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애매한 말은 안 썼으면 합니다.
모호한 운동권 사투리.
아래 여론조사 글을 쓴 김에 하나만 더 써보자. 7월 21일에 열린 비대위 노선평가위원회 4차 회의에 제출된 '노선평가위원회 초초안' 문서 중 일부 - 정의당 재창당 방향 중 3번째 문구이다. (당원이면 당 홈페이지에서 누구나 받아볼 수 있는 글이다.)
"노동에 기반한 사회연대정당이 되어야 한다."
그동안 구두로 많이 듣던 얘기이다. 그 때마다 말할 기회가 없어서 못했는데 오늘 몇 글자 남긴다.
나는 이 문장 자체가 전형적인 '모호한 운동권 사투리'라고 생각한다. 운동권끼리는 뭔가 뜻이 통할 것 같지만, 사실 그들끼리도 다른 얘기를 하게 만드는 모호함이 가득한 글. (쉽게 말하면 '거시기' 같은 것이다.)
노동에 기반한다는 게 대체 뭘까? '노동 조합'을 뜻하는 건지 꼭 노동조합이 아니더라도 (비조직) 노동자를 뜻하는 건지 '노동 의제'를 뜻하는 건지 명확하지 않다.
'일하는 사람의 정당', '비정규직 정당'을 표명했으나 '파편적 대응'에 머물렀다는 국면에서는 '노동의제'나 '노동현안 대응'을 뜻하는 것 같기도 하다.
'노동을 일차적인 지지기반으로 형성'해야 한다는 측면에서는 노동조합에 기반한 (혹은 비조직 노동자들을 기반으로)하는 정당을 뜻하는 것 같기도 하다.
'노동에 대한 종합적이고 전략적인 접근'이라는 측면에서는 '노동현안'이나 '노동정책', '노동의제'를 뜻하는 것처럼 보인다.
정작 운동에 대해 잘 모르는 이들이 보기에 첫 문장을 '땀으로 일구는(흔히 노동이 상징하는) 사회연대정당'과 비슷하게 보일지도 모르겠다.
짧은 평가문서이고 초초안이라 이후 보완이 되어야겠지만, '노동자', '노동조합', '노동의제', '노동현안' 등 각기 다른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 애매한 '노동'이란 단어를 왜 지속적으로 사용하는 지 이해하기 힘들다. 각기 다른 의미에 따라 해법도 완전히 다를 텐데 말이다. (당장 이 문장이 조직 전략을 의미하는 건지 정책 전략이나 정치 전략을 의미하는 건지도 잘 모르겠다.)
'사회연대정당' 이란 말도 마찬가지이다. 김종철 대표 시절 많이 회자되던 이 말을 듣고 나는 '노동'이란 단어에서 느낀 '애매한 운동권 사투리'를 그대로 느꼈다.
진보정당이 언제 사회운동과 함께 하지 않은 적이 있었던가? 그럼 지금까지의 연대전략에 어떤 문제가 있었고, '사회연대정당'은 어떤 것이 다른 것인지를 설명해야 할 것이다. 또 당내에서 숱하게 회자되는 '우리는 시민단체가 아니라 정당이다'라는 얘기에 대해 '사회연대정당'은 뭐가 다른지 설명해야 한다.
하지만 그런 설명은 들어보지 못했다. 그냥 다양한 사회운동에 연대해야 한다는 원칙론만 반복적으로 들었다. '중앙당-지역조직-국회의원의 종합적이고 전략적인 접근'이 '사회연대정당'이라면 오히려 약간의 설명은 될 것이다. 그건 '사회연대정당'이 아니라, 진보정당이라면 당연히 해야할 일이 테니...
당장 일반 당원이나 대중들에게 설명하는 것은 차치하고 당 활동가들에게라도 명확하게 재창당의 방향성을 잡아야하지 않을까?
그동안 당의 상황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려고 했는데, 어제/오늘 답답한 마음에 몇 글자 적어봤다. 비대위에 토씨다는 것 말고 어떤 방향으로 당이 바뀌어야 할 지를 적을 기회가 조만간 있지 않을까한다. 일단 오늘은 여기까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