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브리핑] 여영국 대표, 고 이선호 님 시민사회장 추도사
[보도자료] 여영국 대표, 고 이선호 님 시민사회장 추도사



일시 : 2021년 6월 19일(토) 10:00
장소 : 안중백병원 장례식장 주차장


청년 노동자 고 이선호님 

사랑하는 아버지와 이별이 싫어서 59일을 버티신겁니까?
59일 동안 당신을 곁에서 지켜준 친구들과 
작별인사는 하고 떠나시는 겁니까?
아버지 휴대폰에 저장된 당신의 이름 
“삶의희망”은 지우라 하시고 떠나시는 겁니까?

지난겨울 우리는 거리로 나왔습니다. 
또 다른 김용균, 이한빛, 스크린도어 김군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절박함이 추운 겨울, 우리를 거리에 서게 했습니다. 
국회 본청 계단 앞에서,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장에서, 
그리고 거리에서 호소하고 또 호소했습니다. 
남은 청년들, 허망하게 가지 않게 하자고 호소했습니다.
일터에서 사람 죽이지 말라고 외쳐습니다. 
죽지않고 일할 일터를 만들자고 호소했습니다.

그러나 
돈 안되는 물건 고르듯이 
작은 공장노동자 목숨지키는 것은 유예되고
그보다 더 작은 공장노동자는 목숨지키는 것조차 제외되었습니다.

국민들은 사람 목숨이 중하다고 절규하는데
기업과 정부, 기득권 양당 정치는 
사람목숨도 서열을 나누고
사람목숨보다 더 소중한 가치를 숭배하고 있었습니다.
차라리 오지 않았으면 좋았을 봄, 
300 킬로 쇳덩이는 스물셋 청춘을 덮치고, 
“삶의 희망”을 산산조각 냈습니다. 
그렇게 스물셋 청년이 또 우리 곁을 떠났습니다.
제2 제3의 김용균만은 막자고 싸웠던 우리 심장마저 짓눌렀습니다.

아들을 일터로 데려간 아버지는 자신을 자책하며 
용서를 빌었습니다. 이선호 아버님, 아버님 잘못이 아닙니다. 
안전책임자는커녕 안전장비 하나 없이 
노동자를 사지로 몰아넣은 기업의 책임입니다. 
사람 목숨 앗아가도 기업주는 멀쩡하고 
당신과 함께 일한 또 다른 노동자만 처벌되는 
바뀌지 않는 세상이 만든 비극입니다.
다단계 불법 하청구조를 만들어
사람목숨보다 돈과 이윤을 더 숭배하는 
천하고 천한 자본주의가 만들어낸 비극입니다.

대통령과 총리와 장관들,
마음만 먹으면 못만들 법이 없는 힘을 가진 정치인들이
빈소를 찾아 머리를 조아리고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노동절날이 제삿날이 되어버린 조선소 하청노동자들에게
스크린도어 김군에게
김용균에게 
이천 물류창고 38명 떼죽음 빈소에서 
그리고 당신의 빈소에서 
똑 같은 말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그들에게 중대재해 희생자 빈소는
그저 정치적 퍼포먼스 하기에 안성맞춤인 곳 같습니다.
그게 아니라면 왜 
똑 같은 이유로 똑 같은 중대재해가 이어지고 있습니까?
고 이선호님
가시는길 외롭지는 않을 겁니다.
원통해서 떠나지 못한 59일 동안
90명이 넘는 노동자와 시민들이 당신과 똑 같은 이유로 
당신 뒤를 따라갔습니다.
1년에 2400명이 그렇게 죽임을 당하여 떠나고 있습니다.

고 이선호님
그곳에 가시면 고 변희수 하사를 비롯한 많은 영혼들을 만나실 겁니다.
다른 영혼들의 이유도 알고 가셔야 합니다.
또 다른 이유로 하루에 38명이 스스로 삶을 마감하고 있습니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청년이라는 이유로,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노인이라는 이유로 
온갖 폭력과 차별, 혐오, 갑질, 빈곤을 
견디다 견디다 
견디는 것 보다 죽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 분들, 
원통함을 죽음으로 고발한 분들입니다. 
곰곰이 생각하면 당신과 그 분들의 죽음의 이유가 
큰 차이가 없다고 느낄 때도 있을 것입니다.

고 이선호님
혹여나 김용균, 이한빛, 스크린도어 김군을 만나면 
당신이 오면서 단단히 약속을 받고 왓다고 하십시오
정의당이 불법 다단계 중간착취구조 반드시 없애라.
50인 미만이던 5인 미만이던 
정규직이던 비정규직이던 
일하다 죽지않는 환경 정의당이 꼭 만들어라.

정의당이 모든 차별과 혐오, 배제와 갑질 없는 사회.
모두의 존재와 존엄이 존중되는 차별없는 평등한 세상을 만들어서 
다시는 이선호와 공군 이부사관 같은 아픔이 없도록 하라고 
단단히 타이르고 약속을 받았다고 하십시오.
꼭 그렇게 하겠습니다.
반드시 정의당이 그런 세상 만들겠습니다.

고 이선호님
이제 모든 것을 내려놓고 가십시오.
아들을 너무나도 사랑했던 아버지에게 
“삶의희망”을 떠나보내는 아버지에게 
정의당이 “삶의희망”이 되겠습니다. 
당신을 너무나 좋아했던 친구들에게 
정의당이 “삶의희망”이 되겠습니다.


그래서 정의당은 다시 거리로 나가겠습니다. 
김용균, 이한빛 가족과 함께했던 지난 겨울의 그날로부터
다시 출발하겠습니다. 당신이 남긴 사람들과 함께 가겠습니다. 
그래서 먼 훗날 이선호, 김용균, 이한빛, 김군을 다시 만나는 날, 
당신들에게 졌던 빚 정의당이 다 갚았노라고 말하겠습니다.

지켜주지 못해서 정말 미안합니다.부디 편히 가십시오,


2021년 6월 19일
정의당 대변인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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