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로운 전환’이 없는 ‘공정한 노동전환’은 허울일 뿐이다.
정부는 어제 산업구조 변화에 대응하는 방안으로 ‘공정한 노동전환 지원’을 내놓았다. 콩 심은데 콩 나듯이 ‘한국판 뉴딜 2.0’의 안일하고 무성의한 문제점을 반복하고 있다.
기후위기와 기술발전에 따른 산업전환은 정부가 언급한 석탄화력발전소나 내연자동차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서비스업에서도 키오스크 등 자동화가 진행된지 오래되었으며, 코로나위기 이후 더욱 절실해진 공공의료와 돌봄, 학교 현장에서의 디지털 교육, 원격진료 등 거의 모든 산업에서 급속히 확대되고 있다. 따라서 노동전환은 산업전환과 뗄래야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치 둘이 별개인 것처럼 산업전환에 대해서는 단 한 마디의 언급도 없이 ‘공정한 노동전환 지원’을 내놓은 것은 어불성설이다.
그러다 보니 ‘공정한 노동전환 지원’ 방안에서 ‘공정’은 사라지고 ‘지원’만 남았다. 노동자와 지역주민을 ‘정의로운 전환’의 주체로 인정하지 않고 그저 피해를 입은 지원 대상으로 취급하고 있다. 노동시장 양극화 우려라는 진단만 있을 뿐 중소 영세협력업체와 하청업체 비정규직 노동자를 전환의 주체로 세우기 위한 방안은 없다. 사회적 대화를 말하지만 시민과 지역사회는 배제되고 정보 공유와 공감대 형성에 그치고 있으며, 구체적 의제와 실행기구를 명시한 제도적 방안은 없다.
영혼 없는 ‘공정한 노동전환 지원 방안’은 폐기되어야 한다. ‘노동전환’을 포함한 ‘정의로운 전환’ 방안이 우선 마련되어야 한다. ‘정의로운 전환’에는 기후위기 공동 대응, 신기술 습득과 직업전환을 위한 교육과 훈련, 원하청 동반성장, 노동자의 안전과 인권보장, 고용과 적정임금 보장, 중소 영세사업장과 비정규직 노동자의 참여 등 산업과 노동 전환의 포괄적인 내용을 담아야 한다.
또한 산업전환 자체가 이미 사업장과 지역의 범위를 넘어서 진행되고 있는 만큼 산별교섭과 지역별·전국적 사회적 대화를 위한 법제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양대노총과 정부와의 격식 없는 소통과 교섭 등 다양하고 중층적인 대화를 통해 진행되어야 한다.
‘정의로운 전환’은 그 과정에서 누구도 소외되거나 차별받아서는 안 된다. 서로 존중하고 협력하는 공존공생의 길이어야 한다. 정의당은 지난 7월 20일 “기후정의·일자리특별위원회”를 발족하였으며, 가까운 시일 안에 관련 법 제정을 통해 ‘정의로운 전환’의 제도적 발판을 마련할 것이다.
정부 또한 타성에 젖은 낡은 ‘한국판 뉴딜 2.0’은 중단해야 한다. 탄소제로에 대한 분명한 목표와 시간표를 제시하고 거기에 맞는 ‘정의로운 전환’ 방안을 새롭게 마련할 것을 촉구한다.
2021년 7월 23일
정의당 정책위원회(의장 장혜영) (문의: 명등용 정책연구위원, 02-788-3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