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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건강정치위원회] [보험이야기 기획연재 16] 기업복지의 덫과 그림자

기업복지(단체실손보험)의 덫과 그림자우리가 알아야할 보험이야기(16)

김종명 당원기자 | stuyoo@hanmail.net

 

 

민간의료보험을 가입대상으로 나눠보면 개인단위 가입과 단체단위 가입으로 나눌 수 있다. 지금껏 살펴본 대부분의 민간의료보험 상품은 개인을 대상으로 판매하는 상품이다. 반면 단체로 제공하는 민간의료보험도 있다. 우리나라의 민간의료보험의 특징은 개인단위로 가입한다는데 있다. 반면, 다른 나라들의 경우 민간의료보험은 단체로 가입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미국은 공보험인 medicare 대상인 65세 이상을 제외하면, 민간의료보험으로 의료비를 해결해야 한다. 2011년 현재 미국인의 의료보험 가입양상을 보면, 49%는 기업이 제공하는 민간의료보험에, 5%는 개인단위 민간의료보험에, 31%는 메디케어?메디케이드?퇴직군인보험과 같은 공보험에, 16%는 무보험자로 이루어진다(KCMU/Uraba Institute analysis of the 2012 ASEC supplement th the CPS). 즉 미국은 공보험과 무보험자를 제외하면 민간의료보험의 대부분은 기업이 제공해주는 단체보험에 가입하고 있는 것이다.

의료비 관련 기업복지의 현황

우리나라는 민간의료보험의 대부분이 개인단위로 가입하지만, 미국과 같이 단체보험으로 가입하는 보험도 있다. 이런 단체보험은 미국처럼 기업이 직원복지차원에서 제공해주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현재 실손의료보험은 2012년 기준 전체 국민의 60%인 3천만명이 가입하고 있는데, 그중 511만 명은 바로 기업이 제공해주는 단체실손의료보험이다(세계일보 [‘퇴사땐 보장끝’...단체실손보험의 허점]기사에서 인용).

기업이 제공해주는 단체 실손보험가입자 511만 명 중 370만 명은 일반 기업이, 141만명은 공무원?교직원은 대상이다.

많은 기업들이 직원 복지혜택을 위해 단체 실손의료보험에 가입하고 있다. 물론 주로는 기업복지를 제공해줄 수 있는 여유가 있는 대기업 직원들이 누리는 혜택이다. 대표적인 기업인 삼성은 거의 모든 직원들에게 단체로 실손의료보험에 가입해주고 있으며, 계열사에 따라서는 심지어 배우자와 자녀의 실손보험료까지 지원해주는 경우가 흔하다.

공무원?교직원의 단체 실손가입은 복지차원에서 제공하는 복지카드를 이용한다. 복지카드를 활용하여 저렴하게 단체 실손보험에 가입할 수 있으며, 건강검진, 여행 등 여러 복지관련 항목에 사용할 수 있는 제도다.

물론 기업차원에서 단체 실손보험 가입으로 직원의 의료복지를 해결해주기도 하지만, 단체 실손의료보험에 가입해주지 않더라도, 다른 방식의 의료비 지원혜택도 적지 않다. 현대차의 경우에는 직원들이 입원치료를 받았을 경우에는 본인부담의 전액을 지원해주고 있고, 가족에게는 전액은 아니더라도 절반을 지원해주고 있다.

병원에 종사하는 직원들도 그렇다. 서울대병원을 위시한 대부분의 국공립 병원들은 직원과 가족을 대상으로 특진료를 면제해주고 있고, 나머지 본인부담의 상당을 지원해주는 프로그램을 갖고 있다. 내가 근무하는 작은 공공병원조차 비급여를 포함한 병원비의 절반을 할인해 준다.

기업복지로 사실상 무상의료에 다름없지만, 일부 상위 노동자만 누릴 수 있어

물론 이런 기업복지의 혜택은 국민 모두가, 혹은 노동자 모두가 누리는 혜택은 아니다. 기업복지로 단체실손가입자가 511만명이라고 하니, 우리 나라 전체 노동자가 1,700만명이라 할때, 대략 노동자의 30%정도는 기업복지를 통해 의료비를 해결하고 있다. 이들은 대체로 공무원이나 교직원, 대기업노동자들처럼 대체로 직장이 안정된 정규직 노동자일 것이다.

개인실손보험에 가입하든, 단체실손보험에 가입하든 실손의료보험에 가입하면, 사실상 무상의료나 다름없다. 기업이 단체실손보험을 가입해주든, 그렇지 않고 의료비 지원만을 해주든 간에 상관없이 이 제도는 건강보험의 보장이 취약한 부분을 메워주는 역할을 해준다. 현재 건강보험의 보장률은 62%에 불과하다. 실손의료보험은 건강보험이 보장해주지 않는 본인부담 의료비의 90%정도까지를 보장해준다는 점을 고려하면, 전체 보장률은 90%를 훌쩍 뛰어 넘는다. 단체 실손의료보험에 가입하지 않고 본인부담 의료비를 지원해주더라도 본인부담 의료비의 절반을 지원해준다면, 어찌되었든 기업복지를 통해 전체 보장률은 80%를 넘기는 셈이다.

상위 30%정도에 한정된 기업복지는 단지 단체 실손가입이나 의료비 본인부담금 지원에만 한정되진 않는다. 적지 않은 기업들은 암보험?상해보험과 같은 민간의료보험 역시 단체로 가입해주고 있으며, 심지어 사망이나 개인연금과 같은 보험에도 지원을 아끼지 않는 기업들이 적지 않다.

단체 실손의료보험의 명암

그렇더라도 단체 보험은 개인단위 보험에 비해 몇 가지 장점이 있다. 개인단위로 가입하는 민간의료보험이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보험료 부과 방식에 있다. 개인단위로 가입하는 민간의료보험은 개인의 위험률을 산정하여 보험료를 부과한다. 보험료를 얼마로 책정하느냐는 전적으로 보험가입자가 안고 있는 위험률에 기초한다. 의료비 지출가능성이 높으면 그만큼 보험료는 인상된다. 실손의료보험이 연령이 증가함에 따라 보험료가 급격히 증가하는 이유이다. 또한, 같은 연령이라 하더라도 현재 질병위험도가 어느정도냐에 따라 보험료도 다르다. 보험사는 개인의 질병위험이 높으면, 보험료를 할증하거나, 혹은 기존의 질병에 대해서는 보장을 제외하기도 한다. 만성질환자나 장애인, 희귀난치성 질환자들이 보험에 가입하기 어려운 이유도 개인단위로 위험률을 산정하기에 발생하는 문제다.

반면, 단체보험은 이런 개인단위의 문제점들은 상당부분 극복할 수 있다. 단체 보험은 그 집단 전체의 위험률을 평가할 뿐, 집단에 소속된 개개인에 대한 위험률을 평가할 필요가 없다. 따라서, 개인단위로 가입하기 어려웠던 가입자도 단체보험으로는 보험에 가입할 수가 있는 장점이 있다. 또한, 보험료도 개인단위 보험료보다 저렴하다. 왜냐하면 개인단위로 가입할 때와 단체로 가입할 때에는 보험료중 사업비가 차지하는 비중에 차이가 크다. 사업비의 절반정도를 차지하는 신계약비는 단체로 가입할 경우에는 훨씬 적게 책정된다. 현재 민간의료보험의 사업비는 대략 20~25%가량으로 추정된다. 반면, 국민건강보험의 사업비가 3% 정도에 불과하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이해하기 어렵지 않다.

그러나, 단체로 가입하는 보험의 한계 역시 명확하다. 가장 큰 한계는 기업에서 제공해주는 단체 실손의료보험은 그 기업에 소속되어 있는 조건하에서만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점이다. 기업에서 퇴사하는 순간 그 혜택은 종료된다. 기업이 부담해주는 복지혜택은 고용이 유지되는 순간 뿐이다. 퇴사를 하게 되면 취약한 국민건강보험를 커버해주었던 기업복지의 안전망이 사라져 다시 의료비 걱정이라는 부담에 노출되게 된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개인단위 민간의료보험에 의지할 수밖에 없어진다.

기업의 입장에서 본다면, 기업복지의 비용은 그리 크진 않다. 앞 기획연재에서 누누이 강조했듯이 의료비 지출은 확률적으로 60세 이후에 급격하게 증가하기에 그렇다. 평생동안 지출해야할 의료비의 60%는 60세이후에 지출한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즉, 단체 실손보험이라는 기업복지의 혜택은 사실상 의료비 지출이 크지 않은 젊고 건강한 시기에만 한정하여 제공해줄 뿐이다. 달콤했던 기업복지의 혜택은 인생에서 잠시에 불과하다.

기업의 입장에서 기업복지는 사회복지 확대보다 비용이 절감돼

다른 한편, 노동자에게 제공해주는 기업복지는 기업에게는 잠재적으로 큰 이익이 된다. 흔히 탄탄한 기업복지를 갖춘 기업의 경우, 기업복지 비용이 적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예로, 만일 기업복지가 아닌 사회보장방식으로 의료비를 해결한다고 생각해보자. 의료비를 기업복지로 해결할 때와 국민건강보험이라는 사회복지로 해결한다고 할 때의 기업의 부담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기업복지로 해결할 때 사업주는 단지 고용된 직원의 단체실손의료보험료만 부담하면 된다. 개인실손의료보험료와 추정해보면, 대략 1인당 월 1~2만원 수준일 것이다. 하지만, 사회보험방식으로 의료비를 해결한다고 보자.

현재 기업은 직장 가입자의 건강보험료의 절반(2.9%)을 사측이 부담해 준다. 건강보험을 강화시키기 위해서는 건강보험의 재원을 늘려야 하는데 이때 사측의 부담도 늘어난다. 현재 건강보험의 보장률이 62%정도이니, 최소 80%정도까지 올린다고 한다면, 건강보험료를 대략 30%가량 인상하면 된다. 300만원의 직원월급이라면 현재 사측의 건강보험료 부담은 대략 9만원 정도이며, 30%를 추가로 부담한다면, 2.7만원을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물론 사업주 입장에서 노동자들의 월임이 더 높다면 그만큼 더 부담이 증가하게 된다. 현재 단체 실손보험을 제공해주는 기업들의 경우 대부분 대기업 소속으로 평균 노동자의 임금은 월 3백만원은 넘을 것이다.

즉, 의료비에 대한 기업의 부담이라는 측면에서만 보자면 기업복지보다는 사회복지로 할 때 기업의 부담이 더 증가하게 된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기업복지는 단지 자신의 직원에게만 혜택을 주면 되지만, 사회복지로 하는 순간 국민전체가 지출하는 의료비의 일부를 기업이 책임져야 하는 사회보험의 특성 때문이다.

기업에게 기업복지가 갖고 있는 장점은 또 있다. 기업복지는 사회복지 확대를 요구하는 노동자의 목소리를 잠재우는 효과가 있다. 탄탄한 기업복지를 제공해주게 되면, 기업복지라는 울타리에 안주하게 되어 사회복지 확대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줄어들게 된다. 기업복지로 무상의료나 무상교육 등이 당장 해결되기에, 이를 전사회적인 요구로 만들어내는 운동을 차단하다는 정치적 효과가 있는 셈이다. 지금 민주노총이나 한국노총 등 주요 노동세력이 사회복지 확대를 위한 운동에 적극적이지 못한 이유도 여기에 있지 않을까 싶다.

또한, 기업복지를 통해 사회복지 확대요구가 줄어들게 되면, 개인 민간의료보험과 같은 시장복지는 더욱 활성화된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 현재 탄탄한 기업복지를 제공해주는 기업들은 주로 대기업들이며, 거의가 민영보험사를 한두개씩 계열사로 두고 있다. 이들 기업은 자신이 고용하는 노동자에게는 탄탄한 기업복지로 포섭하여 사회복지요구를 줄이고 기업의 사회보장기여금도 최소화할 수 있을 뿐더러, 기업복지의 혜택을 누리기 어려운 다수의 국민들에게는 취약한 사회복지를 이용하여 각종 암보험, 실손의료보험과 같은 민간의료보험을 판매하며 계열 보험사의 이익을 늘리고 있다. 지금도 개인 실손의료보험에 전국민의 절반인 2천 5백만명이 가입해 있고, 성인의 70%이상이 암보험에 가입하고 있는 이유이다.

기업복지의 덫에서 벗어나 사회복지를 강화시켜야

사회양극화라는 시각에서 기업복지의 문제점도 지적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사회복지제도는 재분배효과가 매우 커서 시장소득의 양극화를 완화해주는 역할이 있다. 건강보험제도와 같은 사회복지제도는 보험료부담은 소득에 따라 부담하고, 급여혜택은 필요에 따라 누린다. 즉, 건강보험의 재원의 상당은 소득이 높은 계층과 기업이 부담하지만, 의료 이용은 소득과 상관없이 필요에 따라 이용하기에 저소득층이나 고소득층이나 받는 혜택은 동일하다. 즉, 건강보험이라는 사회복지는 모든 국민에게 일정하게 사회임금을 지급하는 효과가 있는 것이다. 이 사회임금은 소득간 격차를 완화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이는 사회복지가 탄탄할 때나 작동한다. 건강보험의 보장률이 62%정도에 불과하여 대부분의 국민들이 병원비 부담으로 인해 의료이용의 장벽이 높다. 하지만, 이 장벽이 시장소득의 크기에 따라 다른 특성이 있다. 시장소득이 적을수록 그 장벽은 더 높다. 병원비가 500만원이라 했을 때, 저소득층에게 500만원의 크기와 고소득층의 500만원의 크기는 다르다. 즉시장소득이 적은 비정규직, 영세자영업자, 노인 등에서 의료이용의 장벽이 훨씬 더 높다.

그런데, 기업복지는 시장소득이 그나마 높은 노동계층에 집중되어 있다. 기업복지의 혜택을 누리는 노동자들은 대체로 고용이 안정되고 정년도 보장되어 있는 공무원?교직원이나 근로소득도 상위계층인 대기업 노동자들이다. 상위 노동계층은 상대적으로 높은 시장소득으로 의료장벽도 상대적으로 낮은데 여기에 기업복지의 혜택으로 그 장벽이 더 낮아진다. 즉 취약한 사회보장으로 인한 의료이용의 양극화를, 기업복지는 오히려 더욱 악화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기업복지의 한계는 명확하다. 기업복지가 잠시 달콤할 순 있지만, 고용이 유지된다는 조건하에서만 혜택을 누릴 수 있을 뿐, 지속가능하지 않다. 오히려 기업에게는 사회보장을 확대할 때보다 기업부담도 줄이며, 사회보장확대를 요구하는 노동의 요구를 잠재우는 정치적 효과도 있다. 이로써 취약한 사회보장제도를 그대로 존속시킬 수 있고, 민간의료보험 시장은 더욱 팽창될 것이기에 보험사를 계열사로 둔 기업들에겐 꿩먹고 알먹고 인셈이다. 또한, 사회전체적으로 보면, 기업복지는 취약한 사회보장제도를 존속시켜 소득재분배효과를 반감시킬 뿐 아니라, 사회양극화를 더욱 악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결국 유일한 해법은 기업복지나 민간의료보험과 같은 시장복지가 아니라, 국민건강보험을 강화시켜 탄탄한 사회보장제도를 갖추는 것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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