회의 비전을 제시하는 선거여야 하고 22대 국회는 제7시민공화국을 위한 개헌 국회가 되어야 한다는 점, 동시에 심각한 역사적 퇴행을 가져온 윤석열정권을 심판해야 한다는 시민들의 간절한 요구에 녹색정의당도 부응해야 한다는 점 또한 무겁게 받아안고 토론과 고민을 했습니다. 

작년 11월 중순, 제가 정의당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취임한 직후부터, 시민사회의 여러 선배님들과 동료들께서 민주·진보진영 비례연합정당에 관한 구상을 역설하시면서 정의당의 동참을 독려하신 것은 언론을 통해서도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특히 여러 시민사회 인사들 중 4년 전 위성정당 사태 때 더불어시민당을 매섭게 비판하셨던 분들께서도 이러한 구상에 동참하셨기 때문에 그 제안의 무게를 가볍게 다루지 않았습니다. 더욱이 4년 전과 달리 윤석열 정권이 우리사회의 역사적 퇴행을 가져오고 있는 현실에서 윤석열정권을 심판해달라는 시민들의 외침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는 절박함을 마주하기도 했습니다. 아울러 선거제도가 병립형으로 퇴행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서 시민사회에서 비례연합정당 구상을 제안해주신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거대정당과 소수정당이 함께하는 비례연합정당은 현실적으로 위성정당이라는 평가에서 자유롭기 어렵다는 점, 위성정당을 비판하던 정의당이 민주당이 포함된 비례연합정당에 참여한다면 윤석열정권 심판이라는 명분보다는 손쉽게 의석을 획득하기 위한 실리적 선택으로 평가받을 수밖에 없다는 등의 이유로 정의당 내부에서도 비판적 시각이 적지 않았습니다. 때문에 시민사회의 진정성 어린 제안에도 불구하고, 정의당의 선택은 실리 대(對) 명분이라는 손쉬운 이원론으로 치환되어서 사고되거나 보도되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저는 오랜 숙고 끝에 이러한 실리와 명분이라는 이원론이 갖는 가장 큰 함정은 실리든 명분이든 모두 녹색정의당‘만’을 기준으로 생각하는 전제에서 출발한 것이 아닌가라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녹색정의당이 의석을 더 차지해서 조직의 생명력을 이어가는 것이든, 의석의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명분있는 선택을 하든 그것은 적어도 진보정치를 필요로 하는 이들의 관점이라기보다는 녹색정의당이라는 조직차원의 사고가 아닐까라는 의미입니다. 그래서 녹색정의당이라는 조직이 아니라 시민들과 유권자의 관점에서 이 문제를 사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2024년 총선이 한국사회의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는 정책의 향연이 되어야 한다고 굳게 믿고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 중간평가 선거로서의 2024년 총선이 윤석열정권 심판이라는 요구와 구도에 강하게 규정될 수밖에 없음을 인정합니다. 그러한 의미에서 윤석열정권 심판을 위하여 국민의힘 의석을 최소화하는 것도 매우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비례대표 투표에 있어서 민주당이 포함된 연합정당 노선에 녹색정의당이 참여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지 궁금하실 것 같습니다. 특히 연합정당에 참여한다면 비교적 손쉽게 의석을 획득할 수 있지 않냐고 반문하시는 분들도 많으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저는 진보정당의 독자성을 굳이 증명하기 위하여 이러한 선택을 한 것이 아님을 분명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진보정당을 오랫동안 괴롭혀온 2중대론을 벗어나기 위해 고된 길을 선택하는 것도 아닙니다. 저는 비례연합정당 노선과 관련하여 진보정치의 존재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우리 사회에는 윤석열정권 심판에는 동의하지만, 민주당의 처방전에 동의하기 힘든 시민들이, 억압받는 ‘을’들이 많이 존재합니다. 핵발전 확대라는 시대착오적 정책을 추진하는 윤석열정권을 심판하고 싶어하면서도, 생태적 관점에서 가덕도 공항건설을 인정하지 못하는 기후시민들이 존재합니다. 여성가족부 해체를 주장하는 윤석열정권을 비판하면서도, 차별금지법 제정을 당론으로 채택하는 정당에만 투표하려는 시민들이 존재합니다. 100만명이 넘는 시민들이 조합원으로 있는 민주노총은 정치방침을 통해서 거대 양당에 대한 지지를 거부하기로 하였고, 민주노총 조합원들은 민주당이 참여한 비례연합정당을 지지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이러한 시민들에게는 더 많은 선택지가 필요합니다. 녹색정의당마저 비례연합정당에 참여한다면, 이분들이 국민의힘이나 개혁신당에 투표하지는 않겠지만 투표장을 찾지도 않을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보이지 않는 사표가 양산될 것입니다. 윤석열 정권심판을 위해서라도, 더 많은 시민들이 투표장에 나올 수 있게 하기 위해서라도 녹색정의당이 민주당과 연대는 열어놓되, 비례연합정당에 참여하지 않는 것이 소명이라는 생각을 한 셈입니다. 

민주당, 새진보연합, 진보당과 녹색정의당은 다양한 정책연대를 실현해왔고 교집합도 적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입장이 다른 여집합이 분명히 존재하며, 이러한 상호 여집합 때문에 비례연합정당에 모두 함께하기보다는, 비례대표 선거에서 서로 존중하며 독자적 대응을 하는 것이 윤석열정권 심판에도 더 도움이 되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비례연합정당에 참여하지 않는 녹색정의당의 선택이 의석수 몇 개를 손해 보는 선택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녹색정의당의 존재 이유는 우리 사회 거대 양당에서 발견하기 힘든 정치의 대안과 희망을 열망하는 시민들 때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저는 이런 어려운 선택을 했습니다. 다시 강조하지만 지역구 연대와 비례연합정당 참여 거부라는 녹색정의당의 연대연합 방침은 윤석열정권 심판의 명분을 가장 극대화하는 전략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사표론은 진보정당을 오랫동안 괴롭혀 온 프레임입니다. 진보정당을 지켜온 이들로서는 억울한 마음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결선투표제조차 없는 소선거구제에서 이러한 사표론이 갖는 함의가 결코 작지 않다는 것도 부인하지는 않겠습니다.

그러나 이런 사표가 중요시되는 것은 비례대표 선거가 아니라 오히려 지역구 선거에서 더 필요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래서 윤석열 정권 심판을 바라는 시민들의 목소리를 가장 잘 반영하는 것은 지역구 연대전략을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녹색정의당의 후보자들이 꼭 모든 곳에서 지역구 연대를 할 필요는 없지만, 2016년 총선 당시 창원성산에서 노회찬 후보가 단일화를 통해서 당선되었듯이 접전지역에서의 지역구 연대는 시민들의 바람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역구는 연대하고 비례는 독자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말씀드린 바와 같이 윤석열 정권심판의 명분을 가장 극대화하고 유권자 사표를 최소화하는 전략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이번 녹색정의당의 선택은 실리와 명분 중 하나를 조직관점에서 선택하거나 절충하는 안이 아니라, 유권자 관점에서 명분과 실리를 가장 극대화하는 방안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말이 많이 길었습니다. 사실 고민도 많았습니다. 제가 틀릴 수도 있다는 감각을 가지고 더 많은 의견을 경청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많은 분들께서 저에게 조언을 아끼시지 않았습니다. 조언의 방향과 내용은 달랐지만, 이렇게 많은 분들이 여전히 녹색당과 정의당에 애정을 갖고 있구나라는 점을 재발견하는 과정이기도 했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짧지 않은 시간동안 조언을 아끼지 않으신 모든 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녹색정의당이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할 만큼의 정치활동을 잘 펼치지는 못했습니다. 우리가 아직 부족한 점이 많은 것도 인정합니다. 그러나 녹색정의당은, 그리고 진보정당은 적은 의석수에도 불구하고 지난 20년 동안 국회에서 작지 않은 존재감을 드러내며 의미있는 사회변화를 이끌어 낸 것도 사실입니다. 저는 이번 총선에서 대단히 많은 의석을 꿈꾸지는 않습니다. 그렇지만 4년 전에 저희에게 지지를 보내주셨던 유권자분들께서는 다시 한번 전략적 선택을 해주십사 간절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강은미 의원이 중대재해처벌법을, 이은주 의원이 노란봉투법을 대표발의했던 것처럼 22대 국회에서도 변함없이 노동의 편에서 싸우고 싶습니다. 2024년을 기후정치 원년으로 만들고 녹색당과 정의당이 함께 더 폭넓은 기후정치를 선보이고 싶습니다. 차별과 억압에 짓눌린 우리사회의 다양한 ‘을’들의 권리를 옹호하기 위하여 더 전진하며 싸우고 싶습니다. 불행한 미래를 향해 돌진하는 윤석열 정권의 방향타를 돌리는데 선두에 서고 싶습니다. 그리고 진보정당의 소임인 한국사회의 새로운 상식을 만드는 데 앞장서겠습니다. 

저희의 소통방식에 모자람이 있었다면 개선하겠습니다. 그리고 더 진중하게 경청하겠습니다. 애정 어린 질책과 사려 깊은 비판을 다시 한번 부탁드립니다. 석 달 전 제가 정의당 비대위원장 취임사에서도 말씀드렸듯이, 저는 녹색정의당에 대한 관심과 참여가 우리가 사는 세상을 조금 더 사랑하는, 유일하지는 않겠지만, 참으로 유효한 하나의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께서 그 방식을 더 매력적으로 만들어 주십시오. 저희가 더 매력적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더 정진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24년 2월 18일
녹색정의당 대변인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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