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수: 천호선 최고위원님 안녕하세요.
천호선: 예 안녕하십니까.
박경수: 작년이 3주기였지 않습니까. 우리가 3년 그리고 나서 맞는 첫 번째, 그리고 추도행사가 되죠. 4년이 흘렀네요. 노무현 전 대통령 돌아가신지 말이죠. 4주기를 맞는 소회, 어떠세요?
천호선: 정치적으로 마음은 좀 더 차분해졌습니다 저 뿐만 아니라 많은 분들이 그러실 거라고 보고요. 그런데 이제 올해는 다른 때보다도 오히려 봉하를 찾아뵙기가 더 불편한 점도 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뜻이 꼭 정권교체 그 자체는 아니라고 보지만 작년에 어쨌든 대선에서 실패하고 나서 찾아뵙는 상황이라서요. 마음이 편하지는 않습니다.
박경수: 내일이 김해 봉하마을에서 추도식이 있잖아요. 봉하마을은 언제 내려가세요?
천호선: 저는 그 전날 부산에서 노무현 재단 관련 강연이 있어서요 좀 이따 내려갑니다. 추도식은 내일 오후 2시라 오전에 부산에서 조금 일찍 가려고 합니다.
박경수: 오늘 부산에서 내려가서 강연에 참석하시고 봉하마을로 가신다는 얘기군요. 천호선 최고위원 하면 사실은 누구도 다 인정하듯이 노무현 전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오랫동안 보좌해오셨잖아요. 일찍이 국회의원이었을 때 노 의원 보좌관도 하셨고요. 어떠세요 제일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어떤 게 있으세요?
천호선: 기억에 남는 게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제가 당시 노동운동하다 해고 돼 있었을 때 노무현 대통령께서 찾아와서 "내일부터 같이 일하세."라고 얘기했던 그 장면이 제 개인적으로 가장 아직도 항상 하루에도 한 번씩 저는 생각나는 얘기고요. 여러 가지 일들이 많았죠.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인 일이라면 국민여러분께서 대부분 기억하시겠지만 제가 의전비서관을 할 때 이라크에 파병돼있는 자이툰 부대를 전격 방문했던 일이 제 개인적으로 장면으로서의 감동은 가장 컸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박경수: 그렇죠. 그러면 학생운동을 하시다가 노동운동 현장에 가 있을 때 함께 일하자고 노무현 당시 국회의원께서 직접 와서 제안을 하신 거네요?
천호선: 그렇죠. 노동운동을 하다가 구속이 되고 현장 바깥에서 노동조합 일을 거두고 있을 때 얘기 했었습니다.
박경수: 그 전엔 어떻게 좀 일면식이 있었어요?
천호선: 그렇진 않습니다. 물론 제가 알고는 있었지만 인연이 시작된 건 아마 그게 처음인 것 같아요.
박경수: 주례를 노무현 전 대통령이 스셨나요?
천호선: 그렇습니다.
박경수: 아 그렇군요. 해외순방도 많이 다니셨는데 대통령과 함께. 자이툰 부대를 방문했던 일이 가장 뜻 깊고 기억에 남는다는 말씀 해주셨고요. 사실 참여정부, 공과 과. 평가가 다 있습니다. 그래서 한번 여쭤볼게요. 천호선 의원께서는 스스로 평가하는 참여정부의 공과 과. 어떻게 보세요?
천호선: 공과를 요약해서 얘기하기 굉장히 어려운 것 같아요. 정말 당연히 참여정부가 잘 했던 것도 있고요 못 했던 것도 있습니다. 어떤 것은 성과라고 할 순 없지만 의미 있는 일이 있었고요. 예를 들면 저희가 지금 돌이켜보면 복지예산을 대폭적으로 확대한 게 굉장히 큰일이었지 않습니까. 그런데 그 자체보다는 그것이 어떻게 이루어져 있는가 이런 것들은 별로 잘 알려져 있지 않은 것 같아요. 예를 들면 노무현 대통령은 몇 가지 국정과제만 집중한 것이 아니고요 국정의 시스템을 바꾸려는 노력을 굉장히 많이 했습니다. 예를 들면 대통령이 장관들과 1박2일에 걸쳐서 재정전략회의를 합니다. 예산을 짜기 위해서 단지 1년 예산 뿐만 아니라 5년, 또는 그 이상의 예산에 대한 토론을 하면서 회의 예산을 갖다가 구체적으로 수립하는 그런 회의를 1박 2일에 걸쳐서 합니다. 이런 것들은 노무현 정부 때 처음 시작된 일이고요. 또 예산을 개혁하려면 큰 변화가 필요한데 예산의 과거의 것에서 조금씩 플러스마이너스 하는 수준에서 머무는 경우가 많거든요 보통 예산이라는 게. 이렇게 해선 예산 개혁이 불가능하다고 봤기 때문에 큰 틀을 먼저 정하고 위에서부터 아래로 예산을 정하는 톱다운 방식이라는 것을 도입합니다. 이 두 가지가 없었으면 노무현 대통령 때 대폭적인 복지 재정을 확대한다는 것이 불가능 한 것이죠. 그런데 앞서 이런 시스템의 변화, 이런 것들은 굉장히 획기적인 혁신사례라고 볼 수 있죠. 또 어저께 한승원 변호사 김대중 대통령 때 감사원장 하셨고 저희 참여정부 때는 사법개혁위원회 위원장 하셨는데. 말씀을 직접 은평 주민들께 하셨지만 정권마다 제기됐지만 흐지부지 됐던 공판중심주의 그 다음에 국민참여재판 이런 것들이 참여 정부 때 이뤄낸 대단한 사법개혁이다 이렇게 얘기하시더라고요. 이런 것들은 대게 참여정부의 특별한 업적이라고 기억되고 있지 않죠? 이런 것은 굉장히 좀 저희들이 아쉬워하는 대목입니다.
박경수: 사실은 고인께서는 사회적인 시스템을 갖추려고 노력을 많이 하셨어요. 당시 이용훈 대법원장께서도 국민참여재판에 대한 아주 큰 의미를 여러 번 기자들과 함께 얘기 나누신 적이 있었는데요. 과에 대해서 여쭤보는 건 좀 과한가요?
천호선: 과도 많죠. 사실 FTA가 가장 쟁점 아니겠습니까. 당시 여러 가지 우려들이 제기 되었습니다. 저도 청와대에 있었고 그것을 때로는 방어하는 입장에 있었습니다만 우려했던 것에 대해 소홀히 판단한 것들이 있다. 지금 돌이켜보면 정보 자체가 부족하거나 잘못된 것도 있었다. 그래서 FTA의 부정적인 측면에 대해선 저희들이 결과적으론 꼼꼼하게 따져보지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FTA는 단순히 신자유주의에 굴복하려고 것이 아니라 그것에 맞서서 도전적으로 국가의 비전을 세워나가기 위한 획기적인 노력이었습니다만 꼼꼼히 따져보는 데는 부족했다 이런 것들은 저희들이 솔직히 인정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박경수: 네 그래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늘 사실은 사회적인 메시지를 많이 던져주셨잖아요. 만약에 살아 계시다면 현재적 의미의 대한민국 정치의 화두, 어떤 걸 던지셨을까요?
천호선: 저는 이런 생각입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정치가 얼마나 소중한 지를 국민들에게 항상 알리려고 노력했던 분인 것 같아요. 국민이 행복해지려면 정치가 잘돼야 된다는 소신에 변함이 없으셨고요. 그래서 아시다시피 일관되게 대통령 이전부터 정치적 시도를 하셨죠. 대연정이란 게 지금 제가 보기엔 잘 된 전략은 아니라고 보지만 권력의 반을 내주어서라도 권력을 행사하는 선거 제도를 개혁하려고 했던 것 아닙니까. 선거 제도는요 국민이 볼 때 대통령 직선제 말고는 그게 뭐 중요한가, 나의 삶에 어떤 도움이 되는가 이런 것들을 체감하기가 참 어렵습니다. 그렇지만 노무현 대통령 같은 경우는 정치세력이 국민에게 지지받은 만큼의 의석을 얻는 것이 당연한 제도를 만들어야 된다는 것들이 굉장히 강한 신념이셨죠. 그래서 저는 지금 이 시점에 그런 정치혁신과 정치개혁의 비전과 의지를 가진 정치인이 있는가. 이런 의문을 갖게 됩니다. 사라진 것이 아닌가 그런 부분도 복원시켜야 되지 않느냐는 생각을 하게 되죠.
박경수: 다시 대연정은 지금 대통령으로 계신 박근혜 대통령을 겨냥해서 함께 정치하자고 손을 내밀었던 거죠. 청와대에서 두 분이 만났던 장면도 기억이 나는데요. 다른 분들과 달리 천호선 최고위원께서는 진보정의당에 계시잖아요. 이른 바 친노라고 하는 분들은 민주당에 상대적으로 많이 계시는데. 함께하실 계획은 없으신가요?
천호선: 글쎄 그 질문은 참 어려운 질문인데요. 노무현 대통령의 긍정적인 정신, 정치적 부상을 이어가는 길은 하나는 아닙니다. 목표는 같지만 이루기 위해서 무엇을 할 것인가 전략이 다르다고 보고요. 저는 항상 말씀드려왔지만 결과적인 역할 분담이 있다. 민주당 안에서 해야 할 일과 밖에서 해야 할 일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민주당 바깥에서 기존의 전통적인 진보정치 세력과 힘을 합쳐서 진보정치 세력의 문제점을 극복해서 대중적인 진보정치를 만드는 것도 굉장히 소중한 일이라고 보고요. 노무현 대통령께서 퇴임 이후에 썼던 책 이름이 `진보의 미래`인 것처럼 민주당 안에서의 진보세력도 있지만 바깥에서의 진보세력과 힘을 합쳐서 새로운 정치구도를 만들어 나가는 것도 굉장히 저는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협력한 것들이 많긴 하겠죠 앞으로 더 많아질 수도 있고요.
박경수: 끝으로 청취자 문자하나 소개해드릴게요. 9287님, `천호선 보좌관님 수고 많으십니다. 21세기의 노무현 전 대통령같이 서민대통령 같은 분이 또 있으실까 생각합니다. 항상 존경합니다.` 이렇게 문자를 보내주셨네요.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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