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리핑] 오현주 대변인, 반쪽짜리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제정에 강한 유감을 표명합니다
일시: 2021년 9월 29일(수) 11:35
장소: 국회 소통관
그저께 인천에서 아파트 외벽 청소를 하던 한 명의 청년노동자가 출근 첫날 떨어져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가 없습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올해 초 중대재해처벌법이 제정되었고 내년 초 시행을 앞두고 있지만 중대재해 사망사고는 줄어들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와중에 어제 국무회의에서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이 의결되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시행령과 관련해 “국민 생명과 안전을 지키자는 취지가 살도록 현장에서 충분히 실효성 있게 법을 집행해 달라”고 주문했습니다. 하지만 어제 제정된 시행령은 입법취지를 잘 살리기보다는 입법취지의 색이 바랜 반쪽짜리 시행령에 그쳤습니다.
우선 정부가 시행령을 의결하면서 입법 취지를 호도하는 발언을 한 것은 큰 문제입니다. 정부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처벌이 아니라 예방을 하고자 하는 최소한의 안전 틀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중대재해처벌법의 1조 목적에 따르면 명확하게 처벌을 규정함으로써 예방을 목적으로 한다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법에 따른 처벌보다 확실한 예방은 없다’는 법제정의 취지를 정부가 먼저 나서 훼손하는 것에 유감을 표명합니다.
한편 정의당과 중대재해처벌법제정 운동본부가 제시했던 주요한 의견은 대부분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안전보건 업무를 외부 민간 위탁기관에 열어두어 경영자의 책임성을 불분명하게 명시한 점은 향후 법취지를 후퇴하게 만들 독소조항입니다. 또 종사자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경영책임자의 의무에 대한 명시적 규정이 담기지 못한 점은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2인 1조 작업 등 재해 예방에 대한 적정인력 확보와 예산확보 의무 명시 등이 구체적으로 담기지 못한 점 또한 구의역 사고의 교훈조차 제대로 담지 못한 시행령이라는 비판을 피해 갈 수 없습니다.
특히 최근 과로로 인한 뇌·심혈관계 질환, 직업성 암 등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은 높아졌지만 직업성 질병 범위에 담기지 못했으며, 과로로 사망했던 택배노동자나 광주 철거 현장 붕괴 참사 같은 재해를 일으킨 책임자들이 법 적용에서 빠져나갈 수 있도록 시행령이 제정된 것은 실효성을 의심하게 만드는 대목입니다.
결국 시행령은 어정쩡한 반쪽짜리가 되고 말았습니다. 정부는 시민의 생명과 안전이 우선인지 중대재해기업 보호가 우선인지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합니다. 정부는 중대재해 사망사고가 줄어들지 않는 지금의 현실을 분명히 직시해야 합니다. 정의당은 반쪽짜리 시행령 의결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하며 온전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제정될 수 있도록 올 하반기 법개정안 제출을 비롯해 모든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2021년 9월 29일
정의당 대변인 오 현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