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여영국 대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입장 발표 및 수용촉구 기자회견 모두발언 및 기자회견문
일시: 2021년 8월 11일(수) 10:30
장소: 국회 소통관
■ 여영국 대표
정의당 대표 여영국입니다.
고용노동부가 노동자를 죽이고 있습니다. 지난 월요일, 인천 부평 건설현장에서 타워크레인을 설치하던 30대 노동자가 떨어져 죽었습니다. 고용노동부가 타워크레인 설치·해체 현장 감독관을 시공사 자율감시로 전환한 것이 원인입니다. 노동부가 타워크레인 설치·해체 작업현장에 감독관을 투입하던 2018년 한 해 동안에는 사망사고가 없었지만, 이를 시공사 자율감시로 전환하면서 산재 사고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사실상 노동부가 죽인 것입니다.
먹고 살려고 간 일터에서 죽고 싶지 않다는 노동자들의 절박한 호소에도 불구하고, 산업안전보건법 개정부터 중대재해처벌법 제정과 그 시행령을 논의하는 지금까지, 참으로 무참한 시간이 흐르고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이후 국무회의, 수석 보좌관 회의, 신년사와 노동절 메시지, 정부 행사 등에서 산업재해와 노동자 안전문제 관련한 언급을 24차례 했습니다. 두 달에 한 번꼴입니다. 그러나 정작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과정에서 ‘기업’을 삭제하고, 시행령을 논의하는 지금은 기업의 ‘책임’마저 흐리고 있습니다. 삼성 백혈병 피해자들과 김용균, 이한빛, 이선호 군을 지우고 있습니다. 말과 행동의 간극으로 노동자들은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죽어갑니다.
‘기업의 책임’이 사라진 시행령은 절대 안 됩니다. 경영권 불법 승계를 위해 회삿돈을 빼돌려 뇌물로 준 국정농단범죄 가담자 이재용 가석방을 법무부에 외주화하면서 대통령은 책임을 회피했습니다. ‘기업의 책임’을 흐리게 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을 고용노동부에 외주화하면서 또다시 대통령의 책임을 회피하려고 합니다. 그 무책임함을 용납할 수 없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에게 일말의 양심이라도 남아 있다면 엉터리 시행령을 거두고, 정의당이 제안하는 시행령 안을 수용하길 대통령께 직접 요구합니다. 노동자들에게 한 약속과 책임을 외주화하지 않길 강력히 촉구합니다.
■ 기자회견문 (이은주 의원, 강은미 의원 낭독)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정안에 대한 정의당 입장
하루 평균 7명, 한해 2000여명. 대한민국 산재사망 노동자의 숫자다. 일하다 다치는 사람은 한해 10만 명이 넘는다. 국민소득 3만불, OECD 10위권의 경제대국 대한민국의 민낯이다. 우리는 매일 수많은 구의역 김군, 태안화력 김용균, 평택항 이선호를 마주하고 있다. 이러한 비극의 사슬을 끊어 내고자 2021년 1월 26일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중대재해처벌법)을 제정했다. 법 제정과정에서 기업측의 격렬한 저항으로 크게 훼손된 법이었지만, 시민들의 압도적인 지지로 그나마 통과될 수 있었다. 그러나 지난 7월 9일, 법제정 후속 조치로 문재인 정부가 입법예고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은 그동안의 퇴행도 모자라 법을 기어코 누더기로 만들겠다는 선언과 다르지 않았다. 노동자들이 요구해왔던 2인1조 작업, 과로사 방지와 하도급 노동자를 위한 최소한의 조치는 사라졌고, 위험의 외주화에 이어 ‘안전점검의 외주화’마저 가능해졌다. 게다가 직업병의 범위, 중대시민재해가 적용되는 공중이용시설 등을 지나치게 왜곡하거나 심하게 축소했다. 모법을 보완해야 할 시행령이 오히려 법의 취지를 훼손하는 ‘패륜’을 저지르게 된 셈이다. 정의당은 정부의 시행령 제정안을 강력 비판하며, 다음과 같은 요구를 반영해 현재의 제정안을 전면 수정할 것을 촉구한다.
첫째, 법령에 따른 의무 이행 점검 민간위탁 조항을 삭제해야 한다.
시행령 제5조 중대산업재해관련 관계법에 따른 의무이행에 필요한 관리상의 조치 제2항 1호의 내용에 따르면 안전보건 관계법령에 따른 의무이행에 관한 점검을 위탁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이렇게 되면 경영책임자들은 의무이행에 관한 점검을 대부분 위탁을 하게 될 것이고, 문제 발생 시 그 점검의무의 책임은 위탁업체에 전가될 것이다. 위탁이 가능한 구조에서는 점검결과가 왜곡·조작되거나, 부실한 점검이 이루어지더라도 그에 대한 처벌은 중대재해기업처벌의 대상이 아니게 된다. 위탁업체에 맡기면 이행 점검의 면죄부가 주어지는데, 어느 경영책임자가 이를 마다하겠는가?
이러한 독소조항은 중대시민재해를 다룬 11조 2항 1호와 13조 2항 1호에서도 동일하게 반복된다. ‘관계 법령에 따른 의무이행에 관한 점검을 외부 전문기관에 위탁할 수 있다’라고 적시되어 점검을 위탁한 경우, 사업주 혹은 경영책임자의 관리감독 책임을 물을 수가 없게 되어 있다.
중대재해 처벌법이 만들어진 계기 중 하나가 위험의 외주화였다. 기업이 위험의 책임을 하청업체와 노동자에 떠넘겨 중대재해가 끊이지 않았던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법과 시행령을 만드는 것인데, 노동부는 이를 방지할 시행령을 만든다면서 사업주 혹은 경영책임자의 첫 번째 의무인 이행점검을 위탁 가능하게 만든 것이다. 점검의 외주화를 통해 빠져나갈 길을 열어준 위탁조항은 삭제돼야 한다.
둘째, 종사자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경영책임자의 의무임를 명시적으로 규정해야한다.
노동부의 설명과 같이 시행령 4조의 취지가 전체 종사자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라면, 이것이 조문상에 명확히 명기돼야 한다. 시행령 4조의 1호부터 8호까지 각 호마다 ‘종사자’를 명기할 것을 요구한다.
셋째, 2인 1조, 과로사 예방 등 적정인력과 예산확보 의무가 명시돼야 한다.
법 4조 1항은 ‘재해예방에 필요한 인력 및 예산 등 안전보건관리체계의 구축 및 그 이행에 관한 조치’를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시행령 4조 4호는 재해예방이 아닌‘안전 및 보건에 관한 인력’으로 협소하게 규정하고 있다. 구의역 김군, 태안화력 김용균, 평택항 이선호 노동자들의 참사는 모두 위험작업에 적정인력이 배치되지 않은 문제였다. 과로사 역시 적정인력을 배치하지 않아 발생하는 문제다. 이러한 문제에 대해 노동부 시행령은 ‘안전 및 보건에 관한 인력’을 배치하면 된다는 답을 주고 있는 것이다.
2인 1조 작업과 근속기간 6개월 미만 단독으로 할 수 없는 작업, 과로사 방지 및 안전 작업을 위한 적정예산을 편성하고, 용도에 따라 집행하며, 공공기관 안전관리 지침 규정을 준용·보완하여 경영책임자의 의무로 명시해야 한다. 또한 매년 종사자의 재해예방에 필요한 인력, 시설 및 장비 등을 갖추기에 적정한 예산을 편성하고, 용도에 따라 집행한다는 내용이 포함돼야 한다.
넷째, 도급, 용역, 위탁 노동자의 재해 예방을 위해 적정비용, 인력, 수행 기간이 보장돼야 한다.
하도급 노동자들의 중대재해가 끊이지 않는 것은 적정비용, 인력, 수행 기간의 문제에 기인한다. 적정한 비용을 지급하지 않으니 단가를 맞추기 위해 인력을 축소하고, 무리하게 수행 기간을 줄여 사고가 발생하는 것이다. 시행령 4조 8호의 내용을 보면, 하도급 노동자의 안전을 위한 규정으로 ‘적정한 안전 및 보건관리 비용과 수행기간’을 명시했는데, 이는 안전?보건관리 비용으로 한정된다. 중대재해 예방을 위한 하도급에 대한 적정 비용 지급, 인력배치, 적정 수행 기간 등 핵심 대책이 제외된 것이어서 문제가 심각하다. 하도급 노동자 안전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해 적정비용, 인력, 수행 기간 보장이 명시돼야 한다.
다섯째, 직업성 질병의 범위를 근로기준법, 산재보험법상의 직업성 질병으로 확대해야 한다.
시행령 제2조 별표1의 직업성 질병의 범위는 급성 중독성 질병 24개로 제한됐다. 시행령으로 제시된 24개 급성 중독성 질병이 1년 내에 3명 이상 발생한 경우는 최근 10년간 없으며, 사실상 법 조항을 시행령으로 무력화 시킨 것과 다름없다. 시행령에 따르면 장시간 노동으로 인한 뇌심혈관계 질환의 경우, 사망은 법 적용이 되지만 식물인간 등 장기 치료자의 경우 24개의 질병 범위에 들지 않아 적용되지 않게 된다. 직업병에 의해 평생 치료를 받아야 하거나 장애가 생긴 경우에도 24개 범위에 들지 않으면 적용이 되지 않는 것이다. 동일한 유해요인으로 인한 1년 이내 3명 이상 발생은 그 자체로 직업성 질병과 관련된 법령위반 등 기업의 조직적·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된 중대재해다. 직업성 질병의 발생 자체로 처벌하는 것이 아니라 법령위반 등 경영책임자의 의무 위반이 있을 때 처벌하는 것이므로 직업성 질병의 범위를 제한할 것이 아니라 근로기준법, 산재보험상의 직업성 질병으로 범위를 확대해 기업의 예방 의무 준수를 강제하도록 해야 한다.
여섯째, 중대시민재해 공중이용시설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
중대시민재해 적용 대상에 광주 철거건물 붕괴참사도 빠졌고, 입법 발의안에 있었던 판교 붕괴사고와 같은 공연, 강연도 제외되었다. 법에서는 모든 공중이용시설을 열거할 수 없어 시행령에서 정하도록 포괄적으로 위임했으나, 노동부가 시행령을 만들면서 근거와 기준 없이 적용 대상을 축소한 결과다. 중대재해 처벌법 제 9조에서는 ‘이용자 또는 그 밖의 사람의 생명, 신체의 안전을 위한 조치’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 밖의 사람’이란 규정은 광주 철거건물 붕괴참사와 같이 공사가 진행 중인 건설현장에서 타워크레인 같은 장비나, 시설 붕괴로 인한 시민피해 사고에 대한 재발 방지를 위한 규정이었다. 이러한 법의 취지가 시행령에 반영돼야 한다. 또한 판교 공연장 인근 환풍기 참사와 같이 옥외에서 진행되는 공연, 강연, 교육 등에 정해진 이용자가 아닌 인근 관객이나 유동 시민에 대한 부실한 안전관리가 시민 참사로 반복 되어 왔다. 이 역시 재발 방지를 위한 시행령의 명시가 필요하다. 시행령 3조 4항의 공공이용시설의 범위를 확대하고, 건설산업기본법 제2조의 건설공사, 건축물 관리법 제2조의 건축물 관리에 따른 공사현장 및 인접 장소, 실외에서 진행되는 공연, 강연, 교육 등이 진행되는 인접 장소를 추가할 것을 요구한다.
일곱째, 원료 제조물질에 대한 전면 적용, 소상공인 의무 부담 제외는 삭제돼야 한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원료 제조물의 범위를 규정하지 않고 있으며, 경영책임자의 의무를 시행령에 위임하지 않고 있다. 원료 제조물로 인한 다양한 시민피해가 발생하고 있고, 가습기 살균제 참사처럼 그 피해의 범위와 정도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시행령에서는 원료 제조물질의 범위를 극히 일부로 제한하고 있다. 또한 소상공인에 해당하는 사업주와 경영책임자에게는 일부 조항을 적용하지 않고 있어 부실한 안전관리의 빌미를 주고 있다. 시행령 10조3의 별표 5를 삭제하고, 원료 제조 물질에 대한 전면 적용을 요구하며, 10조 2항의 소상공인 업무처리 절차 마련 의무부담 제외 조항 삭제를 요구한다.
정의당은 이 밖에도 중대산업재해와 시민재해 예방을 위한 활동에 노동자와 시민의 참여를 실질적으로 보장하고, 경영책임자의 안전교육 강화, 실효성 있는 공표제도를 위한 시행령 개정 요구 등 부실한 노동부의 시행령을 법 취지에 맞게 전면 개정할 것을 요구한다. 정의당은 이러한 요구가 관철되도록 노동?시민사회 단체, 중대산업재해·중대시민재해 당사자 및 유가족들과 함께 연대해 싸워나갈 것이다.
2021년 8월 11일
정의당
2021년 8월 11일
정의당 대변인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