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이정미 대표·이은주 원내대표 외, 제38차 상무집행위원회 모두발언
일시: 2023년 3월 20일 (월) 09:30
장소: 국회 본관 223호
■ 이정미 대표
(잇따른 이주민 노동자들의 죽음, 차별금지법이라는 안전장치가 필요합니다.)
내일은 ‘세계인종차별철폐의 날’입니다. UN이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인종분리 정책에 항거한 민간인 69명이 희생된 사건을 기리고 모든 인종차별을 철폐하자는 결의를 다지자는 뜻을 담아 만든 날입니다.
대한민국의 오늘은 어떠합니까.
지난 2월 경기도의 한 돼지우리에서 태국인 노동자 한 명이 숨졌습니다. 10년간 이 태국 노동자는 돼지우리에서 생활했고, 그를 고용했던 양돈업자는 ‘불법체류 단속에 걸리기 싫다’는 이유로 시신을 인근 야산에 버렸습니다.
2주 전에는 비닐하우스에서 살던 태국인 부부가 추위를 피해 피운 불에 가스 중독으로 사망했습니다.
쓰다 망가지면 버려도 되는 ‘사람 이하의 존재’로 취급하는 한국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참담한 고용 현실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이민청 설립을 공약으로 내세우며 저출산, 일손 부족의 문제를 이주민 노동자 유입으로 해결하겠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 속 이주노동자들은 필요노동을 가져다 쓰는 부품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그들의 주거 보장도, 생활 환경도, 최소한의 인권도 언급되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이주노동자들의 참극이 이어지는 한 세계 시민들에게 반인권 국가라는 부끄러운 낙인을 피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대한민국에서 일하고 살아가는 그 누구도 국적과 인종에 차별당하고, 쓰다 버려지는 기계처럼 대우해서는 안됩니다. 340만 이주민 노동자들의 인권을 보호하고, 그들의 노동권에 대한 안전장치가 마련되어야만 합니다.
이주노동자에 대한 차별없는 세상, 그를 위해 차별금지법 제정이 시급합니다. 정의당은 모든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주69시간제가 '극단적 프레임'이라는 대통령실, 애초에 제안은 왜 했습니까?)
어제 대통령실 김대기 비서실장이 윤석열 정부 노동시간 연장 정책에 대해 어이없는 변명을 내놓았습니다.
윤 대통령의 장시간 노동 정책이 강한 반대여론에 부딪히자 ‘69시간은 너무 극단적인 프레임이다, 그렇게 오래 일할 리 없다‘ 며 궁색한 답을 내놓은 것입니다.
몰아서 일하자고 하다가, ‘60시간 이상은 불가’라고 대통령이 그 정책을 뒤집더니, 이제는 대통령실까지 나서서 유체이탈에 나선 것입니다.
주 최대 69시간이라는 시간 책정은 다른 어디서도 아닌 정부의 제안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그 제안의 기반이 된 미래노동시장연구소의 산정 방식에 그대로 드러나 있습니다.
노동시간 연장을 찔러보려다 국민 여론의 반대에 부딪혔다면 자신들의 정책오류를 진지하게 반성하면 됩니다. 느닷없이 무슨 프레임 타령입니까.
모든 세대, 대부분의 직종에서 노동시간 연장 반대여론이 거센 지금, 윤석열 대통령은 '나는 그런 말 한적 없다'는 면피에 급급할 것 아니라, 자신의 노동관을 제대로 점검하길 바랍니다.
일터에서 왜 20대 노동자의 50% 이상이 연차의 절반도 사용하지 못하고 있는지, 정말 노동자 스스로 노동시간을 직접 정할 수 있는 환경인지, 노동정책을 책상머리에서가 아니라 현장의 현실에서 확인하십시오.
대통령 스스로도 ‘주 60시간 이상은 무리’라고 평가한 장시간 노동정책은 지금 당장 폐기되어야 합니다. 또한 정부의 노동정책 입안자들에 대한 전면 재정비도 시급합니다.
장시간 과로 사회를 벗어나기 위한 노력, 노동자들의 ‘시간 주권’을 보장하는 노동권 강화는 결코 뒷걸음칠 수 없는 우리 모두의 과제입니다.
■ 이은주 원내대표
(69시간제가 ‘아주 극단적이고 별로 일어날 수 없는 프레임’이라는 정부여당, 사람이 양심이 있어야 할 거 아닙니까.)
주69시간제를 둘러싼 정부 여당의 구차한 변명이 길어지고 있습니다. 어제 열린 고위당정협의회에서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이 주69시간제에 ‘아주 극단적이고 별로 일어날 수 없는 프레임’이 씌워졌다는 무책임하기 짝이 없는 주장을 내놓은 것입니다. 날씨가 아무리 더웠다 추웠다 오락가락한다지만 정부의 현실 인식이 이렇게 오락가락해서는 안 됩니다.
주69시간제에 대한 반발이 과연 극단적인 프레임과 홍보 부족으로 일어난 것입니까? 정부 여당이 주69시간제를 밀어붙이면서 “2030 청년층도 다 좋아한다”, “MZ세대는 권리의식이 뛰어나다”며 청년팔이에 여념이 없을 때 한 경비노동자가 62시간 연속 근무 끝에 급성 심근경색으로 사망했습니다. 전형적인 과로사였습니다.
어디 이뿐입니까. 몇 년 전 한 IT업체에서 일하던 청년 노동자는 주89시간을 크런치모드로 일하다 사망했습니다. 이렇게 곳곳에서 과로사로 죽는 노동자가 매년 최소 500명입니다. 아주 극단적이고 별로 일어날 수 없는 일이 매년 500건씩 일어나고 있는데 몰아서 일하고 쉴 때 푹 쉬자는 것이 가당키나 한 말입니까. 사람이 양심이 있어야 할 거 아닙니까.
노동시간 개편을 둘러싼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대통령 후보 시절 주120시간 노동으로 크게 홍역을 치렀고, 정부 출범 이후 주52시간제 개편을 처음 꺼내든 작년 6월 ‘노동시장 개혁 추진방향’ 발표 당시에도 논란이 일자 “정부의 공식 입장이 아니”라는 윤석열 대통령 말 한마디에 거둬들여졌습니다. 이번 재검토 지시까지 기억나는 것만 세 번째입니다.
주120시간이 주69시간이 되고, 주69시간이 주60시간이 되는 동안 보인 윤석열 정부의 오락가락 갈짓자 행보는 극치에 다다른 정책 무능, 그리고 현장성 없는 탁상 행정을 여실히 입증했을 뿐입니다. 정부의 역점과제로 추진해온 노동시간 개편이 역전(逆轉)과제가 되기 전에 폐기해야 합니다.
정의당은 주69시간제를 비롯해 윤석열 정부가 미래노동시장연구회와 자문단 이름으로 준비하고 있는 모든 노동개혁안을 원점에서 전면 재검토할 것을 촉구합니다. 노동개혁의 글로벌 스탠더드는 노사정의 긴밀하고 치열한 대화와 협상이지 밀실 전문가 집단의 책상에서 나오는 것이 아닙니다.
윤석열 정부는 말로만 ‘노동약자’를 말할 것이 아니라 노동개혁을 위한 노사정 대화와 국회 협치부터 정상화하기 바랍니다. 정의당은 일하는시민기본법과 노란봉투법 등 정의당표 노동입법을 국회에서 계속 추진해 갈 것임을 밝힙니다.
■ 김창인 청년정의당대표
(윤석열 대통령이 말하는 MZ는 없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자신이 말하는 MZ세대가 누군지 한 번 데려와 보십시오.
주 80.5시간 노동 개악, 노조 탄압과 공안 몰이 등 모든 사안마다 MZ를 소환하고 있는데, 도대체 그 MZ가 누구입니까.
국민들은 출생률 0.7명으로 나라를 자체 수거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운 나쁘게도 대한민국에 태어났지만, 이 나라를 우리 자식에게 물려줄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대한민국은 오늘도 소멸중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정권이 하는 모든 일에 'MZ세대'를 언급하는 것은, 'MZ세대를 이용해 표를 얻어보겠다'는 술수에 불과합니다.
청년 세대의 요구는 명백합니다. 우리 사회에서 더러운 꼴 좀 그만 보고, 일한 만큼 대우받으며, 저녁에 기절하는 삶이 아니라 내일을 기대할 수 있는 세상이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주 80.5시간도, 주 52시간도 모두 틀렸습니다. 주 37시간 노동 사회로 돌입해야 합니다.
직장인 10명 중 3명이 연차를 쓰지 못하는 이 실태를 제대로 조사해서, 법정 휴가를 정확히 보장해야 합니다.
일하는 사람들이 제 목소리 낼 수 있게, 노동조합 활동을 전면 보장하고 지원해야 합니다.
쪼개기 노동, 5인미만 사업장 등 노동권 사각지대에 있는 청년 노동자들의 삶을 보호해야 합니다.
이것이 소위 ‘MZ세대’가 바라는 사회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말하는 MZ는 없습니다.
■ 이기중 부대표
(69시간은 극단적 프레임? 극단적 사태를 막는 게 법입니다.)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이 근로시간 개편안 관련, 진의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며 극단적이고 일어날 수 없는 프레임이 씌워졌다고 말했습니다.
김실장은 믿고 사는 밝은 사회 같은 걸 꿈꾸는지 모르겠지만, 원래 법이란 것은 극단적인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만드는 겁니다. 주 69시간, 실제로는 80.5시간 노동이 가능하도록 허용해 놓고 그런 극단적인 사례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니, '사람이 설마 사람을 죽이겠냐'며 살인죄를 없애자는 꼴 아닙니까. 불과 얼마 전 62시간 연속 노동으로 과로사한 경비원 노동자의 일도 있었는데 김실장은 몰랐단 말입니까.
윤석열 대통령은 연장근로해도 주 60시간 이상은 무리라고 했다는데, 이미 현행법에서도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적용하면 주 64시간 노동이 가능합니다. 그렇다면 오히려 연장근로 단위기간을 확대할게 아니라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줄여야 합니다.
물론 주 60시간도 과도합니다. 애초에 크런치 모드 양성화를 목표로 시작한 정부의 노동시간 개편안은 조정이나 보완이 아니라 폐기가 답입니다.
20대 직장인의 절반 이상이 연차를 1년에 6일도 못 쓰는 게 현실입니다. 정부는 몰아서 일하기로 노동자에게 혜택을 준다는 헛소리는 그만하고 현행법이 보장한 휴가라도 제대로 쓸 수 있게 해야 할 것입니다.
■ 이현정 부대표
(세계 인종 차별 철폐 날을 맞아,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합니다.)
내일 3월 21일은 세계인종차별철폐의 날입니다.
어제 이주 인권 단체들은 서울역 앞에서 57번째 세계인종차별철폐의 날 기념대회를 열었습니다. 이들은 이주 노동자들의 기본권이 없으며 한국 국적이 없거나 이주민이라는 이유만으로 차별과 혐오를 감내해야 한다고 호소했습니다. 하루 1만 5천 장의 깻잎을 따고 10박스를 채우지 못하면 임금이 떼이는 현실, 난방기구조차 없는 비닐하우스 숙소에서 얼어죽는 현실, 아이들이 부모가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학교 폭력에 시달리는 현실, 돼지우리에서 살며 노동해야 하는 현실 우리 모두가 바꿔야 할 현실입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지금의 현실을 두고 코리안 드림이 코리안 악몽으로 바뀌도록 방치해선 안 된다는 발언을 했습니다. 너무나 공감되는 발언입니다. 코리안 나이트메어에서 깨어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안전망이 있습니다. 정의당이 꾸준히 제안해 온 포괄적 차별금지법입니다. 성별, 성적 지향과 성 정체성, 인종, 장애, 외모, 출신지, 국적, 가족 형태 등을 이유로 누구도 차별받아서는 안 된다는 법입니다.
정의당은 차별금지법 제정과 함께 이주민 차별을 철폐하고 혐오와 차별에 맞서며 이주민을 포함한 우리 모두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함께 싸우고 연대해 나가겠습니다.
2023년 3월 20일
정의당 대변인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