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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10년평가위원회 의견수렴

  • [당원] 뭘 선택해야 할까? 어제(21일) 배포된 당원 여론조사 설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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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뭘 선택할지 모르겠는 당원 여론조사 설문지


  • 뭘 선택해야 할까? 어제(21일) 배포된 당원 여론조사 설문지이다.

    당 내에서 "우리는 누굴 대변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사실 이런 얘기가 나올 때마다 뭔가 이상한 질문이다라는 생각이 들곤 했는데, 잘 정리가 안되었다. 그런데 이 질문을 보니 약간은 정리가 되는 느낌이다.

    누굴 대변할 것인가라는 질문은 "누구의 지지를 얻을 것인가?"라는 질문과 비슷하면서도 전혀 다른 질문이다. 내가 누구를 대변하겠다고 나선다고 그들이 나에게 "대표자(대변자) 역할"을 주지 않는다. 그건 시민단체 활동을 조금만 해보면 금방 알 수 있다.

    당사자들을 만나고 그들의 입장을 듣고, 대안을 만들고 함께 싸우는 "대변하는 것"까지는 조금만 열심히 하면 얼마든지 진도 나갈 수 있다. 소위 "연대자"이다. 하지만 그들의 "지지"를 얻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이다. 특정 의제의 "대표자(혹은 대표 정치인)"가 되려면 문제를 해결할 힘을 갖고 있어야 한다. 문제 해결 의지가 강한 당사자일 수록 여러 명 중의 한 명인 "대변자"가 아니라 정말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해결자"를 지지한다. 현안 투쟁에서 결정적인 순간 뒤로 밀린 것이 어디 한 두번인가? 그렇다고 그들이 잘못된 건 아니다. 결국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 아닌가?

    이런 상황에서 "누구를 대변할 것인가?"라는 질문은 좀 공허하게 느껴진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식의 질문은 필연적으로 "배제"를 만든다는 점이다.

    같은 젠더 의제라도 "경력 단절 여성을 대변한다"고 하면, 다양한 차별을 느끼고 있는 "다른" 여성들은 "나는 대변하지 않는구나"라고 느낄 수 밖에 없다. 나는 "경력단절 여성"이 아니기 때문이다.

    많은 이들은 정규직 노동자보다 비정규직 노동자가 우선이라고 생각하지만, 정규직 노동자라고 문제가 없는 건 아니다. 그럼 그런 문제는 등한시할 것인가?
    나 스스로 "저소득층"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청년들의 차별 - 노동조건이나 직장갑질 등등 문제는 그럼 선택지에도 없는 건가? 청년은 "저소득"을 강조하는데, 농어민은 그런 것도 없다. 또 당장 새만금 신공항 막겠다고 수백일째 농성 중인 이들이나, 삼척 석탄화력발전소 주민투표하자고 기자회견을 하는 지역주민들은 어디에 포함될까? 그들은 정의당의 핵심 10개 계층에도 포함되지 않는 "순위권 밖 계층(계층이란 표현이 맞는지도 잘 모르겠지만)"일까?

    이 질문은 결국 어떤 의제에 집중할 것인가라는 것으로 바뀌어야 할 것이다. 정의당이 그 의제에 집중한다고 그 의제의 이해당사자들의 지지를 받을지는 알수 없다. 그것은 별도로 해쳐나가야할 문제이다. 어찌보면 현재 정의당의 문제는 의제를 잘못 선택했기 때문이라기 보다는 그 의제를 바탕으로 어떻게 이해당사자들의 지지를 얻을 것인가라는 조직전략, 정치전략이 부족한 것이 아니었을까?

    사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의제"에 대한 질문도 좀 무의미해보인다. 아마도 "왜 정의당은 페미니즘만 다루나?"라는 질문에 대한 반대급부로 보이는데, 시민단체가 아니라 정당이라면 다양한 의제에 대해 포괄적인 접근과 대응을 하는 것이 상식이다.

    당 내부에서 계속 나오는 "노동 중심으로 돌아가겠습니다"라는 말도 그런 의미에서 썩 좋은 표현이 아니다. 맥락상 뭘 얘기하는지는 알겠으나, 이런 표현이 공식화되는 순간 노동이 아닌 "다른 의제는 죽을 수 밖에 없다." 노동이 "중심"이 된 당이기 때문이다.

    1990년대 학생운동 하면서 줄기차게 싸웠던 "중심운동과 부문운동 논쟁"을 2020년대에 다시 하고 싶지는 않다. 개인적인 피곤함도 있지만, 이미 세상은 그렇게 간단히 흘러가지 않고 있다.

    P.S. : 결국 난 32번 질문을 "잘모르겠다"고 답했다. 33번 질문은 그나마 없어서 그냥 아무것이나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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