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김제남의원은 국회 본회의 발언을 통해 원전 안전과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에 대한 정부의 신중한 접근을 주문했습니다.
아울러 한미원자력협정 재협상과 관련하여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가능성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습니다.
아래에 발언 전문을 올립니다.
존경하는 강창희 국회의장님, 그리고 선배, 동료 의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진보정의당 비례대표 의원 김제남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과제인 원전 안전과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의 바람직한 방향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우리 국민들은 2년 전 후쿠시마 핵사고를 통해 원전의 안전이 얼마나 중요한지 경험했습니다. 지난해 한국 원전에서 정전사고 은폐, 마약투약, 짝퉁·위조부품, 품질보증서 위조까지 수많은 원전비리와 고장사고가 일어났습니다. 최근에도 냉각수 누출, 제어봉 제어계통의 고장이 반복되면서 많은 원전이 멈춰서 있습니다.
우리 국민은 핵발전소 안전에 대해 불안합니다.
국민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모든 원전에 대해 근본적인 안전 점검을 실시해야 합니다. 스트레스 테스트는 수명이 만료된 고리1호기와 월성1호기뿐만 아니라 모든 원전으로 확대해야 하며, 안전하지 않은 노후 원전은 폐쇄하는 정책 결단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핵발전은 운영중의 안전사고뿐만 아니라 또 다른 치명적인 결함을 가지고 있습니다. 바로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직결된 사용후핵연료입니다.
사용후핵연료는 우리가 핵발전을 통해 값싼 전력을 사용한 대가입니다. 따라서 미래세대에게 그 부담을 넘겨서는 안 됩니다.
정부는 올해부터 사용후핵연료 공론화를 진행할 계획입니다. 사용후핵연료를 어떻게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 반드시 공론화를 통해 사회적 합의를 이루어야 합니다.
지난날 우리는 안면도, 굴업도, 부안사태 등 방폐장 건설을 두고 정부의 일방적인 밀어붙이기식 행정으로 엄청난 사회적 갈등을 겪었습니다. 더 이상 잘못된 과거를 되풀이해서는 안 됩니다. 따라서 사용후핵연료의 공론화 과정은 신뢰를 바탕으로 객관적이고 독립적이며 투명해야 합니다.
공론화가 독립성을 갖기 위해서는 지금처럼 원자력 진흥을 담당하는 산업통상자원부의 주관아래 이루어져서는 안됩니다. 대통령 혹은 국무총리 직속의 독립적인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또한 공론화위원회는 객관성을 갖는 인사들로 공정하고 다양하게 구성되어야 합니다.
공론화는 미래세대에게 핵폐기물 부담을 전가하지 않는다는 중요한 원칙을 전제로 출발해야 합니다.
사용후핵연료의 범위와 총량이 어느 정도인지 판단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향후 원전의 비중을 늘리지 않는다는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한 원전정책을 선택해야 합니다.
사용후핵연료 공론화가 객관성을 갖기 위해서는 공론화의 주제, 방식, 일정에 이르기까지 백지상태에서 합의하에 시작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는 국정과제에 ‘임기 내 중간저장시설 부지선정과 착공 추진’이라고 시간과 관리방안을 결정했습니다. 정부가 미리 결정해 두고 밀어붙이는 공론화는 말잔치로 그칠 뿐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최근 한미원자력협정 재협상을 통해 사용후핵연료를 재처리하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다 아시는 바와 같이 우리나라는 지난 1991년 핵재처리시설과 우라늄농축시설을 보유하지 않는다는 한반도 비핵화선언을 전 세계에 천명했습니다. 따라서 사용후핵연료의 재처리는 비핵화선언에 위배되는 것입니다.
북한의 핵무기 개발과 핵실험이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또한 남·북한 간의 긴장과 대립은 극단으로 치닫는데 한반도 평화관리 기제와 프로세스는 전혀 작동하고 있지 않습니다. 위기의 남북관계와 한반도 평화를 지키는 길은 비핵화선언을 다시금 확인하고 이를 지켜나갈 의미 있는 대화에서 시작됩니다.
플루토늄을 추출하는 사용후핵연료 재처리는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뿐만 아니라, 지속가능한 에너지 백년대계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사용후핵연료 재처리기술인 파이로프로세싱은 초기 연구단계이며, 더욱이 새로운 소듐고속로를 개발해야 합니다. 파이로프로세싱도 핵무기 개발 유혹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며, 고속증식로는 소듐 냉각재 위험은 물론이고 그 개발까지 수십 년이 소요됩니다. 전 세계에 상용화한 국가는 없으며, 일본 몬쥬 고속증식로는 14조원 이상 예산을 들였지만 폐쇄를 검토하는 단계에 있습니다.
연구, 개발하더라도 2050년 이후에나 상용화 여부를 판단할 수 있을텐데,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 시설은 2016년부터 포화되어 2024년을 넘길 수 없다고 하니 사용후핵연료 관리방안이 될 수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재생에너지 전환의 길이 더욱 빠르고 지속가능한 길입니다.
정부는 한반도 비핵화를 재확인하고, 사용후핵연료를 재처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공식 천명해야 합니다.
한반도 평화에 기여하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우선하면서 미래세대에게 방사능 오염과 피해를 부담하지 않는 원칙을 가지고,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하는 사용후핵연료 공론화가 숙의와 지혜를 거듭하며 민주적으로 추진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핵발전의 남용과 위험으로부터 현세대와 미래세대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는 방향으로 사용후핵연료 공론화가 추진될 수 있도록 선배, 동료의원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과 협조를 부탁드립니다. 지금까지 경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2013년 4월 29일
국회의원 김제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