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합의 없는 한전의 송전탑 공사 강행해서는 안돼 ◈ 신고리 3호기 전력수송은 밀양 765kV 송전탑과 전혀 상관없어 ◈ 신고리 3호기 전력공급능력 전체의 1.7%, 전력대란과 전혀 무관한 것으로 확인돼 ◈ 전문가 협의체 구성을 통해 객관적이고 투명한 기술적 검토 진행해야 |
한전은 20일 전후 밀양 765kV 송전탑 공사를 재개한다고 밝혔다. 2012년 1월 (故) 이치우 할아버지의 분신이후 밀양 주민들의 반대로 작년 9월 중단된 지 8개월만이다. 한전은 신고리 3호기가12월부터 상업운전을 시작하고, 겨울철 전력수급문제로 주민들의 반대에도 공사를 재개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다를 뿐만 아니라 정부와 한전의 주장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정부와 한전은 모든 장비를 총동원한다 하더라도 밀양구간 공사가 최소한 8개월이 걸린다고 밝힌 바 있다. 따라서 밀양 765kV 송전탑 공사는 지금 당장 진행한다 하더라도 최소 2014년 1월말이 넘어야 완공이 가능하다. 그러면 올 12월부터 상업운전을 시작하는 신고리 3호기의 전력은 어디로 보내겠다는 것인가?
정부와 한전의 주장대로라면 밀양 765kV 송전탑 공사가 완공될 때까지 신고리 3호기를 가동해서는 안 된다.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송전선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렇게 되면 동계전력 피크타임이12월말 혹은 1월초이기 때문에 전력대란이 발생해야 한다.
그러나 이 또한 거짓말이다. 2010년 이후 예비전력은 평균 4,420MW이고 예비율은 5.7%이다. 그리고 2012년 하계피크 때 예비전력이 2,791MW, 예비율 3.8%를 제외하고는 예비율이 5.0% 아래로 내려간 적이 없다. 신고리 3호기의 총발전량은 1,400MW로 전체 전력공급(2013년 하계기준8,100만kW)의 1.7%에 해당된다. 따라서 신고리 3호기의 전력이 공급이 되지 않아 마치 전력대란이 발생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명백한 거짓말이다.
2012년도의 원전가동율은 82.3%에 불과했으며, 하계피크였던 2012년 8월 6일(월)에는 고리1호기,울진3, 4호기가 가동중단된 상태였다. 특히 동계피크였던 12월 26일(수)에는 월성1호기, 영광 3, 5, 6호기, 울진4호기가 중단된 상태였는데도 예비전력이 3,985MW, 예비율이 5.2%로 전력대란과 무관했다. 더구나 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1,000MW인 신월성 2호기의 가동이 10월로 예정되어 있다.
따라서 정부와 한전이 밀양 765kV 송전탑 반대로 인해 신고리 3호기의 전력을 보낼 수 없어 전력대란이 발생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전력대란을 핑계로 공사를 강행하려는 음모이자 지금까지 자신들의 무능과 안일함을 밀양 주민들에게 덮어씌우려고 하는 술책이다.
또한 한전은 작년 국정감사와 국회 공청회에서 고리~신울산 345kV 송전선의 용량증대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따라서 그때부터 용량증대를 했더라면 신고리 3호기의 전력 수송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에 와서 용량증대는 공사기간이 1년이 소요되어 불가능하다고 하는 것은 결국 765kV 송전선로 이외에는 어떤 대안도 고려하고 않았다고 자백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밀양 주민들은 신고리 핵발전소 3, 4호기에서 생산한 전기를 ①기존 노선 증용량 ②지금 건설 중인 신양산-동부산, 신울산-신온산 송전선로 등 간선 구간을 신고리 발전소와 연결하여 계통 편입시키고 ③신고리5, 6호기가 완공될 10년 동안 향상될 기술력으로, 밀양 구간의 대안(초전도체,밀양구간 345kV 지중화, 울산-함양고속도로 지중화)을 논의해 보자고 제안한 바 있다.
그러나 한전은 밀양 765kV 송전탑을 제외하고는 불가능하다고 답해왔다. 때문에 밀양 주민들은 자신들이 제시한 대안을 전문가협의체를 구성해 기술적 검토를 하자고 요구하고 있다. 그런데도 한전은 전문가협의체를 구성하면 공사기간이 그만큼 늦어지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한다. 밀양765kV 송전탑이 신고리 3호기의 전력수송과 전력대란과 직접적 관련이 없는 상황에서 1~3개월 동안 전문가 검토를 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지금까지 밀양 주민과 한전의 6차례 간담회는 밀양 765kV 송전탑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화의 장이었다. 그리고 지난달 26일 조환익 한전사장은 밀양을 방문해 주민과 계속 대화하면서 공사를 강행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불과 며칠도 지나지 않아 밀양 765kV 송전탑 공사 강행은 지금까지 노력했던 모든 대화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자, 밀양 주민들을 벼랑 끝으로 몰고 있는 것이다.
현재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밀양 765kV 송전탑 공사 중단으로 전력수급에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공사강행으로 인해 또 다른 불상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 13일 6차 간담회에서 한전이 공사가 불가피하다고 했을 때, 밀양 주민들은 서로 몸을 던져서라도 송전탑 공사를 막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따라서 한전의 밀양 765kV 공사 강행은 불에 기름을 붓는 꼴이다. 어떠한 일이 있어도 불상사가 발생해서는 안 된다. 만약 공사강행으로 불의의 사고가 발생한다면 그것은 명백히 정부와 한전의 책임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2013년 5월 16일
국회의원 김제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