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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배진교 원내대표·장혜영 의원·김종민 정책위의장, 예산안 관련 정의당 입장 발표 기자회견

일시: 2023년 12월 20일 오후 5시 40분
장소: 소통관

■ 배진교 원내대표

반갑습니다. 정의당 원내대표 배진교입니다. 

먼저 국민들께 예산안 법정 처리 시한이 무려 18일이나 지나고 있음에 국회 의원의 한 사람으로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헌법에는 12월 2일까지 예산안을 처리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작년에는 무려 22일을 초과하며 역대 가장 늦게 예산안을 처리하는 부끄러운 기록을 남겼습니다. 

21년에는 3일, 19년에는 10일, 18년에는 8일 처리 등 국회 선진화법이 도입된 2014년 이후 예산 처리 날짜를 지킨 적은 고작 두 번입니다. 시한이 늦으면 예산 내용이라도 국민들을 위한 예산으로 처리하는 것이 최소한의 도리 아닙니까.

예산 처리 과정부터 국민들께 보여드리기가 민망할 정도로 엉망진창이었습니다. 정의당은 본회의 직전에서야 예산안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양당이 국회법에도 없는 아주 비상식적인 '소소위'를 만들어 무려 650조 원이 넘는 나라 살림을 밀실로 끌고 들어갔기 때문입니다. 

50여 명의 예결특위 위원이 있음에도, 여야 간사와 정책위 의장 등 4명이 대체 무슨 자격으로 국가 예산을 주무릅니까. 이럴꺼면 예결특위가 왜 존재합니까. 

과정이 엉망이니 그 내용도 정상적일 리 없습니다. 조금 전 양당끼리 합의된 예산의 면면을 보니 국민을 위한 예산은 안중에도 없었음이 드러났습니다. 

한마디로 기후위기와 민생위기, 미래와 약자를 모두 외면한 거대 양당의 무책임한 부실 예산 그 자체입니다. 그야말로 거대양당의 밀실 졸속 예산을 강력 규탄합니다.

총 지출에 대한 생색내기용 증액조차 없이 오히려 정부안 대비 4조 2천억원 감액에 합의했습니다. 이미 정부안 자체가 재정 역할을 방기한 무책임한 예산임을 감안하면 개별 사업 증액은 큰 의미를 두기 어렵습니다.

인구, 기후, 세계 경제 질서 등 대전환기의 구조 변화에 대응해야 할 복합 위기 상황에 정부와 양당이 국가 재정의 역할을 오히려 축소하는 역주행을 달리고 있는 셈입니다.

그나마 합의한 일부 증액 사업은 증액이라 말하기도 민망합니다. R&D 예산과 지역사랑상품권 발행 예산을 더해도 1조 원이 채 안되는 금액으로, 정의당이 추진한 예산보다도 1조 원 이상 부족한 수준입니다.  

그런 와중에 기후위기는 안중에도 없는 매표용 공약 새만금 관련 예산 증액은 또 손발이 맞아 합의를 한 것 같습니다.

예산 심사부터 내용까지 모든 과정에서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민생과 국가의 미래를 위해 절박하게 고민한 흔적을 도저히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애꿎은 국민들만 발 동동 구르게 만들어놓고, 부실 예산 합의문을 내놓기 부끄럽지도 않습니까. 양당끼리 정치적 유불리에 따른 계산기만 두드리며 예산안을 심사하니 이 꼴이 나는 것입니다.
 
정의당은 양당만의 짬짜미 예산 심사의 나쁜 관행을 끊어내고, 국민들께서 투명하게 예산 심의 과정을 보실 수 있도록 오늘 소소위 방지법을 발의했습니다. 소위원회가 아닌 회의 형태로 예산안을 심사할 수 없도록 명문화하고, 개별 사업별 증감내역과 그 근거를 예결위에 보고하려는 상식적인 법안입니다.  

국가 재정을 양당끼리 나눠먹는 밀실 졸속 예산은 이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야 합니다. 국민들의 소중한 세금이 나라 살림에 헛되이 쓰이지 않도록 정의당은 제도 개선에 총력을 다하겠습니다.

■ 장혜영 의원(국회 예결특위 및 조세소위 위원)·김종민 정책위의장

대한민국은 정부안에서 겨우 4조 2000억원이 조정된 내년도 예산안을 받아들게 되었습니다. 오늘 거대양당의 밀실합의에 따른 결과입니다.

당혹스럽습니다. 정부안에서 대폭 증액이 필요했던 예산안이었습니다. 기후위기 대응에 진심이라면 최소한 탄소중립 국가기본계획이 약속했던 17조원은 배정해야 했습니다. 5조원이 깎인 R&D예산 역시 예년 수준의 복구가 필요했습니다. 영문 모르게 삭감된 여성폭력 피해자 지원예산도 복원해야 했습니다. 운전자 인건비 없이 책정된 장애인 콜택시 예산도 상식적인 수준으로 올려야 했습니다.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과 공공임대 예산도 대폭 확대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후쿠시마 피해 어민 지원이나 금리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들의 대출이자 지원 규모도 대폭 늘려야 했습니다. 그러나 정부안에서 총지출을 단 1원도 늘리지 않는 이 합의안은 이 요구를 수용하기는커녕 배신하고 있습니다.

 반면 환경을 파괴하고 건설사 배만 불려주는 새만금 예산은 결국 살아남아 3,000억원 증액되었습니다. 새만금 예산은 신공항이 아니라 갯벌 복원을 위해, 지역민들의 삶을 위해 다르게 쓰여야 한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예산 증액의 전제조건은 처음부터 허물어져 있었습니다. 정부는 법인세, 종부세 등 5년간 90조원에 달하는 전방위적 부자감세를 남발하며 세수결손을 초래했고, 국회 다수당인 민주당은 여기에 적극 동조하고 합의해주며 세수확대를 포기했습니다. 그 결과가 바로 긴축은 긴축대로 하면서 적자는 적자대로 나는 진퇴양난 예산안입니다.

이 모든 과정에서 민주주의는 없었습니다. 양당은 예산안 심사 법정기한을 넘기자마자 논의를 비공식 밀실 협의체인 '소소위'로 가져갔습니다. 국민들은 왜 이렇게 예산이 결정되었는지, 세법이 어떻게 논의되었는지 전혀 알지 못한 채 소수의 정치인과 기재부가 합의한 결론만 받아 들게 되었습니다. 다양한 국민의 삶과 요구가 반영될래야 반영될 수가 없는 예산안 협상이 어김없이 올해도 반복된 것입니다.

예산은 곧 민주주의의 의지이고, 약자의 삶이며, 미래로 나아가는 길입니다. 이런 예산으로는 기후도, 민생도, 미래도, 약자도 그 무엇도 지킬 수 없습니다. 오늘 나온 양당의 예산안 합의안은 곧 대한민국 정치의 실패를 의미합니다. 정의당은 양당이 밀실에서 합의한 민생 포기, 미래 포기 예산안에 단호히 반대하며, 예산과 조세법률의 심사를 정상화하기 위한 제도개선에 힘을 쏟을 것입니다. 

2023년 12월 20일
정의당 원내공보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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