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여영국 대표 외, 장애등급제 폐지와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을 위한 간담회 모두발언
일시: 2021년 7월 1일(목) 10:00
장소: 국회 본관 223호
■ 여영국 대표
정의당 대표 여영국입니다.
먼저 차별과의 싸움에 맨 선두에 서 있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동지 여러분께 존경과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오늘 이 소중한 자리를 함께 마련해 주신 장혜영 의원님과 보좌진 여러분께도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이 자리에는 ‘서비스 지원 종합조사’ 제도를 실제 경험한 당사자께서 나와 계십니다. 정부 시행 제도의 한계와 장애인 자립생활을 위해 필요한 정책을 말씀해 주실 것입니다. 주시는 제안, 정의당이 전폭적으로 받아안겠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장애등급제 폐지가 ‘국민명령 1호’라던 약속이 참 무색할 지경입니다. 단계적 폐지를 시행한 것이 2년 전입니다. 단계적 폐지에 따라 시행된 ‘서비스 지원 종합조사’는 예산조차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약 77%의 장애인이 가족의 도움을 받으며, 제대로 된 자립생활을 이어나가지 못하고 있는 현실입니다. 단계적으로 폐지하겠다던 문재인 정부의 약속은 2년째 출발선에 머물러 있습니다.
예산과 제도의 뒷받침 없는 말뿐인 장애인 권리보장과 지역사회 통합은 허언일 뿐입니다. 우리는 8년 전 집에 홀로 남겨져 있다 발생한 화재로 세상을 떠난 故송국현 님의 이름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인간의 자립과 생존이 아닌 행정 편의를 위해 만들어진 장애등급제가 저지른 처참한 살인이었습니다. 장애등급제 폐지는 지난 수십 년간의 투쟁과 2019년 1,842일 광화문 농성 끝에 쟁취해낸 약속이었습니다. 그런데 당장 다가오는 7월 이후부터는 대책조차 세워진 것이 없습니다. 이대로 가다간 다시 기나긴 투쟁에 나서야 하는 것은 아닌지 매우 우려스럽습니다.
정의당은 장애등급제 폐지가 ‘가짜 폐지’로 끝나게 내버려 두지 않겠습니다. 인간답게 살 수 있는 권리와 사회를 만들겠다는 정치의 약속이 지켜질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하면서 장애인 당사자 여러분과 함께 하겠다는 약속을 다시 한번 드립니다. 고맙습니다.
■ 배복주 부대표
낙인의 사슬, 장애인등급제 폐지하라!
빈곤의 사슬, 부양의무제 폐지하라!
광화문 지하철역에 천막을 치고 1842일동안 농성하면서 외친 구호입니다. 2012년 8월 21일 농성을 시작하고 5년이 지나, 문재인 정부가 출범했고 당시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직접 농성장으로 찾아와 장애인등급제와 부양의무제 폐지를 약속한 바 있습니다.
광화문 농성으로 정부는 장애인등급제 폐지를 약속했고 2019년 7월 1일은 기존의 장애인등급제가 폐지되었고 장애인을 경증과 중증으로 두 단계로 등급을 매기는 방식이 되었습니다. 등급제가 완전히 폐지되지 못했습니다. 오늘은 등급제 폐지가 시행된 지 2년이 되는 날입니다.
장애인복지법은 장애인 정의에 따라 장애인등록을 통해 장애인복지서비스를 신청하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의학적 기준에 의해 장애를 판정받고 장애인으로 등록하는 방식은 사회환경적 요인에 따른 장벽과 장애에 대한 부정적인 사회적 인식으로 인해 분리되고 배제되는 상황은 고려되지 않은 것입니다. 장애인 개념은 의학적 기준과 사회환경적 기준, 사회적 인식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되어야 하며, 개인별로 필요한 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도록 설계되어야 합니다. 또한 권리침해와 차별에 따른 옹호와 회복을 위한 지원이 체계적으로 마련되어야 합니다.
장애인복지법이 아닌 장애인권리보장법을 통해 장애인은 서비스 대상이 아니라 권리의 주체임을 명명해야 합니다. 서비스 제공자 중심이 아니라 서비스 이용자 중심의 서비스체계로 전환해야 합니다. 장애인에 대한 차별과 인권침해에 대한 구제절차 및 기관에 대한 체계화와 권한에 대해 실질적으로 개편해야 합니다. 또한 예산확보를 위한 방안으로 조세의 일정한 비율이나 노인장기요양보험료와 같은 국민건강보험료에 장애인보험료를 산정하는 방식 등을 절차적으로 마련해야 합니다.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으로 동정과 시혜의 대상으로서 장애인이 아니라 우리사회 권리주체이자 시민동료인 장애인으로 사회적 지위를 확보해 나가도록 해야 합니다.
정의당은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을 비롯해 장애인 관련법 개정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 나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박환수 정의당 장애인위원회위원장
안녕하십니까! 정의당 중앙장애인위원장 박환수입니다.
상·하지를 마음대로 못 쓰고 게다가 언어장애도 심한 저는, 죽을 때까지 평생 장애등급 1급으로 살 것이라고, 예전에 생각했었습니다. 물론 장애등급 1급이라는 게 저의 장애 정도가 가장 중증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어서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았지만, 그만큼 복지 혜택을 많이 받을 수 있다고 위안을 삼았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제가 자칫 잘못하면 2급으로 떨어질 수 있겠다라고 걱정을 한 적 있었습니다. 바로 10여 년 전인 소위 MB정부 때였죠. 아시다시피 그때는 장애1급만 활동지원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시기였습니다. 저는 우려했던 것처럼 장애등급이 하락되지 않았지만, 많은 장애인 분이 1급에서 2급으로, 2급에서 3급으로 하락됐다는 것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장애등급제의 문제점은 의사라는 전문가 집단에 의해서 결정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자신이 활동지원서비스를 받아야 하는지 잘 아는 사람이 장애인 당사자 본인인데, 의사의 진단에 의해서 서비스를 받을 필요가 있는 사람인지, 받을 필요가 없는 사람인지 결정되었습니다. 실제로 장애등급이 하락하여 활동지원서비스가 중단돼서 피해를 본 사례가 발생했고, 2014년 봄, 자신의 집에서 화재가 나 사망한 고 송국현 님의 사건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었습니다.
또한 장애등급제의 철학적이고 근본적인 문제점은, 장애인들은 마치 가축처럼 장애정도에 따라서 1급에서 6급까지 등급을 매긴다는 것으로서 비인간적이고 비인권적인 정책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래서 장애인들은 2012년 8월 21일, 광화문역에 장애등급제·부앙의무제 폐지 공동행동 농성장을 차려 촛불정신으로 출범한 문재인 정부에 약속을 받아내고, 농성장을 차린 지 정확히 1842일 만에 2017년 9월 5일에 농성을 마무리했습니다. 그리고 광화문역 농성이 마무리한 지 약 2년 만인 2019년 7월 1일, 30년 간 유지되었던 장애등급제가 비록 완전하지 않지만 역사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그로부터 다시 2년이 지났습니다. 1급에서 6급까지 있던 장애등급이 ‘장애 정도가 심한 장애인’과 ‘장애 정도가 경한 장애인’, 이렇게 두 분류로 바뀌었을 뿐, 장애인의 삶은 별반 바뀌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서비스 지원 종합조사표가 도입된 후, 상당수의 장애인들이 활동지원서비스의 시간이 깎였습니다. 물론 저도 한 구간이 하락돼서 활동급여서비스 시간이 줄어들었습니다. 뒤에서 서기현 소장님께서 설명하시겠지만, 서비스 지원 종합조사표의 문제점은 지체·시각·지적·정신 장애의 지표가 혼합돼 중복장애를 갖고 있지 않고는 서비스 시간이 늘어나기는커녕 도리어 줄어들 수 밖에 없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이제 임기가 10개월 밖에 남지 않은 문재인 정부는 서비스 지원 종합조사를 성실히 받은 대가로 활동급여서비스 시간이 깎인 장애인들에게 사과하고, 서비스 지원 종합조사를 폐지하거나 전면적으로 수정해야 합니다. 혹여나 임기 내에 해결되지 못한다면 내년 대통령선거에 출마하는 후보들은 이 문제에 대한 대책을 공약으로 내걸어야 합니다.
■ 장혜영 국회의원
안녕하세요. 정의당 국회의원 장혜영입니다. 제가 고향처럼 느끼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여러분들을 정의당에서 함께 만나뵙게 되어 너무 반갑고 뜻깊은 자리입니다. 앞으로도 서로 자주 만나 뵙고, 뜨겁게 연대하는 날들을 가져갈 것이라는 약속을 드립니다.
오늘 이 간담회는 문재인 정부가 폐지하겠다고 공약만하고 비어있는 약속이 되어버린 장애등급제 폐지를 진정한 의미에서 폐지하고, 낡은 복지법을 바꿔 장애인 권리보장법을 제정하기 위해 정의당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머리를 모으는 자리입니다.
문재인 정부는 장애 등급제를 폐지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실제로 문재인 정부가 진행한 장애 등급제의 단계적 폐지는 당사자들이 가열차게, 심지어 5년 동안이나 광화문 지하차도에서 풍찬노숙을 하면서 요구했던 것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장애 '등급'이라고 하는 것을 '정도'라고 말만 바꿨을 뿐, 하다못해 활동 지원 서비스를 충분히 지원하기 위한 예산도 제대로 뒷받침되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장애등급제를 폐지하기 전보다 그 삶이 더 어려워진 장애인들도 있습니다. 제가 최근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9년 7월부터 작년까지 '서비스 지원 종합조사'에서 수급자격을 갱신한 장애인의 17.4%가 등급제 폐지 이전보다 지원 시간이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중에는 최대 월 241시간까지 줄어드는 것으로 판정된 사람도 있습니다. 내년에 다시 종합조사를 받고 또다시 지원시간이 줄어들게 된다면, 생존에 위협을 받는 장애인들이 얼마나 늘어나게 될지 예측하기도 어려운 상황입니다. 이 부분에 대한 정부의 시급한 대책 마련을 촉구합니다.
또한 '2020년 장애인실태조사'에 따르면 돌봄이 부족하다고 응답한 장애인이 전체 장애인 중 절반에 가까운, 45.1%에 달합니다. '수요자 중심 맞춤형 지원' 또, '발달장애 국가책임제'를 외쳤던 문재인 정부가 그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것이 너무나 명백합니다.
문재인 정부에 촉구합니다. 우선 산정특례에 대한 대책부터 마련해야 합니다. 제도 변화로 인해 피해를 입는 장애인이 더 이상 없도록 당장의 대책을 마련하고, 근본적으로 서비스 지원 종합조사에 대한 개편을 시행해야 합니다.
더 나아가 모든 장애인이 하루 24시간 존엄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실질적인 복지 예산을 뒷받침해야 합니다. 무엇보다도 지금 장애인들이 처해있는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낡은 '장애인복지법'을 완전히 바꾸기 위해 ‘장애인권리보장법’을 제정해야 합니다.
원래는 오늘부터 1박 2일 동안 전국에서 당사자분들이 모여 결의대회를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수도권 코로나 상황이 심각해진 상태로 안타깝게 집회가 취소된 상황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언제나 그랬듯 또다시 이 자리에서부터 길을 찾을 것입니다. 저와 정의당은 언제나 함께 연대하며 국회 안팎에서 싸워나가겠습니다. 7월 1일을 온전하게 장애등급제 폐지의 날로 기념할 수 있도록 함께하겠습니다.
2021년 7월 1일
정의당 대변인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